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시케 (59.♡.111.98)
2025년 11월 3일 PM 06:25 · 수정됨(11. 04. 23:13)
안녕하세요, 프시케입니다.
제마 풀코스 참가 후 다소 멍한 하루를 보내고 ㅠㅠ 이제서야 후기를 남깁니다.
결과 먼저 말씀드리면... 중간에 극심한 쥐와 근육 경련으로 간신히 완주만 했고...
아직도 가시지 않는 이 데미지...(신체적인 데미지 보다 정신적으로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가 아픈 가슴을 콕콕 찌르지만..
암튼 이래 저래 마음 추스리고, 조금 늦었지만... 후기를 남깁니다.
이번 대회 목표는 319였습니다. 기존 PB는 서울마라톤때 기록한 325.
문제는 10k를 뛰던, 하프를 뛰던, 풀코스를 뛰던...항상 저의 문제는 초반 오버페이스였습니다.
그래서 이번 제마에선 초반 오버페이스를 조심하고, 좀 더 플랫하게 페이스를 유지하는 게 가장 큰 목적이었고, 그 것만 잘 지키면 320안에는 충분히 들어올 거라 생각했습니다. 페이스는 435~440으로 초반 페이스. 그리고 35k 이후에는 450까지 밀려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평균페이스 444는 맞출 자신이 있었고, 나름 보수적인 목표라 생각했습니다.
스타트부터 너무 빠르지 않게, 하지만 뒤쳐진다는 느낌이 들지 않도록, 적당한 속도감을 유지하면서 페이스를 억눌렀습니다. 양화대교를 지나 노들길 병목에서도 무리한 추월 없이 그냥 느긋하게 달렸습니다. 언덕에서는 페이스를 조금 포기하면서 케이던스를 올렸고, 내리막에서도 절대 무리하지 않으며 약간의 탄성 주행만 하며 그렇게 10k, 20k... 드디어 하프를 통과... 하프기록 1시간 36분.
그래... 딱 원했던 페이스. 이 정도면 대성공이다. 너무 잘하고 있다...침착하게 이대로 밀고 가자... 라고 혼자 생각하며 레이스 후반을 행해 달렸습니다. 그렇게 30k까지 무난하게 잘 달렸고 드디어 30k...
30k 2시간 18분 PB.... 잘했어, 잘했어...이거야.
31k를 넘는 순간 약간의 페이스 저하가 왔지만...그래도 그 때만해도 평페가 436정도 였습니다. 어느 정도의 페이스 하락은 맘편히 받아들이자...라는 생각이었기에 무리하지 않고 계속 뛰었습니다.

35k를 넘어가면서 드디어 사점이 오기 시작하면서 몸에 힘이 빠지고, 페이스도 떨어졌지만...그래도 잘 버티고 버티면서 38k를 통과. 평균페이스 440...그래 남은 4k 450으로만 가자.
그런데...학여울역 구간 유턴을 하고 램프구간 오르막을 지날 때 부터 갑자기 다리에 쥐가 올라오기 시작했습니다.
잠깐 한번 멈춰서 응원하시는 분들의 도움을 받아 파스를 뿌렸습니다. 할 수 있다...이제 3키로도 안남았어...가자!
아... 그런데 경련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전에 느껴보지 못한 경련이였습니다. 도저히 ㅠㅠ 뛸 수가 없더라구요.
39k지점 헬리오시티 앞 지하차도에 다다랐을 때는 그냥 주저 앉는게 아니고 다리에 경련이 너무 심해... 한쪽 다리를 편채로 쓰러졌습니다 ㅠㅠ 옆에서 교통통제하시던 모범운전 택시 기사 분께서 제 다리를 몇 번이고 펴주셨지만 한쪽 쥐가 멈추면 반대쪽 다리가... 다리가 멈추니 이번에는 복근에도 쥐가... 복근이 멈추면 가슴과 뒷 목까지도 쥐가 올라왔습니다.
와...정말 어찌 할 수가 없더라구요. JTBC관계자 분도 오셔서 도와주셨고...응급처치 자원봉사자분, 나중에는 119 구급대원 분께서도 와주셨습니다. 정신차리고 일어나려면 다시 쥐가 나고, 누워있어도 쥐가 나고... 도저히 안풀렸습니다. 구급대원께서 자꾸 몸을 일으키려고 하면 복근에 계속 쥐가 난다... 그냥 하늘 보고 누워계셔야 한다...

