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음식] 늦었지만 추억의 음식을 적어봅니다.
BonJovi

Lv.1 BonJovi (101.♡.109.15)

2024년 5월 26일 PM 02:52 · 수정됨(17:51)

조회 187 공감 0


 안녕하세요. BonJovi입니다. 어르시느앙님들 기체후 일향만강하신지요. {emo:onion-021.gif:50}

 지난 주에는 뭔가 상당히 정신없이 터져서 주제글도 올리지 못하고 보냈습니다. 뒤늦게나마 추억의 음식을 떠올려서 적어봅니다.

 

 1. 어머니가 해주시는 '감자, 달걀 볶음'

 어렸을 때 어머니가 거의 늘상 해주시던 반찬인데, 정형적인 뭔가가 딱히 있지는 않았고 항상 감자를 적당한 크기(대략 1cm x 1cm x Lcm)의 약간 두꺼운 채로 썰어서 후라이펜에 볶으시다가 다 익을 무렵에 달걀을 풀어서 소금으로 간을 하고 같이 볶아주시던 감자, 달걀 볶음이 아마도 가장 좋아하는 어머니표 음식인 듯 합니다. 

 어머니가 언젠가 이 반찬을 잘 먹는걸 보고 맘이 아프셨다고 하는데, 아마도 넉넉하지만은 않았던 살림에 이것 저것 지출하시고 빠듯하게 구입하신 재료로 하셨던 반찬이라 그런 생각을 하시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감자, 달걀이면 제겐 아무 불만 없이 충분히 호화로운 메뉴였던지라 어머니의 생각과는 다르게 항상 두근두근 하면서 좋아하던 반찬이었어요. 요즘도 본가에 가면 가끔 어머니가 "반찬 뭘 먹고 싶니?"라고 묻곤 하시는데, 여지없이 "감자, 달걀 볶음 해주셔요!!"라고 하거든요.

 그러면 어머니께서는 "아니. 그 감자랑 달걀 볶은게 뭐 그리 맛있다고 그러니." 하시면서도 금방 기분이 좋아지시면서 요리를 해주시고, 저는 그런 어머니를 꼭 안아드리고 사랑한다고 말씀드립니다. 


 2. 아버지가 끓여주시는 '라면' 과 '김치국'

 아버지는 아직도 면을 엄청나게 좋아하십니다. 아버지의 식성을 닮은 점도 있지만, 저 역시 면이라면 아주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들던 어린 시절을 보냈는데, 어린 시절의 저는 아버지가 끓이시는 라면은 맛이 없다고 투덜거리는 적이 꽤 있었습니다. 그래서, 아버지가 라면을 끓이고 계실때면 제가 끓이겠다고 말씀드리고 주방을 차지하고 있었지요. 하지만, 아침에 온 가족이 출근하고 학교를 가야하는 시간이면 아버지가 끓이신 라면을 먹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아버지는 라면을 끓여주실 때 항상 스프를 하나 빼놓고 끓이시는데다가 파를 큼직하게 썰어서 넣으셨기 때문에, 어린 제 입맛에는 아마도 싱겁고 파 향기가 가득한 라면이 꽤나 마뜩치 않았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나중에 아버지가 스프를 왜 하나씩 빼놓으시는지를 알게 되고 나서는 아버지가 끓여주신 라면의 맛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기회가 있었어요.

 어머니가 아프셔서 누워계시는 아침이면 출근 준비하시던 아버지가 일찍 일어나셔서 손수 국을 끓이시곤 하셨는데, 아버지가 끓여주시는 국은 항상 '김치국'이었습니다. 어머니가 끓여주시는 김치국과는 묘하게 다른데 좀 더 입에 잘 맞는 느낌이라고 해야할까요? 여튼, 아버지의 김치국 맛이 궁금해서 아버지께 여쭤보면 항상 "비밀!"이라고만 답을 해주셨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버지가 아침 준비를 하시는걸 우연히 저도 돕게 되었는데 그 날 아침에 아버지께서 왜 라면을 끓이시면서 스프를 한 개씩 빼두셨는지 알게 되었지요. 그 스프들은 아버지가 국을 끓이셔야 할 순간이 오면 마법의 조미료 역할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 날 아침 부자간의 대화는 대충 이런 식이었는데요.

