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 싶은 일][습작] 20xx년의 어느 날.. #3
페이지 정보
본문
대중이 우매하다는 말은 일부는 맞고 일부는 틀리다.
언론에 휩쓸리기 쉬운 게 대중이고, 또 언론에 극렬하게 반발하는 게 대중이다.
중요한 것은 '그 시기가 언제인가'인데, 그 시절 대한민국의 대중은 조금 늦었다.
아주 조금, 아주 짧은 시기에 그렇게 전면적으로 적용될 것이라고 상상하는 이는 없었다.
그 이슈 외에도 대한민국은 혼란을 겪고 있었기에, 흘러가는 이슈 중 하나 즈음으로,
논의가 이루어지려면,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지려면 멀고 먼 얘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의 현관문 앞까지 다다르는 것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단순노동 시장이 처음이었다. 고속도로의 편의점, 싸고 저렴한 카페, 작은 편의점.
이 시장에 스며드는 로봇은 흔히 기계라고 부르기에 더 적합한 형태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반짝이는 금속에 연미색의 페인트가 덮여있었고, 희미하게 모터 소리가 들렸다.
유연하게 움직이지만, 위험 감지 센서가 잘 작동해서 곁에 사람이 있더라도 다치지 않는다는
확신을 안겨주는 그런 동작을 하고 있었다.
안전 펜스가 있었지만, 아이들이 곧잘 손을 뻗어서 작동이 몇 번이나 멈추곤 했다.
아이의 부모는 그러지 말라고 아이에게 혼을 내면서도 로봇이 안전하다는 것에 안심했다.
이 시장에서 일자리를 잃는 이들이 가게 앞에서 종종 피켓 시위를 하며 시선을 끌었지만,
눈길을 주는 이들은 그리 많지 않았다. 저렴해진 이용료가 더 크게 다다오기도 했고,
또, 로봇세가 도입되며 일자리를 잃은 이들에게 먼저 보조금으로 지급되며 그들도 사라졌다.
단순노동 시장에서의 일자리들은 그렇게 사라지기 시작했다.
이런 현실에 항의하는 이들도 일부 있었지만,
대다수는 세상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자신을 탓하거나,
어떤 일자리가 더 안정적일지 찾아 나서는 데 시간을 할애하고 있었다.
언제까지 보조금이 지급될지 확신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으니까.
여느 사람들처럼 현수도 이런 사회의 변화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는 않았었다.
그의 마지막 소식을 전해 듣기 전까지는.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