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비 (58.♡.93.39)
2025년 11월 11일 PM 07:55 · 수정됨(11. 12. 16:21)
■ 본격적인 풀마 준비
올해 3월부터 본격적으로 풀마라톤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기존 10에서 12k로 기본 조깅거리를 늘리고, 페이스보다는 심박 140 언더 유지를 목표로 삼았어요
기본 주간 루틴은
월,화 : 조깅
수 : 빌드업
목 : 조깅
금 : 휴식
토 : 장거리 (21이상-)
일 : 조깅
이고, 몸이 피곤하거나 비가오면 고민 없이 쉬었습니다
부상으로 두달 가까이 날려버린 경험은 정말 무서웠거든요
마일리지는 300정도 쌓았습니다
하반기에는 10k, 하프 대회를 풀 모의고사로 삼았어요.
결과는 10K 41분 후반, 하프 1시간 33분으로 조금은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다만 대회 시즌과 일정이 겹치면서 32k 이상의 장거리 훈련은 하지 못했고, 그마저도 빠른 조깅 페이스(5:50) 여서 걱정은 됐어요
고민끝에 풀마 페이스는 런얼라이즈와 챗지피티를 참고해 3:30 기준 각 구간별 세부 페이스 계획을 세워 둡니다.
■ 보급 전략
지난 두 번의 하프 대회에서 18km 이후 손발이 저릿한 전기 흐르는 느낌이 들었는데
그때 챗선생이 체내 염분 부족을 의심하더군요.
처음으로 식염포도당을 샀는데 처음 먹고 그 짠맛에 적잖이 놀랬지만 약이라 생각하고 먹었습니다.
보급 계획은
에너지젤 : 8k마다
식염포도당 : 10,20,30k
마지막 젤 : 카페인 에너지젤
평소 젤 먹는걸 너무 힘들어 하는데(그 특유의 텁텁함과 입이 마르는 느낌이 별로에요. 손이 끈적거리는것도..) 허기지면 답이 없다는 걸 뼈저리게 느껴서 힘들더라도 꾸역꾸역 밀어 넣었습니다.
정말 젤 먹기 힘들때는 포도당 캔디 먹기도 했구요
■ 대회 당일
대회 당일 아침에는 폭우 수준의 비 예보가 있었는데, 실제로 제법 내렸습니다.
집결지는 텐진 한복판이라 별도의 워밍업 공간이 없어 실내 스트레칭만 하다 출발 대기 했어요 워밍업 조깅없이 처음 맞는 대회라서 살짝 걱정되더군요
대회접수때 목표기록 3:30 적었더니 C조 배정을 받았고,
조별 순차 출발이 아닌 S, A, B, C 동시 출발이라 초반에 병목이 심했습니다.
안내문에 별도의 그룹별 출발시간 공지가 없어서 의아했는데 안내방송후 바로 출발이라 좀 멘붕이었어요;;
시내도로 통제가 힘들어서겠지만 왜때문에 다 같이 출발 하는거냐고ㅋㅋ
덕분에 2km까지는 누적 페이스 5:30이 떠서 꽤 불안했습니다.
다만 3km 이후부터는 여유가 조금 생겨 5:00 페이스로 회복,
5km부터 주로가 안정되면서 본격적으로 대회를 즐기기 시작했어요.
10km 이후에는 페이스보다 심박 관리에 집중했습니다.
지피티가 알려준 스윗스팟이 있었는데
하프 통과 1:44~1:45 / 평균심박 155 이하면 330 언더 충분히 가능이라고 알려줬거든요
20km 부근에서 갑자기 왼쪽 대퇴가 "나 여기 있다? 안녕??" 인사하더라구요ㅋㅋ
평소엔 아무 느낌이 없던 부위라 이런 근육도 있었네 하다 말았는데 좀 신기한 경험이었습니다
하프 반환점은 규슈대학 캠퍼스 안이었는데, 여기서 학교 응원단의 단체 치어리딩이 있었고 정말 멋졌어요!
칼군무에 노래도 신나서 업힐 구간인 것도 잊고 신나게 달렸습니다.
두 업힐을 지나 3:30 페이서 그룹을 만났고 뒤따라 가기 시작했어요
생각보다 그룹 팩이 컸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조금 느린가? 답답하다는 느낌이 들더군요
여기서 더 있다가는 늘어질 것 같다는 생각, 레이스 후반에 그룹을 가르기엔 부담되서 미리 당겨두기로 결정.
25k쯤 그룹 앞으로 나섰습니다.
