늦게 쓰는 대청호 하프마라톤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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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에 쓴 글을 가져왔습니다. 양이 많다보니 존댓말로 고치기 어려웠습니다. 어여삐 여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1
대회 장소는 대청호 공원이다. 물 문화회관과 현암정 사이에 위치해 있고, 공원과 공터 그 중간 어디쯤의 형태를 가지고 있었다.
자전거를 타고 수없이 스쳐지나갔던 곳이지만, 실제로 방문한 것은 처음이다.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며 본 풍경들의 이미지는 모두 속도감 있다. 업힐의 풍광은 정적인 이미지로 기억하고 있지만, 평지는 그렇지 않다. 그래서 이곳이 새삼 낯설다.
원래 계획은 버스를 타고 오는 것이었다. 그러나 세종시에서 출발하는 버스는 주말 아침에는 승객 수요가 적은 탓인지 배차가 매우 띄엄띄엄했고, 나는 그것을 몰랐다. 그래서 놓쳤고, 선택지는 자차 이외에 남아있지 않았다.
당연히 주차 대란을 생각했다. 어마어마하게 많은 차들이 주차되어 있었다. 차를 타고 와서 굳이 달리기를 하는 인간들의 행태를 다른 동물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그런 쓸데없는 생각을 하며 긴장을 풀었다. 힘들게 주차를 하고 난 후, 시간이 약간 촉박했다. 복장을 점검하고 대회장까지 빠르게 걸어갔다.
대회 당일, 레이스를 시작하기 전 컨디션을 가늠하는 것은 내게 매우 어려운 문제다. 시작하고 나서 한참이 지나야 겨우 알 수 있는데, 그간 경험상 그와 같은 컨디션은 대회 직전 가늠한 '예상' 컨디션과는 매우 다른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이 날도 그랬다. 늦을까봐 허둥댄 탓인지 컨디션이 좋다고 느껴지지는 않았다. 시원하다 못해 싸늘한 날씨는 뛰기에는 매우 좋았지만, 가만히 있기에는 다소 괴로운 탓도 있었다.
#2
몸을 살살 풀어주면서 오늘의 레이스 전략을 생각해보았다. 올해 두 번 째 하프마라톤, 종전 공주에서의 457페이스, 목표 기록 145는 업다운 코스임을 고려하더라도 어렵지 않게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었다. 그래서 내친 김에 140을 노려볼까 고민했다. 140 안에 들어오기 위해서는 444보다 빠른 페이스로 달려야 한다. 평지라면 충분히 가능하겠지만, 여기는 대청호. 코스 초반부터 약한 업다운이 반복되고 추동으로 가는 중반부터는 그야말로 혼이 빠지는 낙타등이 반복된다.
고민을 계속해보았지만, 결론을 내렸다. 즐겁게 뛰는 것은 공주마라톤에서 이미 해 보았으니, 오늘은 한계에 도전해 보기로 했다. 그래도 5~7km 정도까지는 최대한 자제하면서 몸 상태를 관찰하다가 달리기 시작하는 것으로 정했다.
오늘은 풀코스가 없다. 하프가 제일 긴 대회다. 5km 대회까지 있어서 참가자들의 모습은 각양각색이다. 피크닉을 나온것처럼 보이는 가족단위 참가자부터, 진지하게 몸을 푸는 고인물들까지 각자의 방식으로 출발을 기다린다.
나는 외견에 거의 신경을 쓰지 않아 초보 티가 팍팍 나는 평범한 운동복 차람이다. 신발도 카본화가 아닌 평범한 쿠션화를 신고 왔다. 아직 진심모드를 밖에 내비치는 것이 조금은 어색해서 그렇다. 싱글렛을 사고 싶기도 하고, 4부 쇼츠를 입고 싶기도 하지만, 한정된 예산은 그런 후순위 지출까지 허용할 정도로 넉넉하지 않다. 사실 싱글렛과 러닝쇼츠가 과연 기록단축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 의문인 것도 있다.
