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드라마
신칸센 대폭파 2025 : 인간의 선의에 대하여

Lv.1 모범운전사 (114.♡.130.25)

2025년 6월 2일 PM 04:25 · 수정됨(06. 15.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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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사회적인 동물이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가 주장한 말인데요.
오래전부터 인간은 다른 사람들과 상호작용하고 협력하며 살아가는 존재라는 의미라고 하네요.
그런데, 그 협력과 상호작용은 대부분 아주 가냘픈 약속에 기대어 이뤄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3시까지 서울역에서 만나기로 한 친구와의 약속부터
이 지폐를 내면 지폐의 값어치에 상응하는 물건을 내어주기로 한 약속에서
사람을 죽이면 살인죄를 적용하여 형벌을 받게 하는 약속에 이르기까지.
많은 약속들이 관습이나 법과 같은 여러가지 별명을 부여받고 우리의 삶 속에서 이뤄지고 있습니다.


기차는 이 약속들이 극대화되어있는 장소입니다.
내가 구매한 표를 가지고 자리에 가면 내 자리가 있다는 약속.
이 기차를 타면, 정해진 시간에 맞춰 정해진 지역에 안전하게 도착할 수 있다는 약속.

그리고, 
다른 사람들도 나와 똑같이 어느 지점에서 승차해 다른 지점에서 하차하기 위해 이 수단을 이용한다는 약속.
이런 약속들이 계속 오고가는 장소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영화는 기차가 출발하고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부터 이런 약속들을 모조리 깨버립니다.
모든 약속은 깨졌고, 기차는 이제 많은 사람들을 볼모로 하는 폭발물에 지나지 않게 됩니다.
영화에서 모든 약속이 깨지고 기댈 곳이 없어진 순간, 사람들은 생명의 위협을 느끼게 됩니다.
그러면서 각자가 가지고 있는 본성이 드러나게 되고, 기차는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됩니다.

이 아수라장을 정리하고 앞으로 나아가 어떤 결말을 맞이하느냐는 사실 너무나 뻔하고,
다들 알고 있을 것이기 때문에 딱히 언급하지는 않겠습니다.
그런데, 그 결말에 이르기까지 영화에서 말하고자 하는 질문 하나는 언급하고 싶습니다.

"모든 약속이 깨어지는 순간, 우리는 무엇에 기댈 것인가?"

영활를 다 보고 난 저는 "인간의 선의" 라고 답하고 싶습니다.
스포를 피하기 위해 장면들을 상세히 서술하지는 않겠습니다.
하지만 영화의 전개 내내 열차 내부와 외부에서 활약한 많은 캐릭터들은
"열차 안에 있는 사람들을 반드시 구해낸다!"
라는 목표 하나만 가지고 갖은 수를 다 써봅니다.

그래서 한 명이 고군분투하는 인디아나존스 같은 영화가 아니라,
여러 캐릭터들의 선의를 통해 목표로 나아가는 그런 영화입니다.


우린 실제로 약속이 깨어진 서울지하철 5호선을 보았습니다.
5호선 기차 안에 퍼진 연기속에서 누군가는 남을 위해 "불이야!"를 외쳤고,
그 안에 있던 사람들은 그 소리에 빠져나올 수 있었죠. 


또한,
우린 실제로 약속이 깨어진 지난 겨울 어느날 밤을 보았습니다.
그 겨울 어느날 밤의 어둠속에서 누군가는 남을 위해 "계엄해제!"를 외쳤고,
그 안에 있던 우리들은 그 소리에 빠져나올 수 있었죠.

모든 약속들이 한낱 공수표에 지나지 않게 된 순간,
우리의 안전은 극한의 위험속에 휘말리게 될 것입니다.
상상해 볼 필요조차 없습니다. 그런 과거들은 수두룩하게 많으니까요.


그럼에도, 그런 순간조차 우리는 다른 사람들에게 기대게 될 것입니다.
우리는 하나의 인간으로서는 매우 나약하지만
인간이 가진 선의가 강력한 힘을 발휘할 것이라는 것을 믿으며,
이 세상을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지요.

나아가, 영화를 보고 한 번 돌아보게 됩니다.
나는 지금 얼마나 선의로운지,
내가 가진 힘의 크기와 관계없이
나는 그런 순간에서도 얼마나 선의로울 수 있을지를요.


---

영화 자체는 매우 빠른 전개를 가지고 달려갑니다.
영업최고속도가 시속 300KM에 달한다는 '신칸센'의 이름에 걸맞게요.
하지만, 빨리 달린다고 다는 아니겠지요.
고속열차가 정차하는 역은 더 적듯이, 이 영화도 미처 살피지 못하고 지나는 부분들이 있습니다.
특히나 전개에서 좀 의문이 생기는 부분들이 좀 있어서,
탄탄한 기반을 갖고 만든 영화라는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또한, 생각보다 화려하지도 않습니다만 기차라는 한정된 공간이 갖는 핸디캡이라고 봅니다.

댓글 (2)

  • santaebagu

    santaebagu Lv.1

    25.06.13 · 59.♡.50.180

    감상기 잘 읽었습니다. 근데 결론적으로 추천하시는 걸까요? 주말에 피자 듣으면서 볼 영화를 찾고 있어서요ㅋㅋ
  • 모범운전사 Lv.1 → santaebagu 작성자

    25.06.15 · 114.♡.130.25

    이미 주말이 거의 다 해가는 와중에 댓글을 봤네요.
    추천 하냐 아니냐 만 놓고 보면, 좀 웃긴 답변이긴 한데요.
    전.. 사실 추천 안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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