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회후기
생애 첫 풀 마라톤(JTBC) 후기 (긴 글 주의)
엉덩제리

Lv.1 엉덩제리 (183.♡.10.74)

2025년 11월 3일 PM 07:02 · 수정됨(11. 05. 09:24)

조회 557 공감 0
안녕하세요? 엉덩제리입니다.
어제가 아 기다리고 기다리던 대망의 JTBC 마라톤대회였죠.

당일 컨디션이 나쁘진 않았습니다.
32k 실전주 성공으로 뭔가 자신감도 올라와있는 상태였고
거의 2주전부터 10시 취침 4시 기상으로 수면패턴도 오케이.
월화수 고단백 저탄수하면서 거의 20년내 최저 몸무게 달성하면서 키빼몸도 108로 어느정도 오케이.
목금토 카보로딩도 아주 오케이.

같이 훈련하는 팀원들중에 비슷한 동네 주민이 몇명 있어서 새벽에 같이 택시 타고 대회장으로 편안히 이동했습니다.
도착하자마자 거의 바로 짐 맡기고 팀 사람들과 모여서 노가리 까면서 스트레칭도 하고 긴장 좀 풀고 있다가 단체사진 찍고 2키로 정도 뛰었고요.

이제 풀 집합 장소로 이동하는데,
전 이번이 첫 풀이라 제일 끝 그룹인 G그룹으로 되서 대부분 앞 그룹인 팀원들과 인사를 하고 마지막 응원을 하고 헤어집니다.
전 병목을 어떻게든 피한다고 F그룹 젤 뒤에 서 있다가 G그룹 거의 젤 앞에 자리잡게 되었습니다.

그래도 병목은 어쩔 수 없었습니다.
초반에 최대한 오버페이스 안 한다고 했는데
이건 뭐 속도를 내고 싶어도 못 내니 너무너무 답답했어요.
와리가리 하면서 뚫어도 한계도 있고, 에너지 낭비도 넘 심하고;;
1차선으로 줄어들어 병목이 제일 심했던 6키로쯤의 노들길에서는 페이스가 거의 7분대까지 떨어진 적도 있더라고요;;;
휴 여기서 까먹은 시간이 몇분인지ㅠㅠ

거길 통과하니 이제 좀 제 페이스대로 달릴만해졌습니다.
이때부터는 진짜 재밌게 달렸습니다.

최대한 오버페이스 안 하려고 심박수를 주의 깊게 보면서 뛰었는데 목표 페이스인 4:25에서도 150 초반으로 안정적이었고,
어쩌다 더 빨리 달리게 되서 4:15~4:20 페이스에서도 심박수가 160을 안 넘는 놀라운 안정성을 보여줘서 까먹은 시간 만회를 하자는 생각에 4:20으로 쭈욱 밀려고 했습니다.
14~35키로 정도까지 쭈욱 이 페이스로 달렸는데도 심박수가 150~160초반으로 되는 걸 보고
아 좀만 더 연습하면 다음에 서브3도 노려볼 수 있겠다 하고 잠깐 달콤한 꿈도 꾸었네요ㅋㅋㅋㅋ
그렇게 중반 20키로 정도는 주로 옆의 응원 덕분에 신나게 뛰었습니다. 힘든 느낌도 안 들 정도로요.
예상했는데 끝나고 보니 하프 PB도 찍혔네요.

그러다 학여울역 가는 길 업힐부터 슬슬 다리가 자기주장을 하기 시작합니다ㅋㅋㅋ
종아리와 대퇴사두근, 햄스트링이 번갈아 가면서 쥐가 올라올랑 말랑하다보니
원래 계획대로라면 35키로부터 페이스를 더 올릴 생각이었는데 그랬다가는 제대로 근육 경련이 생길 것 같아 현상 유지, 아니 페이스는 점점 떨어져만 갑니다.

반복되는 업힐과 다운힐로 다리 근육은 이제 한계;;;
우리 팀(PAC) 응원단에서 39키로쯤인가 맥주를 한잔씩 나눠 줬는데, 알코올이 들어가면 혈액순환이 잘 되서 좀 풀릴까 싶어서 한잔 받아 마시긴 했는데 글쎄요ㅋㅋㅋㅋ 오히려 이것땜에 더 떨어진건지 좋아진건지는 몰겠습니다.
그나마 응원하시는 분들이 주는 레몬과,
설상가상 이젠 팔도 저려오고, 약간 현기증이 날 것 같은 느낌에 샤인머스켓, 포션 같은 것들로 간신히 버틴 것 같았습니다. 우리팀, 타팀, 그리고 그냥 응원 나오신 분들 다 고맙더라고요.

피니시 라인이 보이는 지점에서, 싱글까지 남은 시간과 제 페이스를 아무리 계산해도 도저히 달성은 안 되지만, 오버되는 시간이라도 줄여보자는 생각에 그래도 마지막 힘 쥐어 짜내서 속도를 조금 올려보았습니다.

들어오고 나서는 별로 숨이 차지도 않았습니다. 다리만 완전히 털렸기 때문에 숨이 찰 정도로 뛸 수도 없었던 거겠죠.
아쉽게도 목표는 달성 못 했지만, 정말 재밌고 신나게 뛰었고, 느낀 점도 많은 대회였네요.