#3
몸을 다 풀고 나니 쌀쌀하게 느껴졌던 날씨가 '매우 시원함'으로 느껴진다. 온도와 습도, 햇살과 바람. 이 모든 환경이 달리기에 최고인 날이다. 이런 날은 머리를 완전히 비우고 달려주는 것이 예의다. 바람이 스칠 때마다 피부에 미세하게 맺힌 수분이 증발하면서 짜릿한 시원함을 느낀다. 어서 빨리 달리고 싶은 마음 뿐이다.
출발 5분 전. 가슴이 두근거린다. 공주와는 전혀 종류가 다른 두근거림이다. 오늘은 진심으로 뛸 예정이기 때문에 그렇다. 눈을 감고 한 시간 뒤의 나를 상상해 본다. 그 순간의 나는 매우 고통받고 있을 것이다. 아니면 생각보다 잘 뛰어져서 해맑게 웃고 있거나. 어느 쪽이든 레이스를 마주하는 바람직한 자세가 아닐 수 없다.
개회사도 매우 짧다. 좋다. 본받아라 다른 대회개최지들이여.
#4
저번 공주마라톤에서 늦게 출발한 탓에 고생했던 기억이 있어서, 오늘은 가급적 앞쪽에서 출발했다. 나이스 초이스. 나보다 빠른 사람들도 있고, 느린 사람들도 있었지만 서로 방해되지 않았다. 시계를 힐끗 보니 페이스가 굉장히 빨랐다. 대충 435 정도. 심박수도 적절했고 몸으로 느껴지는 강도도 적당했다.
다 좋은 와중에 한가지 고민이 되었던 것은 파워젤 섭취 타이밍이었다. 435는 일 년 전 나의 역치 속도였다. 그리고 객관적으로 봐도 느린 속도는 아니다. 호흡에 신경을 쓰지 않고 대충 뛸 페이스는 아니기 때문에 파워젤을 먹을 엄두가 좀처럼 나지 않았다. 원래 계획은 4km마다 4번 먹는 것이었는데, 뛰면서 과연 계획대로 할 수 있을지 걱정되기 시작했다.
10K라면 충분한 페이스였지만, 중반 업힐과 낙타등을 생각하면 다소 페이스를 낮추는 것이 현명하다고 생각했다. 페이스를 낮춘다. 평균 440페이스로 낮아진 페이스를 힐끗힐끗 보면서 몸 상태를 가늠해 본다. 이것보다 빨리 가는 것은 어려울 것 같다. 그렇게 상한선을 긋고 마음을 편하게 먹어 본다.
#5
1차 반환점을 지나 5K 지점 즈음에서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내 뒤에 있었다. 처음에는 동호회 단체 참가인가 싶었는데, 풍선을 보고 알았다. 페이스메이커 그룹이었다.
마라톤 대회 자체가 생소해서(10K, 군대시절까지 포함해도 이번이 고작 6번째다) 페메의 존재를 잊고 있었다. 어찌되었든 저분들 뒤만 따라가면 140이 되는데... 라는 생각이 들면서 그 동안 세웠던 계획을 모두 폐기했다. 그래, 이번 기회에 단체러닝 버프 한번 받아보자.
그 때부터 형님들 눈치보는 러닝크루 신입마냥 페이스메이커 두분 뒤에 붙어서 달렸다. 다 같이 달린다고 뭔가 더 편해지는 것은 없었다. 다른 사람들 후기를 보면 엄청 도움이 된다고 했는데 그저 그랬다. 역시 사람들의 말은 절반만 믿어야 하나...
도움이 되지 않아도 숨이 턱끝까지 차오른것은 아니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을 관찰하면서 달렸다. 시속 13km에 육박하는 속도로 달리는 사람들 중에서도 각자의 개성이 도드라진다. 팔 치는 리듬, 팔꿈치의 각도, 팔자달림새, 시선의 향방... 대략 스무명이 뛰고 있지만 10명 정도는 독특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나쁘게 말하면 자세가 좋지 않았다. 저걸 개선하면 더 빨라질텐데... 하는 아쉬운 마음을 가져도 보았지만, 생각해보니 그 독특한 자세가 그 분들에게는 최적화 된 자세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이나 잘 챙기자.
