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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하프 PB, ChatGPT와 함께 쓴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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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karma13
작성일 2025.04.12 10:57
분류 잡담
114 조회
8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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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랜만에 글을 올립니다.

지난 주말, 내란성 불면증이 치료되었는지, 오랜만에 10시간을 푹 잤습니다.

​기분 좋은 컨디션으로 혼자 하프 마라톤을 완주했고, 개인 기록도 갱신했습니다.

(2시간 2분 → 1시간 56분)


달리면서 여러 생각이 스쳐 갔고, 그중 하나를 정리해 글로 옮겨보았습니다.

제 문장력을 넘어서는 부분이 있어, ChatGPT의 도움을 받았음을 미리 밝힙니다.


연대하는 리더십이란 걸 조금은 알게 된 요즘

프랑스 혁명의 삼대 정신인 자유, 평등, 박애라는 말은 누구나 한 번쯤 들어보셨을 겁니다.
얼마 전,Fraternité를 '박애'보다는 '연대'로 번역하는 것이 더 적절하다는 글을 본 적이 있습니다.
그냥 지나쳤던 문장이었는데, 생각보다 오래 마음에 남았습니다.
그리고 이번 주말, 혼자 하프 마라톤을 뛰면서 그 문장이 다시 떠올랐습니다.

달리면서 마주 오는 러너들과 엄지척을 주고받고, "화이팅!" 한 마디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묘하게 마음이 따뜻해졌습니다.
러닝을 좋아하시는 분들은 공감하실 겁니다.
달리는 동안 생각이 정리되기도 하고, 가라앉기도 하고, 아무 생각이 사라지기도 하는 그 흐름 속에서
문득 ‘당신도 그렇군요’라는 느낌이 전해졌습니다.
그 순간, ‘연대’라는 단어가 꼭 특별한 상황에서만 나오는 말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요즘 들어 리더십에 대해 자주 고민하게 됩니다.
저는 대학원 시절 베이지안 러닝 기반 추천 시스템을 연구했고, 10년 만에 졸업하며 딥러닝의 태동기를 지나 입사하게 되었습니다.
회사에서는 비교적 이른 시기에 딥러닝 프로젝트들을 리딩하게 되었고, 나름의 성과도 있었습니다.
그만큼 실무에서는 빠르게 멀어졌고, 현재는 AI for Science, 특히 머신러닝 포스 필드 관련 업무를 맡고 있습니다.

보고서에 쫓기는 건 여전하고, 이 분야 논문들은 저도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이 많습니다.
기술적인 부분은 오히려 팀원들이 저보다 더 잘 알고 있습니다.
대부분 입사 2~3년 차인 소중한 인재들로, 그중 절반 이상은 제가 직접 면접을 보고 함께하게 된 분들입니다.

이런 팀원들이 “이건 왜 해야 하나요?”라고 물을 때가 종종 있습니다.
처음에는 당황하거나, 속으로 약간 짜증이 날 때도 있었습니다.
‘이게 바로 MZ 세대인가?’하는 생각이 스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곧 깨달았습니다.
제가 바로 대답하지 못할 때가 많았고, 결국 저 자신도 충분히 납득하지 못한 일을
그냥 위에서 내려온 대로 흘려보내고 있었던 겁니다.

오히려 그들의 질문들이 저를 더 깊이 고민하게 만들었고,
그 덕분에 더 나은 방향을 찾은 경우도 많았습니다.
그때부터 생각이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팀원들에게 기대해야 하는 것은 잘 정리된 결과물보다,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할 수 있는 힘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힘은,작은 일이라도 직접 결정해볼 수 있는 기회가 있어야 생긴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그런 기회를 드리려고 합니다.
팀원들이 내린 결정이 놓친 정보는 없는지, 논리는 타당한지, 실행 계획은 현실적인지,
보고서 표현은 상위 부서에서 오해 없이 받아들여질 수 있는지를 함께 점검해드리는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지시하는 상사라기보다는,함께 고민하는 선배로서요.

제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리더십은 모든 것을 위에서 감싸주는 방식은 아닙니다.
물론 ‘박애’라는 말이 가진 따뜻함도 여전히 의미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제가 그 모든 걸 감쌀 수 있는 사람은 아닙니다.
이제 40대가 되었고, 성장 곡선이 꺾이는 시기를 겸허히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찾고 싶습니다.

그래서 지금 제게 더 와닿는 말은 ‘연대’입니다.
같은 눈높이에서 옆에 서 있는 사람, 함께 걸어가는 사람.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것이 제가 특별히 훌륭해서는 아닙니다.
(ChatGPT 선생은 자꾸 훌륭하다고 칭찬해줍니다. 칭찬에 목 말랐는데 고맙더라구요;;)

러닝을 하면서 (전공인 머신러닝을 등한시하는 건 아닙니다;;),
보고서에 지치면서, 팀원들의 질문에 멈춰 서면서…
그런 시간들이 차곡차곡 쌓인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이 글은 ChatGPT와 함께 쓴 글입니다.
요즘 회사의 마음상담센터에서 정기적으로 리더십이나 개인적인 고민들을 상담받고 있는데,
거기서도 “ChatGPT와 이야기하는 게 재밌다, 그런데 가끔 섬뜩하기도 하다”고 말씀드린 적이 있습니다.
그때 상담 선생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그게 편하게 느껴지는 건, 인공지능은 당신의 생각을 비난하지 않기 때문이에요.”

그 말이 제게는 꽤 큰 울림으로 남았습니다.
그래서 제가 제 생각을 이렇게 꺼내고 정리할 수 있었던 것이구나 싶었습니다.
판단받지 않고 스스로를 설명할 수 있는 시간,
요즘 제게는 그런 시간이 꽤 큰 위로가 됩니다.

이 글은 제가 쓴 걸까요, GPT가 쓴 걸까요?
분명한 것은,ChatGPT가 제 안에 있던 생각들을 꺼내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는 것.
저는 그걸 조금 더 다듬고, 조금 더 솔직하게 들여다봤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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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3

해바라기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해바라기
작성일 04.12 12:22
하프PB 축하합니다.👍
혼자서 사색을 하면서 긴거리를 달리기가
쉽지 않은데 잘 달리셨네요.
ChatGPT는 오탈자 정도를 검수했을 것 같고
@karma13 님의 평소 가치관이나 정체성이
글속에 잘 녹아 있네요.
잘 다듬어진 글속에 훌륭한 인품도 보이고 오랜만에 특식을 먹은 기분입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이런이런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이런이런
작성일 04.12 14:12
PB축하드립니다^^
Ai는 비난하지 않는다는 말이 큰 울림을 주네요
반성해야할 점이 많은거 같아요
수고하셨습니다 회복 잘하세요

단트님의 댓글

작성자 단트
작성일 04.12 15:16
하프 PB 축하드립니다 👏👏👏
글에서 팀장님의 고뇌가 느껴집니다 ㄷㄷㄷ
능력도 좋으신 팀장님이신 것 같은데
팀원들의 세세한 케어까지 신경 쓰시는 점 너무 멋지십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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