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golemongole (112.♡.33.238)
2025년 8월 15일 PM 02:26

(경어체가 아님을 양해 바랍니다)
경쾌하다. 흥미진진하다. 읽으면서 웃음이 씰룩거린다. 속삭이는 장면은 글자 크기까지 작아진다. 잘 만든 코미디 영화 한 편 본 기분이다. 하지만 가슴 어딘가 아린다. 작가의 한마디다.
"다들 너무 힘든 세상인 것 같아요. 각자 나름의 방식으로 고통받고 있죠. 그러다 보니 오히려 먼저 제가 가진 슬픔에 대해 이야기하기 힘들더라구요. 그래도 요즘에는 말하려고 노력해요. 아니면 제 슬픔이 영영 잊혀질 것 같아서, 그게 두려워서 말하려고 애씁니다."
귀에 속삭이는 모임. 속닥이는 말들. 그렇게 비밀인 양 말하고 후련해진다. 이렇게 모임 규칙은 간단하다. 그렇게 시내는 모임을 혼자 만든다. 그리고 지하철에서 자기 말에 동조해 시끄러운 유튜브 정치병 아저씨와 같이 싸워준 모아를 첫 번째 회원으로 접수시킨다. 모아는 무채색 옷을 입은 40대 아줌마 시내와 공원에서 맥주를 마시면서 처음으로 속삭여본다. 호박을 안 좋아한다고. 그런데 아무도 모른다고. 한 번도 이야기해 본 적이 없으니까.
"비밀을 속삭이진 않으나 그것이 마치 큰 비밀인 양 속삭여야 돼요."
다음 모임은 세 번째 회원 모집이 목적이다. 사람이 많은 명동으로 간다. 지하철에서 많이 발전한 셈이다. 이번에는 예수천국을 외치는 아줌마에게 무턱대로 다가간다. 그리고 속삭인다. 별 미친 사람 다 보겠다고 쳐다보는 예수녀는 곧 세 번째 멤버가 된다. 이름은 수자. 수자씨는 세를 받고 살고 오카리나를 잘 분다고 했다. 명동 예수녀 수자는 새롭게 제안한다. 시끄럽게 소란 부리기도 해보자. 소모임 안에서 소소모임을 만든 셈이다. 전세 안에 전전세를 놓은 느낌이다. 수자씨 답다. 하지만 예수사랑은 금지다. 신입 주제에 규칙을 두 개나 만든 수자다. 제목처럼 <소란한 속삭임> 클럽이 되었다. 샛강역에서 만난 세 여자들은 크게 음악을 틀고 자전거를 타기로 한다. 이게 가장 피해가지 않는 소란이라면서. 모아는 자기도 모르게 크게 외친다.
"다들 단단히 고장 난 거야."
"다들 고장 난 거야."
자전거를 타면서 '고장'났다고 했으니 다른 멤버들은 얼마나 놀랐을까. 고장난 세 여자는 곧 한 명을 추가해서 고장난 네 여자가 된다. 우연한 만남은 곧 단단한 유대가 된다. 고장난 부분을 서로 고쳐준다. 층간 소음도 해결하고, 소원해진 가족관계도 정면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된다. 찡한 마지막은 한여름 햇빛처럼 쨍하다. 금방 사라진단 뜻이다. 그만큼 책 분량은 짧다.
"자신의 아픔을 부정하는 사람만큼 아픈 사람이 없다는 걸 모아는 잘 안다."
비밀이 없는 사람이 있을까. 아프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 일찍이 공자는 '아프지 말기를 바라지 말라'고 했다. 몸이 아플 수도 있고 마음이 아플 수도 있고 때로는 어디가 아픈지 모르고 아플 수도 있다. 모아가 말한 것처럼 아픔을 부정하는 것이 가장 아프다. 인정이 곧 치유다. 그러니 내 마음을 알아줄 수 있는 사람에게 속삭여야 한다. 그러지 못하면 이런 책이라도 읽어야 한다. 비가 소란스럽게 오는 날 각자 우산을 쓰고 서로에게, 아니 곧 하수구로 사라질 빗물에게, 이야기해보자. 지금이 딱이다.
"목소리를 낮추고 의미심장한 이야기를 할 준비가 되면 무언가 마음이 으쓱해지지 않나요? 저는 그런데요. 그래서 이 소설 속 모든 인물이 때로는 아무 말이라도 의미심장한 척 이야기를 해주길 바랐습니다. 어떤 말은 의미 없음에 비로소 의미를 가지기도 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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