#6
업힐이 나타났다. 거칠고 강한 야생의 업힐이 나타났다. 사진에서 7km 지점에 보이는 50미터 등반 업힐이다. 체감 경사도는 8~10%.
나는 페이스메이커 분들이 여기서 페이스를 다소 낮춰서 가실줄 알았다. 그런데 그것은 내 오산이었다. 이분들은 마치 정속운동하는 물체처럼 업힐을 같은 (것처럼 보이는) 속도로 계속 올라가셨다. 당연히 그 페이스는 살인적인 페이스이다.
강도가 급상승하니 스무명이 넘는 그룹이 산산조각난다. 뒤쳐지는 사람들이 하나둘 생긴다. 언덕을 겨우겨우 올라가면서 내 다리의 한계점이 머지 않았음을 느꼈다.
악으로 깡으로 버티면서 올라갔다. 하지만 내 의지와는 달리 페이스메이커 분들과의 거리는 조금씩 멀어져간다. 좋다. 어차피 업힐 뒤에는 내리막이 있기 마련이니 거기에서 따라잡기로 마음을 먹었다. 이 이상의 페이스업은 자살행위다. 그 때부터 땅만 보고 버텼다. 보폭을 확 좁히는 대신 케이던스를 올렸다. 종종걸음으로 올라가는 내 모습은 아마 굉장히 우스꽝스러웠을 것이다. 그래도 좋다. DNF만 안하면 오늘 내 레이스는 모두 계획대로니까. 이를 악물고 고개 끄트머리로 향했다.
언덕의 법칙 - 오르막 끝은 내리막이다 - 에 따라 나의 무대가 나타났다. 약내리막이다. 다리를 풀어줄 겸 케이던스를 마구 올려준다. 마치 페달링을 하듯이 발을 굴린다. 착지시의 충격을 가속으로 전환한다. 하지만 너무 신을 내지는 않는다. 전환되지 않은 충격은 몇 km 뒤에 둔탁한 통증으로 돌아오니까. 그리고 시선은 내리막의 끝, 오르막이 시작되는 지점에 고정한다. 내리막이 끝났음에도 가속을 멈추지 않으면 심폐에 부담을 주게 되니까.
약내리막을 두 번 겪으니 페이스메이커 그룹을 다시 따라잡았다. 몸 상태는 나쁘지 않았다. 거친 업힐을 빠른 페이스로 올라온 것 치고는 데미지를 크게 입지는 않은 듯했다. 이것은 제때 먹은 파워젤 덕인가 카보로딩 덕인가. 여유가 생기니 페이스메이커 분들과 가벼운 농담도 나눠본다. 살을 빼야겠다고 말하니 날씬하다고 덕담을 해주셨다. 빈말이라도 고마웠어요.
#7
2차반환점(사진에서 12km 지점의 톡 튀어나온 부분)을 지나자 마음이 푸근해진다. 이제 강력한 업힐은 없고, 여태까지의 페이스만으로도 충분히 140은 달성할 만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대청호가 본격적으로 보이는 이 구간은 청량한 바람과 깨끗한 호수의 풍광으로 그 동안 힘겹게 달려온 주자들을 시원하게 만들어 주었다. 단언컨대 당시의 날씨 하나만큼은 전 지구에서 최고였다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인생이 계획대로 되지 않듯이, 이때 즈음부터 다리에 누적된 데미지가 조금씩 올라오기 시작했다.
나는 원래 장거리 러닝을 좋아하지 않는다. 10K도 충분히 길다고 생각했었고, 실제로 길게 뛰었을 때 다리에 쥐가 나거나 봉크가 온적이 많았기 때문이다. 족저근막염으로 고생했었고, 지금도 극도로 조심하고 있는지라 사실 지금도 좋아한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나는 매니지먼트 시뮬레이션 게임은 좋아한다. 그래서 철인을 시작한 이후, 나는 장거리 레이스는 시뮬레이션 게임이라고 생각하면서 접근했다. 내 선택지는 오직 셋. 페이스를 올리거나, 내리거나, 그대로 유지하거나. 하지만 그로 인한 결과는 한참 뒤에 나타난다. 나는 레이스 도중에 수도 없이 많은 선택지를 거치고, 그 모든 선택의 향방을 냉정히 몸으로 받아들인다.
