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대통령] 감사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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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후보로 나섰을 때에도,
대통령 직무를 수행할 때에도,
탄핵 무효 촛불 시위에 참여할 때에도,
봉하 마을로 귀향해서 쉼 없이 방문객들과 인사를 나눌 때에도,
노란 풍선과 함께 떠나보내던 그 때에도,
언제나 노무현 대통령은 '나의 대통령'이었습니다.
많은 지지를 보내드렸었지만,
정작 노무현 대통령의 대선 선거 날에는 저의 한 표를 드리지 못했습니다.
저 뿐만 아니라, 저의 친한 친구들도 투표를 하지 못했어요.
아버님이 돌아가셨어요.
3일 장을 치르고, 그 날이 고향 선산으로 가는 발인이었거든요.
그 날은 미처 선거를 할 겨를이 없었습니다.
멀기도 먼 고향으로 향했다가 모든 장례를 마치고 서울로 되돌아왔는데,
투표 시간은 이미 늦었더군요.
아마 시간이 된다고 해도 투표는 하지 못했을 겁니다.
친구는 열심히 다른 이들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냈었습니다.
그 마음 충분히 압니다.
발인까지 함께 하지 않았었으면 당장 투표를 했었을 친구였죠.
만약 노무현 후보가 선거에서 졌으면.. 저는 친구를 볼 면목이 없었을 거에요.
참 고마운데, 그 만큼 더 미안해 했을 겁니다.
다행스럽게도 노무현 후보는 대통령으로 당선되었고, 새로운 역사를 썼습니다.
김대중 대통령의 뒤를 이어 노무현 대통령 당선.
그리고 모두 아시는 바와 같이 대한민국은 한 단계 또 도약하고 성장했습니다.
사회를 더 시끄러워졌고, 그 만큼씩 더 민주주의를 체감하게 되었지요.
참 즐겁고 행복했습니다.
어느 일요일 아침이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서거했다는 뉴스가 흘렀습니다.
노무현? 아니, 노태우 대통령이겠지.. 다시 봐도 노무현 대통령이더군요.
아.. 바위처럼 단단하던 그 분이 이럴 리가 없는데.. 다시 보고 다시 봤지만,
노무현 대통령의 서거였습니다.
그 날 하루는 어떻게 지냈는지 모릅니다.
믿기지 않은 사실을 받아드리는 게 고통스러웠습니다.
그 이후로 며칠 동안 여러 영상과 사진, 그 분의 지난 일들을 되짚어보며
눈물을 흘렸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현실을 부정하고 싶었죠.
저에게는 노무현 대통령의 당선과 저의 아버님의 발인이 하나의 묶음처럼
여겨졌었는지 모릅니다. 곁에 빈 자리를 대신해서 바라볼 수 있는 대상이
그렇게 나라를 이끌고 있다.. 이렇게라도 위안을 하고 있었는지 모르겠어요.
그런데, 노무현 대통령이 서거하고나니, 아버님도 다시 떠나는 것 같은
그런 아픔이 느껴지더군요. 외면하고 싶었는데, 부정하고 싶었는데..
언젠가 큰형님과 함께 일정이 맞춰 아무 계획 없이 차를 타고 여기 저기
바람을 쐬러갔던 적이 있습니다.
강원도를 시작으로 경치가 좋으면 잠시 쉬었다가, 볼 거리가 있으면 잠시 멈췄다가 하며
며칠을 그렇게 가다가 근처에 다다르자 봉하마을에 한 번 가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살아계실 때 왔었어야 했는데, 이렇게 갑자기 떠나실 줄은 몰랐었죠.
때를 지나도 한 참을 지난.. 하지만, 한 번은 뵙고 싶었습니다.
봉하 마을로 향하는 도로는 멀쩡한 곳이 별로 없더군요.
비포장은 아니었지만, 여기 저기 덜컹 덜컹거리고..
대통령의 고향으로 가는 길인데, 여기에도 돈을 쓰는 걸 아끼셨을까.
봉하 마을은 참 조용했습니다. 영상으로, 사진으로만 봤었던 자전거, 밀짚모자, 여러 사진들..
작은 돌들마다 새겨진 수 많은 글귀들, 노무현 대통령의 너럭바위.
조용히 인사를 드리고 차에 올랐습니다.
아무 말도 할 수 없더군요.
참 많은 말을 할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아무 말도 할 수가 없더군요.
노무현 대통령님,
잘 지내시나요.
BonJovi님의 댓글
함께 계셨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이 많이 나네요.
까만콩애인님의 댓글
잘 지내고 계실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