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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보캅 (19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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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Awacs 222.♡.249.156
작성일 2024.04.15 18:53
198 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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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영화를 딱 하나만 꼽을 수 있을까 고민되었습니다. 인상 깊은 영화들, 보면서 펑펑 운 영화들, 그리고 십수년이 지나도 생생한 기억이 나는 영화들이 너무 많거든요. 그런데 딱 하나만 꼽으려니까, 아카데미상 수상작을 심사하듯이 고민하게 되네요.

그래서, 고민 끝에 선택한 작품은~~ 두구두구두구~~~둥~~~

로보캅(1987) 입니다.

이 영화는 요새로 치면 블록버스터에 가까운 SF 상업영화이고, 지금 보면 스토리에 구멍도 많습니다. 하지만 제가 이 영화를 꼽은 이유는 바로, 제대로 된 극장에서 본 첫 번째 영화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코흘리개 시절에 부모님과 같이 로보트 태권브이를 보러 시내에 나간 기억도 어렴풋하게 있지만, 이 "로보캅" 이라는 영화는 학교 친구들(정확하게는 학년 전체)과 "단체관람"이라는 이름으로 지금은 사라진 "대한극장"에서 보았고, 이 로보캅 이후, 영화 팜플렛이라는 것을 모으기도 하고, 시험이 끝나면 의례히 학교에서 단체관람 형식으로 대한극장, 단성사, 피카디리 등등의 극장에서 이런 저련 영화들을 보게 되었거든요.

물론, 로보캅 이후에도 여러 영화를 극장에서 보았지만, 언제나 그렇듯 첫번째 영화만큼의 강한 임팩트는 제 기억에 남기지는 못했습니다. 저는 영화 시작을 기다리던 충무로 길이 기억나요. 극장 입장 전에 길가에 길게 줄을 서서 한참을 기다리면서 친구들과 장난도 치고, 조금씩 줄이 줄어들면서, 그 당시 충무로에 많이 있던 애견센터에 진열되어 있던 귀여운 강아지들을 구경하기도 했구요. 

영화도 물론 재미 있었지만, 아마 그 당시에는 콜라와 팝콘이 일반적이지는 않아서, 극장에 각잡고 앉아서 영화만 보았던 기억이 나네요. 매점에서 캔음료를 사먹었을 것 같기도 한데, 지금은 기억이 나지를 않습니다. 카펫이 깔린 깜깜한 극장 안의 풍경도 풍경이었지만, 집 앞의 학교만 왔다 갔다 하던 제가, 시내까지 버스와 지하철을 타고 미아가 될까 두려움에 떨면서 이동했을 때의 설레임도 기억합니다. 

이 영화 덕분에 제 SF 덕질에 가속이 붙은 것 같기도 합니다. 그 전에도 파운데이션, 로봇은 물론 아서 C 클라크의 유년기의 끝 같은 문고판 요약본 SF를 많이 보기는 했지만, 시선을 강타하는 ED-209의 CG, 그리고 로보캅의 차가운 턱선, 그리고 기관총 처럼 연발로 발사되는 자동 권총이 대퇴부에 수납되는 모습 등등, 모든 것이 좋았습니다. 

CGV, 메가박스, 롯데시네마 같은 지금의 멀티플랙스와는 정말 많이 달랐던 예전의 극장이 그립지는 않아요. 지금이 훨씬 안락하기도 하고, 먹을 것도 많고, 극장에서 딱 1개의 영화만 상영하던 예전과는 달리, 적어도 3~4편 이상의 영화 중에 골라 볼 수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뭐랄까 그 시절의 낭만, 극장 앞에서 누군가를 기다리고, 영화를 본 후에 무엇을 할까 동선을 짜는 저의 풋풋한 옛 시절은 그립네요.

인생영화 이야기를 하려고 했는데, 영화의 내용보다는 극장 경험이 주가 되어 버렸네요. 영화 내용을 중심으로 한 인생영화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번으로 넘겨 보겠습니다. 

 

댓글 7

란초님의 댓글

작성자 란초 (125.♡.221.127)
작성일 04.15 19:22
영화의 내용 때문에 인생영화 일수도 있지만 그때의 상황이 '인생영화'를
만들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므찐 글입니다.
제 인생의 영화관 첫 영화는 500원짜리 꾸러기 발명왕이었습니다. ㅎㅎ
로보캅은 영화로도 봤지만, 게임으로도 많이 나와서 모르는 사람은
잘 없을듯 합니다. 머피~~~~ 그리고 여주인공이 떠오릅니다~
어쩌면 지금의 어벤져스나 기타 트랜스포머 같은 영화들의 시초가 아닐까 합니다.
권선징악. 하지만 아무리 기계가 되어도 기본적인 사람의 마음은 가지고 있다는 설정

멀티플렉스로 바뀌고 나서는 예전의 그 고즈넉함 이라고 해야할까요 그맛이 사라진것 같습니다.
극장에서는 영화만 보면 좋겠습니다. 음식도 먹지말고....
스마트폰도 좀 끄고... 방해 받기도 싫고 하기도 싫어서 집에서 OTT를 보곤 합니다~~

좋은 추억 함께 할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부산 사람이지만 피카디리, 단성사를 알고 있습니다 ^^

Awacs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Awacs (118.♡.188.12)
작성일 04.15 20:05
@란초님에게 답글 파트너 이름은 "루이스(Lewis)~" 였죠.
여자 이름이지만 남자 같은... 여전사 원조격이 아닐까 싶습니다. ㅎㅎㅎ

근데, 아래 액스칼리버를 보니, 전 아놀드의 "코난 더 바바리안"과 "쏘냐" 가 갑자기 떠오르네요.

란초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란초 (59.♡.167.199)
작성일 04.16 08:59
@Awacs님에게 답글 명자 아끼꼬 '쏘냐' 의 그 쏘냐는 아니시겠죠 ^^;;
보지는 못했지만, 어딘가에서 한번씩은 듣던 영화 제목입니다.

코난 더 바바리안은 게임과 영화로 익히 알려져 있는 작품이지요.

딱 이런 느낌 아닐까요

Awacs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Awacs (118.♡.188.12)
작성일 04.16 09:01
@란초님에게 답글 비키니 아머의 원조가 아니겠습니까?

란초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란초 (240.♡.131.171)
작성일 04.16 09:46
@Awacs님에게 답글 이기 방어가 됩니까?
하긴 원더우먼도 있으니 ㅎㅎ

도미에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도미에 (240.♡.146.35)
작성일 04.15 23:00
그 상황이 곧 영화적 체험이라서

저는 더욱 생생하고 재밌게 읽었습니다~

저는 코난 더 바바리안과 쏘냐는 보지 못했지만 식구의 영화스크랩북에서 찢어붙인 스틸샷의 강렬함은 기억해요.

그 육덕진 허벅지들...
원초적 본능이 절로 느껴지는~

란초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란초 (59.♡.167.199)
작성일 04.16 08:56
@도미에님에게 답글 원초적본능(1992) 누군가에게는 인생 띵작이지 않을까 합니다. ㅎㅎ
아직도 다리꼬기는 많은 영화에서 패러디 되고 있으니까요~
그 때 당시 어린마음(?)에 크나큰 충격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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