14km 지점에서부터 느껴지는 둔탁한 통증은 그 선택의 결과였다. 140 페이스메이커 그룹을 따라간다는 나의 선택. 평소같으면 페이스를 확 떨어뜨리면서 무리하지 않고 올랐을 업힐을 치고나가는 선택. 약내리막에서 쉬지 않고 케이던스를 올리는 선택. 그 모든 선택은 감당만 할 수 있다면 최선의 선택들이다.
그 선택들의 무게를 감당하여야 할 시간이 찾아오고 있었다.
#8
고도표 상의 17km 지점에 솟아오른 언덕이 있다. 고도표로만 보면 별 것 아닌 것처럼 보인다. 그래, 누군가에게는 별 것 아닌 언덕일 것이다.
대회 전에 두 차례의 20k LSD 훈련을 거쳤지만, 그정도 훈련으로 장거리 대비가 되었을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냥 안한 것보다는 낫겠지 싶은 심정이었다. 하지만 내가 가장 소홀했던 것은 장거리 대비 훈련이 아니라 업힐 대비 훈련이었다.
저 언덕은 실제 17km를 뛰고 마주하였을 때 절망감을 안겨주는 모습으로 나타났다. 그러니까, 보기만 해도 욕이 터져나왔다는 말이다.
여태까지 달린 과정 하나하나가 쉽지 않았지만 이 업힐만큼은 너무나 버거웠다. 그도 그럴 것이, 함께 뛰던 140 그룹의 사람들 중에서 나보다 체중이 많아보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기 때문이다.
업힐을 치고 올라가는 사람들의 발은 다소 느려졌지만, 여전히 힘이 남아있음이 느껴졌다. 그 페이스를 보고 내 다리는 더 이상 참지 않고 비명을 내질렀다. 저 페이스로 치고 올라가면 근육이고 인대고 다 박살이 나버릴 거라고.
140기록이 아쉽긴 하지만 여기를 5분대 페이스로 올라가는 것은 불가능했다. 거의 걷다시피 - 그게 최선이었다 - 올라갔다. 불행중 다행이라면 업힐이 길지 않았다는거.
#9
업힐의 법칙에 따라 다시 내리막을 달린다. 그렇지만 나의 무대는 아니었다. 아마 어지간한 사람들 모두에게 좋지 않은 길이었을 것이다. 급내리막이니까. 경사도 7%를 넘는 급한 내리막이 계속 이어지면 빠르게 다리를 굴려서 속도를 내는 것은 누구에게도 쉽지 않으니까.
이를 악물고 머릿속에서 시뮬레이션을 했다. 3km이내에 440 페이스를 200미터 뒤에서 따라잡으려면?
머리로 하는 계산을 때려치웠다. 그런건 이제 중요하지 않으니까.
하지만 급하게 따라잡아도 호흡이 헝클어지면 그것은 더 큰 문제다. 잠깐의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간단했다. 얼마나 남았는지 모를 내리막에서 최대한 많이 따라잡는다. 그리고 평지에서 아주 조금씩 따라잡는다.
물론 이 계획을 실행하는 것에는 큰 위험부담이 따른다. 하지만 다른 선택지는 없었다. 그렇지 않으면 200미터쯤 멀어진 페이스메이커 그룹을 잡을 수 없었으니까.
다리를 아주 조금씩, 조금씩 더 빠르게 굴렸다. 무릎에 충격이 강하게 느껴지기 시작하면 보폭을 줄였다. 그리고 더 빨리 굴렸다. 호흡도 그에 맞춰서 짧고 빠르게 쉬었다. 옆에서 보면 단백질 기관차가 따로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 기관차는 앞을 보고 최선을 다해 뛰고 있었다. 아마 비웃었을 사람들도 그 때 나의 고통과 집중력을 맛보았다면 비웃지 않을 것이다.