■ 후반 – 진짜 풀코스의 시작
28km 부근부터는 해안도로에 접어들었고, 역풍이 꽤 강했습니다.
하지만 비가 그치고 해가 비치기 시작해서 더워지던 차에 "오히려 좋아!" 자신을 속여봅니다ㅋ
30km 이후부터는 찐 풀마 시작!
왼쪽에 이어 오른쪽 대퇴도 뻣뻣해지고,
“여기까지 왔어? 응~ 이제 시작이야ㅎㅎ” 몸소 실감났어요ㅋㅋ
31k 지점 업힐에서 카페인 젤(팔라티노스 젤)을 반만 섭취했습니다.
대회전날 제비오스포츠에서 직원 추천으로 산건데 ,먹기 정말정말 힘들었지만 효과 하나는 확실했어요
얼마 지나지 않아 눈이 번쩍! 뜨이고 시야가 맑아지는 기분. 일하다가 아아 한잔 쭉 때려 넣을때 그 느낌이 났어요
다만 그 직후 심한 갈증이 와서 물을 두컵이나 받아 먹었습니다
다음 풀마땐 카페인젤은 먹지 않을까 생각중이네요
32k부터 하나 둘 걷는 러너가 보이기 시작
나도 잠깐 멈출까?라는 생각이 들어서 깜짝 놀랬고 이 악물고 달렸습니다.
승모도 뻣뻣하고 어깨도 저려오는 시간
이때부터 다운힐도 더이상 전혀 즐겁지 않았고, 거리가 줄지 않는 느낌이었어요.
35km 이후로는 작은 언덕 하나에도 힘이 쭉쭉 빠졌습니다.
애플워치 거리가 대회 표지판보다 3~400m 길게 찍히자 괜히 짜증도 났습니다ㅠ 누가 자꾸 표지판 뒤로 밀어내고 있는거 아니냐고 찾아서 잡아내라고ㅋㅋ
40km 지점에서는
다 왔다보다는 아직 2.2 넘게 남았다 라는 생각에 숨이 턱턱 막히는 기분
하지만 양옆에서 목이 터져라 응원해주는 학생들 덕분에 마지막 힘을 쥐어 짜냈어요.
온전한 선의로 목이 쉬던 말던 간바레 외쳐주던 학생은 정말 못 잊을것 같네요ㅠ
41km 후반, 멀리 피니시 라인이 보였고
그 순간부터는 머릿속이 새하얘지면서 그냥 달렸습니다.
몸에 남은 힘이 하나도 없다 생각했는데도 속에서 끓어 오르는 뭔가가 느껴집니다
러너스하이? 세컨윈드? 그도 아니면 마지막절규ㅋㅋ
골인 영상이 남는 걸 알고 있어서 미리 생각해둔 포즈로 마무리!
■ 피니시 이후
결승선을 지나며 정말 묘한 감정이 몰려왔어요.
짧은 찰나였는데 지나치게 더웠던 여름, 천둥치던 새벽의 우중런, 싱글렛에 소금밭을 만들던 빌드업 등등
모든 순간이 스쳐가며 눈가가 촉촉해지는ㅠ
사진으로만 봤던 완주 타올이랑 메달을 받고나니 다 뛰었구나 다 끝났네 실감이 들더군요
330 언더라는 목표달성도 정말 짜릿했습니다!
■ 대회 후기
후쿠오카 마라톤은 정말 운영이 깔끔한 대회였습니다
출발 전 대기 광장에 간의화장실이 끝없이 늘어져 있는걸 보고 적잖은 충격을 받았었고
주로 중간 곳곳에 “앞쪽 XXm 후 화장실 있음” 안내판이 있었어요
간이 화장실도 구역당 최소 8개 이상!
급수대도 완벽했습니다.
경험했던 가장 깔끔한 급수대 운영이었어요
안내문에서 언제 급수대가 나오는지 어느구간에서는 이온음료 없이 물만 주는지, 간식은 어디서 나오는지 다 알려 줍니다.
급수대간 간격도 일정하지 않은데 이게 코스랑 관련이 있어요. 표에 29.2 이후 31.1에 바로 또 급수대가 나오는데
업힐 전이라서 든든히 먹고 가라는것 같았습니다ㅋㅋ
후반부에서는 더 촘촘한 간격으로 급수대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대개 2.5나 3 혹은 5k마다 동일간격간 급수대를 두고, 그나마 작은대회는 급수대 간격이 일정치 않은데
이렇게 세세하게 알려줘서 정말 큰 힘이 됐어요
덕분에 대회장에서 나눠준 페이스 가이드 팔찌에 급수대를 모조리 다 적어서 갔고 이를 기반으로 젤보급, 나트륨 섭취 했습니다.
