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쌩고집부리다 택시썰매까지_어릴적 이야기(긴글 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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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여름숲1 211.♡.21.218
작성일 2024.07.17 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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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학교 2학년 겨울방학이었어요. 

서울 사는 저희 집은 방학 다음날이면 탐구생활과 책 몇 권, 까까 몇 봉지를 싸들고 충북 할머니 댁으로 내려갑니다. 

그동네는 친가, 외가 이모댁도 3곳, 고모댁, 외삼촌댁, 큰아버지댁도 2곳 외에도 집성촌에 가깝게 일가친척이 많이 사는 곳입니다만 

산골 오지중에 오지,, 차를 타고 한참 오르다 뒤를 보면 산허리 구름이 보이는 뭐 그런 동네예요. 


그해 눈도 많이 오고 오지게 춥던 어느날이예요.

오빠는 친가에 저는 외가 따로 있다가 마침 또 외가에 내려와 있는 중학생 외사촌 오빠와 함께 읍내로 살림난 작은외삼촌 집에 놀러가자고 얘기가 나왔어요.

그 산골엔 구멍가게 하나도 없고 새우깡이라도 하나 먹으려면 수십 분을 걸어 면소재지로 나가 농협연쇄점을 가야 하니 바깥 세상 구경이 하고 싶었던거죠. 읍내에 나갔으니 외삼춘이 사주는 맛난 것도 먹고 놀다가 돌아오는 길, 저보다 어린 작은외삼촌의 아들(아마도 5살정도)이 할머니집 간다고 따라나서 중딩, 초딩, 유아가 그 산골오지로 가는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어요.

그런데 말이죠.. 우리 할머니집으로 가는 길은 읍에서 버스를 타면 강가에 도착하여 강을 건너는 철선이 버스를 싣고 강 건너에 버스를 내려주면 굽이굽이 산길을 올라 가야 하는 험난하기가 이루 말할데가 없는 길이었어요.

당시 우리 조국 대표님이 말씀하시는 쇄빙선이 있을리도 없고.. 철선 운전하는 아저씨가 나무막대기로 얼음을 꽝꽝 때려 깨가며 길을 트면 배가 얼음을 밀고 가야 했는데 지난 밤사이 너무 추워서 강이 두껍게 얼어붙어 버린거죠. 

그러니 당연히 버스가 못다니는데..

그 옛날 대중교통 미운행 공지라는게 있을턱이 있나.. 그냥 버스를 기다리다 안오면 버스 안다니다보다.. 해야 하는데..

날은 춥지 발은 시리지 버스는 안오지..

심술이 난 저는 난 걸어서 갈테야 하고 버스 진행방향으로 걷기 시작합니다.

사촌오빠는 저를 잡으려 했지만 망아지처럼 뛰노는 5살 사촌동생을 잡느라 저를 놓치고 맙니다. 


9살의 저는 무슨 자신감이었을까요?

버스를 타고 다니며 길을 눈에 익혔다고 생각했나보죠. 

" 이길로 쭉 걷다가 나루터가 나오면 얼어붙은 강을 걸어 건너고 계속 걸어가면 할머니 집이 나올거야.."


세상에나.. 저는 큰길을 걷습니다. 옆으로 버스가 슁슁 지나가는 서울 가는 큰길을 계속 걷습니다 

계속 걷는데 나루터가 안나와요.

나올리가 있나요. 적당한 갈림길에서 우회전해서 들어가야 하는데 우측 길은 보였지만 구비구비 굽어져 나루터가 보이지 않으니 그 길을 지나친거죠.

한참 걷다가 왼편 마을에 하나둘 불이 켜지는 시간..겨울이니 해가 일찍 저물죠

그리고도 마을 지나쳐 인가도 없는 길을 계속 걷다가 날이 완전히 어두워지자 겁이나 엉엉 울며 걷는데 울어서 해결날 일도 아니고 관객이 없으니 울음도 곧 잦아들더군요. 안되겠다 싶은 저는 다시 길을 되짚어 지나쳐온 마을을 향해 걷습니다. 

그리곤 마을에 진입해 적당한 집을 들어가 관등성명을 댑니다. 그리고 "하룻밤만 재워주세요" 리러터리 하룻밤만 재워주세요 ㅋㅋㅋㅋ

나는 서울 사는 누구누구고 어느면소재지가 할머니댁이고 큰아버지는 **면 면서기이고 큰이모부는 농협다니시고.. 구질구질..  

무슨 생각이었는지 집 전화번호를 대진 않았고 

큰집이나 이모집 전번은 외우지 못했고.

그분들은 제가 겁을 먹었다고 생각했던지 안심시키시면 내일 아침 날이 밖으면 너를 데려다 줄터이니 걱정말고 저녁먹고 자라고.. 그집의 저녁식사는 노랑 메주콩으로 쑨 콩죽 기억이 생생합니다. 정말 맛이 없었어요.

여튼 저녁 먹고 손발 씻고 내복바람으로 마루에 비스듬이 누워 티비를 보는데 밖이 소란스럽습니다. 