네.. 하늘을 바라보고 누었습니다. 할 수 있는게 없었거든요.
JTBC 관계자로 보이는 어떤 여성분께서 소금사탕 같은 거 4알과 식염수를 제 입에 부워 주셨고...
약33분 가량을 그 지하차도 옆에서 그렇게 허무하게 보내고... 응급처치 자원봉사분의 부축을 받으며 간신히 일어나 천천히 걸었습니다. 다시 쥐가 날 것 같았지만 완주는 해야겠기에 그냥 참고 조심조심 걸었습니다. 그렇게 걷다 보니 조금씩 조금씩 뛰어지더라구요.
하.. 그래... 그래도 뛰어서 골인하자... 움직여지지 않는 다리를 가까스로 움직이며 겨우겨우 뛰었습니다.
골인 지점이 보입니다. 아... 하나도 기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결국 완주...

그래도 완주는 했습니다. 완주는 늘 대단하다고 생각하기에, 내 자신을 칭찬하고 싶습니다.
오늘의 경험은 정말 잊지 못할 경험이었고, 즐겁고 기쁘기도 했으며, 가슴아팠던 순간이었습니다.
사실 제가 엄지 발톱 염증으로 고생하면서 한동안 제대로 뛰지도 못했지만...
가장 중요한 순간에 장거리 LSD를 하지 못한 것이 가장 큰 패착이었던 것 같습니다.
여름내 했던 언덕훈련, 더운날씨에 적응한다고 땀흘리며 뛰었던 주말 오후 러닝들... 그런 노력의 시간이 결국 결실을 맺지 못하고, 한번의 부상으로 모든 걸 망친 것 같습니다.
집에 도착 후 샤워하고 나오는데... 무언가가 톡~ 하고 떨어집니다.
나를 괴롭히고 괴롭혔던 발톱이 허무하게 빠져버렸습니다.

아이고... 드디어 빠지는구나... 너도 참 애썼다. ㅎㅎ
오늘 대회장에서 만난 달린당 회원님들. @해봐라 @울버린 @엉덩제리 @potatochips @샤일리엔 님 너무너무 반가웠고요.