힘들다가도 팔찌 보면서 조금만 더 가면 물 마실수 있어!
이번엔 두컵 먹자 등등 속으로 응원하기도 했어요ㅋㅋ
봉사자분들이 급수대 사이사이 비닐봉지를 들고 서 있어서, 젤 껍데기나 물컵을 버리기 좋게 해줬어요
덕분에 주로가 매우 깨끗했습니다.
물론 그 좋은 환경에도 주로 한복판에 젤 껍데기 버리는 사람은 있지만요ㅎㅎ
기억하기로 내리 3년째 비가온 대회였는데 11월 초 였지만 기온이 20도 가까이 올라 해뜨는 날이면 쉽지 않겠단 생각이 들었어요.
대회 일주일 전부터 날씨 체크하고 멀쩡하다 왜 하필 대회날만 비가 오는거냐고 너무한다고 투정부렸던 지난날을 심히 반성합니다ㅋㅋ
대회 접수가 선착순인데 생각보다 어렵지는 않았어요. 아마 접수당일 오후까지도 열려있었던걸로 기억합니다.
다만 특히, 대회주간 콘서트도 겹쳐서인지 숙박비가 살벌했습니다. 금토일월 3박일정이었는데 그 작은 호텔비가 정말;;
대회만 노리면 아깝단 생각이 들다가도, 런트립 일정으로 오호리공원 조깅도 하고 면세 러닝화 러닝용품 쇼핑도 같이 한다면 꽤 괜찮은 여행 같아요.
내년 대회 접수한다면 접수후 수시로 체크해서 호텔 예약은 미리 필수로 해 두시길!
특히 오호리공원이 정말 좋았습니다. 일본 러너들 구경도 잘 했고 조깅후 스벅에서 먹은 라떼는 정말 최고!






댓글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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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프시케
25.11.11 · 59.♡.111.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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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꿀비
→ 프시케 작성자
25.11.11 · 58.♡.93.39
감사합니다!
후기를 쓰면서 기억을 되짚어 봤는데 꿈만 같던 시간이었어요
여운이 꽤 오래 남네요 :) -
이이런이런
25.11.11 · 118.♡.83.237
자세한 후기 감사합니다 가깝기도 해서 한번 고려해봐도 좋을 대회네요^^ -
꿀꿀비
→ 이런이런 작성자
25.11.12 · 58.♡.93.39
대회 참가가 아니더라도, 특가 항공권을 구한다면 후쿠오카 런트립 추천합니다
오호리공원은 꼭 달려보시길ㅋ -
햄햄토리
25.11.11 · 1.♡.221.39
글 잘 쓰시네요. 후기 재미나게 잘 봤습니다. 달리다가 근육이 안녕 하고 인사하면 당황스럽긴 하겠네요. 훈련의 결과가 기록으로 보답되어서 정말 좋았겠어요. 저도 꾸준히 해서 하프 부터 도장 깨고 따라가겠습니다. -
꿀꿀비
→ 햄토리 작성자
25.11.12 · 58.♡.93.39
러닝이 재미있는게 가시적인 성과가 선명하다는 점이 컸어요. 차근차근 하나씩 해쳐가나는 느낌이 좋았습니다.
즐거운 러닝생활 되시길 :) -
별별다
25.11.11 · 221.♡.106.87
우아 멋지십니다!
다신 한번 완주와 PB 달성 축하드립니다.
멋진 후기를 보니 저도 언젠가 해외에서 한번 뛰어보고 싶네요! -
꿀꿀비
→ 별다 작성자
25.11.12 · 58.♡.93.39
감사합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잊지 못할 기억으로 남을것 같아요. -
Ddiynbetterlife
25.11.11 · 59.♡.103.12
한여름 싱글렛을 소금밭으로 만들며 훈련했던게 풀마라톤 완주로 이어졌네요. 축하합니다.
체내 염분 부족이어도 손발이 저리군요. 처음 알았습니다. -
꿀꿀비
→ diynbetterlife 작성자
25.11.12 · 58.♡.93.39
보급이 정말 중요하다고 느꼈어요.
보통 에너지젤만 챙겨 가는데 전해질 밸런스도 신경써야겠더라구요.
비슷한 경험이 있다면 한번 챙겨드셔보시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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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풀코스 327완주 다시 한번 축하 드리고, 수고 많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