"실례합니다" 하면서 들어오는 두 중년의 남자분들

그렇습니다 우리 큰아버지랑 큰이모부셨습니다 ㅋㅋㅋㅋㅋ 

이러이러한 아이를 보았냐고 방송을 부탁하려고 이장님댁을 수소문해 왔는데 마침 제가 내복바람으로 느른~한 포즈로 누워 있는것이지요 ㅋㅋㅋㅋ 


십년감수하신 이모부와 큰아버지가 양쪽에서 저를 끼고 택시에 태웠고 강에는 얼음이 어찌나 두껍게 얼었던지 기사까지 4명을 태운 택시가 얼음위로 달려도 얼음이 짱짱해서 우와~~ 신기해 하는 저를 

착잡한 눈길로 쳐다보시는 우리 이모부 ㅋㅋㅋ 


뒤에 들어보니 5살 동생을 업고 집에까지 걸어온 사촌오빠는 제가 미리 도착해있을줄 알았다가 혼비백산

이미 혼비백산한 오빠를 동생 건사못했다고 어찌나 혼을 내셨던지 아직도 오빠는 저를 보려 하지 않아요.(정말 그 이유 때문인가효 오빠 ㅠㅜ여튼 미안해요 )

그제서야 양쪽 사돈간에 핫라인을 가동해 두분이 택시를 불러 저를 찾으러 나서셨던 거고요..


이후.. 저는 친가에서도 외가에서도 모이기만 하면 그날의 에피소드가 밥반찬 술안주로 거론되고 있습니다.

그날 저를 구하러 오셨던 두분은 모두 돌아가시고 안계시네요.

엄마랑 아빠가 가끔 그일을 떠올리며 그집에 인사라도 갔었어야 했는데.. 말씀하셨지만 

이젠 위치도 잊어버렸고 당시 그집이 있지도 않을거고..


그냥 옛날 얘기가 써보고 싶어서 떠올려봤습니다. ㅎㅎㅎ

댓글 11

그저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그저 (112.♡.175.168)
작성일 07.17 14:15
옴마야

제고향이 충북 강원도 뺨치는 두메인데 어디기에
택시를 타고 언강을 건넌대요

여름숲1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no_profile 여름숲1 (211.♡.21.218)
작성일 07.17 16:25
@그저님에게 답글 무도한 80년대였죠 ㅎㅎㅎㅎ

그저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no_profile 그저 (112.♡.175.168)
작성일 07.17 17:03
@여름숲1님에게 답글 ㅎㅎ강 폭이 좁았나
저도 사공아저씨가 노저어 건네주는 배타고
핵교댕겻는데
언강에 차로건너는건 못봤거든요

여름숲1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no_profile 여름숲1 (211.♡.21.218)
작성일 07.17 17:18
@그저님에게 답글 울아부지 군에서 휴가 나왔을때 강을 헤엄쳐 건넜다고 하셨으니 그닥 폭이 넓지는 않았을 거 같아요.
어지간하면 담날 가실텐데.. 신혼이셔서리 ㅋㅋㅋㅋ

소금쥬스님의 댓글

작성자 소금쥬스 (118.♡.226.139)
작성일 07.18 11:12
이런 글 왜이렇게 좋을까요..

여기가 경로당이라서 그런거지요....

자게에 올리면 묻혀질 글이지만
우리 경로당에서는
두고 두고 볼 글입니다...

라떼는말이지~~~~~~~~~~~~~~~~~~~

여름숲1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no_profile 여름숲1 (211.♡.21.218)
작성일 07.19 08:57
@소금쥬스님에게 답글 맞습니다. 경로당에서나 재미있게 읽힐 글이다 싶어서 썼어요 ㅎㅎㅎ

미트홀릭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미트홀릭 (58.♡.205.78)
작성일 07.18 16:43
탐구생활 기억납니다. ㅎㅎ

여름숲1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no_profile 여름숲1 (211.♡.21.218)
작성일 07.19 08:57
@미트홀릭님에게 답글 요새 초딩은 방학때 탐구생활 없나요? ㅎㅎㅎ

미트홀릭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no_profile 미트홀릭 (58.♡.205.78)
작성일 07.19 15:01
@여름숲1님에게 답글 우리 애들은 초딩때 방학숙제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안한건가? ㅎㅎ

달콤오렌지님의 댓글

작성자 달콤오렌지 (221.♡.28.92)
작성일 07.18 23:40
아이구야~~ 어마어마한 모험담 이네요!
토토로 애니메이션에서 메이가 길 잃던 장면도 연상되면서 흥미진진하게 읽었습니다!
( ゚ロ゚)!!

여름숲1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no_profile 여름숲1 (211.♡.21.218)
작성일 07.19 08:59
@달콤오렌지님에게 답글 그 옛날 어린 것이 고집만 세고 겁도 없이 저지른 일에 양가 친척들이 모두 기절초풍 했던 사건이었죠.
삼십년이 넘었는데 아직도 어른들이 말씀하셔요 ㅠ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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