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 녹두빈대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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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께서 직장생활을 하셨기 때문에, 어머니께서 직접 하신 요리를 먹을 기회가 없었습니다.
그런 어머니께서 나름의 실력 발휘를 하실 기회가 일 년에 한두 번이 있었는데, 메뉴는 거의 언제나 녹두 빈대떡.
녹두를 한 대야 가득 물에 담궈 불리면, 껍질이 자연스럽게 벗겨져 나옵니다. 그러면, 체를 이용해서 껍질을 버리고 알맹이만 골라서 믹서기에 넣습니다.
믹서기는 무려 미국제 Osterizer 사 제품. 영어는 읽을 수 없었지만, 알파벳은 띄엄띄엄 알았기에, 발음도 못 했던 이름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습니다. (미국사람들도 이름이 어려웠는지, 이후 Oster 라는 브랜드로 이름을 바꿨습니다.) 벽장에서 고이 잠들어 있다가 일년에 두 번 꺼내져 내려오는 반짝반짝한 미제 블렌더. 여기에 불린 녹두콩을 몇 국자 떠 넣고 스위치를 올립니다.
아마도 어머니께서 결혼하면서 장만하셨을 법한 이 미제 블렌더는 정말 고장도 안 나고 믿음직하게 콩을 갈아냈죠.
그렇게 한 대야 가득하던 녹두콩은 다시 한 대야 가득한 녹두 반죽이 됩니다. 거기에 이런저런 내용물을 잘 섞어서 팬에 지집니다. 하루 종일 부쳐대는 빈대떡 때문에 온 집안이 기름 냄새가 진동했지만, 어릴 적에야 뭐 그저 어머니께서 집에 계시다는 것만으로도 신나고 좋았습니다.
어머니께서는 어디서 녹두빈대떡 만드는 법을 배우셨을까? 물론 외갓집이었겠죠? 아주 어린 시절, 외갓집에서 외할머니께서 손수 맷돌을 돌려서 녹두콩을 갈아 만드시던 모습을 한 번 보았네요. 진짜 맷돌이 움직이는 것을 본 것은 그 때가 유일했던 것 같습니다.
junja91님의 댓글의 댓글
junja91님의 댓글의 댓글
어머니의 녹두빈대떡, 다시 맛보고 싶습니다.
무명님의 댓글
고소하고 바삭 하니 맛있어요.
어머님 믹서기도 생각이 나고
튼튼 하기는 한데 소리가 좀 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