그리고 앙기 흔들어 주시고, 피로회복제와 염분사탕까지 챙겨주신 @미스테리알파 님 너무너무 감사하고, 반가웠습니다.
저는 이제 훌훌털고...다시 일어나도록 하겠습니다 ㅠㅠ
다시 달려야죠!
참가하신 모든 분들 정말 애쓰셨습니다.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댓글 (34)
- 바
바날동크
25.11.03 · 119.♡.238.71
-
프프시케
→ 바날동크 작성자
25.11.03 · 59.♡.111.98
가끔 러닝 유튜버 분들 쥐나서 걷고 멈추고 하는 거 보면서 '훈련 열심히 안했나 보네~' 라고 무심결에 생각했던 제 자신을 반성하게 됐습니다.
막상 제가 겪고 보니... 그리 쉽게 말할 수 있는 게 아니었습니다. 쥐가 한번 심하게 오면 정말 답이 없더군요 ㅠㅠ -
샤샤일리엔
25.11.03 · 59.♡.234.125
아이고오... 제가 달려가야할 길 앞쪽에서 그러한 일들이 있으셨군요.
만나뵈었을때 하나도 몰랐었습니다. 워낙 괜찮아보이셔서요.. ㅠㅠㅠ
다음번 풀에서는 쥐없이 무탈히 319이내로 꼭 달성하셨음 좋겠습니다!
열심히 응원할게요~ 정말 축하드려요! -
프프시케
→ 샤일리엔 작성자
25.11.03 · 59.♡.111.98
완주하고 골인 지점 통과하니 또 그런대로 걸을 만 하더라구요... ㅎㅎ
그 뒤로 밥먹고, 지하철타고, 또 운전까지 잘 하면서 온 걸 보면 또 허무해 집니다.
샤일리엔님도 축하 드립니다. 수고하셨어요~ -
미미스테리알파
25.11.03 · 110.♡.51.163
에고고...
어제 현장에서는 담담하게 계셔서 당연히 좋은 기록에 마무리하셨겠거니 했는데 말입니다
소금사탕과 마법의 물약은 뛰기전에 드렸으면 해서 미리 챙겨간건데 현장에서 만나질 못해
이렇게 되니 미리 전달 못해드리고 완주후에 드린게 더 안타깝습니다 ㅠㅠㅠ
그래도 완주로 마무리하셨느니 정말 대단하십니다 -
프프시케
→ 미스테리알파 작성자
25.11.03 · 59.♡.111.98
다모앙 여러분들 뵐 때는 또 괜찮더라구요. 다음 대회 전에는 @미스테리알파 님이 주신 마법의 물약과 소금 사탕 꼭 챙겨 먹고 뛰겠습니다. 오랜 시간 앙기 들고 자리 지켜 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덕분에 회원님들 흩어지지 않고 잘 만날 수 있었습니다.
고생 많으셨어요! -
이이런이런
25.11.03 · 119.♡.37.18
이정도의 쥐가 나는건 장거리 부족도 원인일수 있지만 수분 ,염분등 부족이 원인일수도 있을듯합니다
대회전날 이온음료 섭취량과 당일 레이스중 급수대 활용등등 면밀하게 분석해보시는게 좋을듯합니다
35까지 잘 끌어오셨는데 많이 아까우셨겠어요
부상없이 겨울 잘 보내시면 봄에 좋은 결과로 보답할거같아요
주로 상황 AI그림이 너무 리얼하네요
고생하셨습니다^^ -
프프시케
→ 이런이런 작성자
25.11.03 · 59.♡.111.98
저도 집에 와서 이런저런 복기를 해 보았는데... 2-3일 전 부터 포카리를 한 투 통은 마신 것 같아요. 전해질 음료랑 BCAA까지.
뛰기 전에 식염포도당 캔디도 서너개 미리 먹고, 에너지젤 보급도 8k 마다 잊지 않았고, 주로에서 급수도 전부 했거든요.
수분이나 염분 문제라기 보다 훈련 부족이 원인 같습니다.
원래 제가 35k, 32k, 30k 세번의 LSD를 하기로 계획했다가 30k LSD 한번하고 발톱에 염증이 생겨서 그 뒤로 장거리를 못 뛰었습니다. 아마도 그게 원인 인 것 같아요. 동마 때는 혼자 풀코스, 35k, 30k... 이렇게 뛰고 나갔었거든요.
뭐.. 이제 와서 의미는 없겠지만... 다음 대회 때 좋은 약이 될 거라 생각하고, 다음엔 대회 준비 잘 하도록 하겠습니다.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
엉엉덩제리
25.11.03 · 106.♡.10.14
에고 발톱;;;
아프셨겠네요ㅠㅠ 빠지기 전까지는 계속 신경 쓰이고요.
만나서 반가웠습니다ㅎㅎ
고생 많으셨습니다~! -
프프시케
→ 엉덩제리 작성자
25.11.03 · 59.♡.111.98
염증 생겨서 고름 짜내기 전까지만 아프고, 그 뒤로는 통증은 크지 않았습니다. 다만 뛰기가 힘들어서 많이 못 뛴게 문제가 된 것 같아요. 어제도...달리는 내내 아프거나 하진 않았어요. 뭔가 덜렁거리는 느낌만 조금...
엉덩제리님 봬서 너무 반가웠습니다. 달린당에 몇 안계시는 다음 서브3 주자가 되시길 진심으로 응원 드리겠습니다.
고생하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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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지난 지방 대회때 엉덩이 밑으로 쥐가 .. ㅜㅜ
고생 많으셨습니다.
완주를 축하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