160m, 130m, 110m, 70m.
그정도 가까워졌을 때 즈음에 내리막이 끝났다.
#10
러너스 하이는 없다. 있는 사람도 있겠지만 나는 없었다. 그 비슷한 것은 많이 느껴보았지만, 사실 세간에 알려진 것과는 많이 다르다고 생각한다. 어쨌든 사람은 역치에 근접한 페이스에서 계속 달릴 수 없다. 그렇게 달리면서 황홀경을 느낀다는 것은... 글쎄.
내리막이 끝나도 나는 페이스를 유지했다. 이제는 중력이 날 도와주지 않기 때문에, 내 다리를 앞으로 끌어올리는 힘은 고스란히 나의 부담으로 작용한다. 그때 달렸던 페이스는 완전한 역치 페이스이다. 컨디션이 좋을 때도 7K를 겨우 갈까말까 할정도로 버거운 페이스.
십여미터를 남기고 나는 숨을 돌렸다. 아니, 정신을 차렸다. 페이스메이커보다 더 빨리 갈 필요는 없으니까. 내 목표를 페이스메이커를 이기는 것이 아니다.
약 2km만에 다시 만난 페이스메이커 분들을 향해 다시 농담을 건냈다. 이런 말을 하면 아직 여유가 있었다고 하겠지만, 그런게 아니다. 농담이라도 해야 살 것 같았기 때문에 한 것이다.
페이스메이커분들은 몇번이나 흘렀다가 다시 살아나는 내가 반가우셨나보다.(어쩌면 무서워하셨을 수도) 자세가 좋다는 이야기, 풀코스에도 도전해보라는 이야기 등을 해주셨다. 정말 감사했다. 레이스 초반에 페이스메이커가 특별히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내가 우스웠다. 이렇게 좋으신 분들을!
#11
결승선이 시야에 들어왔다. 페이스메이커 분들은 마지막 힘들 다해서 들어가라고 말씀해주셨다. 나는 한계까지 쥐어짜서 온 것이라 더 이상 힘이 없다고 말씀드렸지만, 신기하게 그 말이 끝나자마자 다리에 숨겨진 마지막 힘이 나오면서 가속을 시작했다. 이젠 역치고 뭐고 상관없다. 마지막 순간까지 얼마 남지 않은 거리 동안 전력으로 들어가는 거다.
뛰고 뛰고 또 뛰고. 우리는 도대체 왜 이렇게 달리는 것일까. 아마 수천년 전에 현 인류가 땅에 발을 디딘 이후 헤아릴수 없을 만큼 같은 질문이 던져졌을 것이다. 질문이 많은데 답이 없다는 것. 그것은 답이 틀렸다는 것도 아니고, 질문이 무의미한 것도 아닐 것이다. 아마 모든 질문에는 답이 있었을 것이고 - 침묵도 답이다 - 그 모든 것이 적절한 답이었으리라.
마지막 피니쉬를 통과하는 것이 이토록 즐거웠던 것이 얼마만이었는지 모르겠다. 피니쉬의 기쁨. 시뮬레이션을 성공적으로 마친 것도, 목표한 기록을 달성한 것도, 중간중간의 아름다운 풍경과 하나가 된 것도, 모두 나름의 지분이 있을 것이다. 오늘의 레이스는 정말 최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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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쳇님의 댓글의 댓글
해바라기님의 댓글
마라톤이 자기자신만의 여행이라는 말이
다시금 떠오릅니다.
상황마다 판단하고 결정해야 하는 외롭고
힘든 시간일 수도 있겠어요.
좋은 기록으로 완주하신 것도 축하드리고
생생하고 진솔한 후기를 남겨 주셔서
고맙습니다^^
단트님의 댓글
긴 글이 술술 읽히네요~ 이런 글재주도 너무 부럽습니다 ^^
하프 공식 PB 축하드립니다 👏👏👏
블르블랑님의 댓글
여윽시 고수분들이 너무 많이 계시군요.
떠나보낸 페메에게 다시 붙는 의지가 대단하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