    나 : "아버지. 아버지 김치국의 비밀이 이거였어요?" 

    아버지 : "아니야. 다른 거 또 있어."

    나 : "에이…"

    아버지 : "다른 비밀 있다. 진짜다."

    나 : "에이…..."

 그렇게, 아버지의 김치국 레시피를 알게 된 저는 대학교 가고 나서 수많은 자취생들의 나사빠진 맛이 나는 국물요리를 살리는 마법사로 잠시 명성을 얻게 되었... -_-ㅋ

 요즘은 이런 지난 시간 이야기를 하면 가물가물 하신가봅니다. 구체적인 것들까지 기억을 못하시긴 하지만, 그래도 껄껄껄 웃으시면서 "내가 그랬었지?"하시는걸 보면서 아버지를 꼭 안아드리고 사랑한다고 말씀드립니다. 


 추억의 요리라는 주제를 생각하다보니, 말 그대로 나의 어렸을 적 살아왔던 추억이나 기억이 고스란히 담기는 것이 음식 아니었을까 싶네요. 음식을 둘러싸고 온 가족이 밥을 먹고, 그러면서 나눴던 이야기들이나 감정들이 음식을 먹을때마다 고스란히 다시 살아나는… 그래서 어쩌면 가끔은 뭔가를 입에 넣기만 해도 눈물이 나오기도 하고, 웃음이 나오기도 하는 소중한 주제였던 것 같습니다.

 경로당에서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제가 미처 의식하지 못하고 살았던 수많은 추억과 기억을 다시 되살리는 것 같아서 푸근하고 기쁜 맘이 듭니다. 다시 한 번 어르시느앙님들께 감사 인사를 올립니다.

 일요일 마무리 잘 하시고, 돌아오는 한 주는 더 기분좋게 출발하셨으면 좋겠습니다.~ {emo:onion-021.gif:50}



댓글 (6)

  • Java

    Java Lv.1

    24.05.26 · 116.♡.66.77

    아버님 비밀 재료 있는걸로 해주세요~ ㅋㅋ
  • BonJovi

    BonJovi Lv.1 → Java 작성자

    24.05.26 · 101.♡.109.15

    그렇게 해야겠습니다. 아마 아버지가 엄청 즐거워 하실 것 같아요.~
  • 누가늦으래요

    누가늦으래요 Lv.1

    24.05.26 · 122.♡.0.202

    자상한 아버님이셨군요. 저는 어릴 적 사내자식이 부억 출입한다고 혼을 내시던 아버님이셔서... 덕분에 어른이 돼서 자취란 걸 하면서 라면밖에 끓이지 못하는 저 자신을 타박하곤 했죠. 요즘은 유튜브 찾아보면 조리 방법 다 나와서 따라해 볼 수 있어서 좋더군요. 물론 맛은 영상과 완전 딴판인 게 함정이지만요!
  • BonJovi

    BonJovi Lv.1 → 누가늦으래요 작성자

    24.05.26 · 101.♡.109.15

    네. 돌아보면 아버지가 참 자상하신 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어머니가 아프실땐 도시락 반찬도 직접 싸주시곤 했는데, 삼남매 도시락에 아버지 도시락까지 준비해서 직접 다니셨을테니 얼마나 부산하고 힘드셨을지 모르겠습니다.
    이래저래 주방일이 크게 낮설지 않았던 덕분에 저도 자취하면서 꽤나 득을 본 편이지요.
  • 연랑 Lv.1

    24.05.26 · 211.♡.166.65

    라면스프는 마법의 재료지요 ㅋㅋㅋ
    아버님 귀여우셔요
  • BonJovi

    BonJovi Lv.1 → 연랑 작성자

    24.05.26 · 101.♡.109.15

    아버지가 라면스프를 그런 용도로 쓰시려고 모으시는 줄은 정말 꿈에도 몰랐지요.~
    저도 라면을 깨서 오독오독 먹다가 스프는 하나씩 싱크대 위에 올려두는 버릇이 있는데, 부전자전인듯 합니다. {emo:onion-051.gif:50}

댓글을 작성하려면 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