뛰고 나서는 다리가 엄청 아팠는데, 뒷풀이 간다고 좀 걸었더니 좀 풀렸나 봅니다. 생각보다 멀쩡해서 이상했습니다.
근데 뒷풀이 끝나고 집에 가는 길에는 도핑 약효가 떨어졌는지, 술이 들어가서 그런건지, 긴장이 풀려서 그런가 그 때부터 관절과 근육들이 비명을 지릅니다ㅋㅋㅋ

뒷풀이 때 팀의 한 형님이 해준 말이 기억에 남더라고요.
  "오히려 이번에 싱글 목표 달성 못 한 게 다행이다. 첫 풀에 쉽지 않은 목표인 싱글 달성했으면, 그 다음 목표인 서브3가 바로 눈 앞에 보이니깐 욕심 부리고 무리하게 되고 그러다 부상이라든지 그르칠 수 있다.
  이번을 교훈 삼아서 차근차근 다시 하면 더 안전하고 건강하게 목표 이룰 수 있다."
라는 말에 정말 십분 공감이 되었습니다. 위로도 되었고요.
아쉽긴 하지만 조급해하지 않고 다음 목표를 위해 노력해야겠습니다. 글구 약간 아쉬워야 더 열심히 하죠ㅋㅋ
기록 제출로 다음 풀 대회에서는 어느 정도 앞에서 출발하니 병목도 줄어들 거고, 운영 미숙도 어느 정도 개선될 거니깐 더 나은 상황에서 뛸 수 있다는 점도 긍정적인 포인트가 되겠네요.

끝나고 달린당 분들 만난 것도 좋았습니다.
온라인에서 글로만 보다가 직접 뵈니 따로, 또 같이 뛰는 동지가 생긴 것 같아 든든합니다.
해봐라님 다시 만나서 반가웠고, 샤일리엔님, 프시케님, potatochips님, 울버린님 반가웠습니다.

아직 대회 큰 게 그래도 몇 개 더 남았을 텐데, 준비하시는 분들 끝까지 잘 하시고, 재밌고 즐겁게 뛰시고 원하는 바 이루시길 응원합니다~!

댓글 (30)

  • 이런이런

    이런이런 Lv.1

    25.11.03 · 119.♡.37.18

    초반 병목을 생각하면 무난하게 싱글 하셨겠어요
    이제는 서브3를 목표로 훈련 스케줄을 짜셔도 무리가
    없갰네요
    봄 풀마 서브3를 위해 겨울동안 부상없이 즐겁게 달리세요^^
  • 엉덩제리

    엉덩제리 Lv.1 → 이런이런 작성자

    25.11.04 · 183.♡.10.74

    ㅎㅎ네 그랬길 바라야죠.
    다시 열심히 준비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샤일리엔

    샤일리엔 Lv.1

    25.11.03 · 59.♡.234.125

    기록이 댑따!! 좋으십니다 ㅎㅎ
    내년에는 3시간 언더로 들어오실 수 있을것 같아요!

    글고 잠깐이나마 만나뵈어 정말 반가웠습니다^^
    다시한번 멋진기록으로 완주하신점 정말 축하드려요!!!
  • 엉덩제리

    엉덩제리 Lv.1 → 샤일리엔 작성자

    25.11.04 · 183.♡.10.74

    감사합니다~!
    저도 무지 반가웠습니다ㅎㅎ
    내년에는 꼬옥!!!
  • 프시케

    프시케 Lv.1

    25.11.03 · 59.♡.111.98

    첫 풀을 정말 멋지게 달리셨네요. 보통 일반 러너들이 첫 풀에서 저지르는 실수도 거의 없으셨고요. 싱글까지 하셨으면 더 좋았겠지만, 동료 분이 말씀하신 것처럼 이 기록이 오히려 좋은 약이 될 거라 믿습니다.
    멋진 기록 다시 한번 축하 드리고, 고생 많으셨습니다.
    다음엔 서브3 가즈아~~ 화이팅하세요!
  • 엉덩제리

    엉덩제리 Lv.1 → 프시케 작성자

    25.11.04 · 106.♡.10.14

    운영면에서도 아직 고칠 게 있는 것 같지만 그래도 치명적인 실책은 없었던 거 같아요.
    감사합니다ㅎㅎ
    앞으로 더 정진해야죵.
    내년에는 꼬옥 서브3 가보겠습니다ㅋㅋ
  • 단트

    단트 Lv.1

    25.11.03 · 182.♡.116.174

    예전부터 꾸준히 달리시는 모습 인상 깊게 봤습니다.
    첫 풀에서 이렇게 좋은 기록을 내시다니 정말 대단합니다.
    싱글에 근접한 기록이라니 놀라울 따름이네요.
    다음에는 분명 싱글을 넘어설 거라 믿습니다.
    좋은 기록으로 완주하신 것 축하드립니다 🎉🎉🎉
  • 엉덩제리

    엉덩제리 Lv.1 → 단트 작성자

    25.11.04 · 106.♡.10.14

    좋게 봐주시고, 축하해주셔서 감사합니다ㅎㅎ
    응원에 힘 입어 더 열심히 하겠습니다!!
  • 바날동크 Lv.1

    25.11.03 · 119.♡.238.71

    와... 기록 멋지네요.
    풀코스 완주 축하드립니다.
    다리가 자기 주장을 한다는 표현도 멋지시고, 고생하신 후기글 잘 읽었습니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회복 잘 하시길...
  • 엉덩제리

    엉덩제리 Lv.1 → 바날동크 작성자

    25.11.04 · 106.♡.10.14

    주인놈아 너만 너무 재미 보면 안 되지? 라면서ㅋㅋㅋ
    축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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