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소년이 온다 - 한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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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대학교 때 5.18이 무엇인지 처음 접했던 것 같습니다. 학생회관 지나가는 길에 전시되어 있는 그 사진들, 솔직히 무서웠습니다. 가까이 가서 보고 싶지 않은 사진이어서 그냥 외면하고 갈 길 갔던 것 같습니다. 그 당시 제 관심사는 사회나 역사 정치가 아니고 고등학교때의 관성이 그대로 남아 그냥 수업듣고 공부하고 시험치고 가끔 놀러나 가고 뭐 그런 거였거든요. 생각해보면 철도 없고 아는 것도 없는, 그냥 몸만 크고 나이만 20대인 청소년이었던 거 같습니다.
시간이 흘러 흘러 그게 뭔지 알게 되었을 때 잘 이해가 안되었던 거 같습니다. 그런 일이 진짜 있었다고? 밝은 대낮에 도심에서?
그러다 저를 가장 강렬하게 때려준 게 바로 한강 님의 "소년이 온다"라는 소설이었습니다. 이 때는 아이들이 있는 시절이라 그런지 그 소설에 나온 내용 하나하나가 읽다보면 책장을 덮고 싶을 만큼 끔찍하고 어둡고.. 화가 나더군요. 어떻게 이런 일이, 단죄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이 소설의 비극적인 순간은 너무나 많지만 인상에 남았던 것 중의 하나는 주인공 격이라고 할 수 있는 어린 친구가 죽는 장면을 묘사한 거였습니다. 구구절절히 무슨 감정을 늘어놓지도 않고 그래서 그는 생을 마감했다 라고 명확히 알려주지도 않아요. 주변 상황묘사로 이 친구가 죽었구나를 알게 만들죠. 근데 그게 너무 현실같아서 싫었습니다. 모든 사람은 하나의 우주와 같다는 데 그 우주의 소멸이 정말 아무것도 아닌것처럼, 그냥, 허무하게 일어난 거지 않습니까. 광주민주화운동에서 있었던 그 수많은 죽음들이요.
소설을 읽고 그냥 우울해서 한동안 침대에서 못나왔던 거 같아요. 이런 일이 왜 일어났을까, 그 대답은 까마득히 멀리 안개속에 있는 것 같고, 이런 일이 다시 안일어난다는 보장이 있나 라는 질문에 그럼 이라고 대답하기 힘들더군요.
부디 이런 소설은 다시 쓰여지지 않았으면 한다는 바램으로 글을 끝냅니다.
누가늦으래요님의 댓글
며칠 전에 할레드 호세이니의 [천 개의 찬란한 태양] 읽었다 후회했어요. 아프칸 얘기라 대충 짐작은 했지만, 읽는 내내 아프고 분하고 더럽다는 생각까지 들어서...
마음의 위안을 얻으라고 했더니 절반의 약자인 여성을 그렇게 학대하고 죽이는지... 그래서 저는 제도권 종교를 믿지 않습니다. 호세이니의 [연을 쫓는 아이]도 사 뒀는데, 한 참 지나야 읽게 될 것 같아요.
동짓달님의 댓글
루이 16세를 처형하고 곧 새세상을 만들수있을것 같았던 프랑스혁명이 전진과 후퇴를 반복하며 100년이나 걸린걸 보면, 민주사회로의 전진이 참으로 요원한것같지만 그래도 조금씩 변하고 있으니 굴하지말고 깨어있는 시민으로 할 바를 다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