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디 (182.♡.33.72)
2025년 9월 13일 AM 09:24 · 수정됨(09. 23. 10:19)
2025년, 우리는 달력을 만들지 않았습니다.
작년, 저희의 상징과도 같았던 별자리 휠 캘린더의 2025년 버전은 세상에 나오지 못했습니다. 2024년 달력에 부록으로 넣었던 UV 라이트 때문이었습니다. 중국에서 수급한 이 작은 조명 하나를 아동용 제품에 포함하려면 KC 인증을 받아야 했는데, 그 인증의 주체가 제가 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도무지 납득할 수 없었습니다. 제가 만들지도, 관여하지도 않은 제품의 책임을 왜 부록을 넣는다는 이유만으로 떠안아야 하는 걸까요? 이 불합리한 과정을 따르기보다, 저는 지난 8년을 정리하고 모든 것을 바꾸기로 결심했습니다.

15년의 여정을 하나의 상자에 담다
지난 15년동안 3D프린터에서 레이저커팅기를 도입하고 제품으로 무언가를 만들어 시즌상품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제품화 하지 않았던 것에서 제품화 되었지만 성공과 실패를 매년 반복했습니다. 그동안 만들었던 모든 것을 한 권의 종이, 도안이자 2026년 캘린더이자 스마트폰을 활용한 조명, 놀이기구인 박스크래프트 공작, 페이퍼 커팅 도안들도 전부 꺼내어 세상에 선보일 때가 왔다고 생각했습니다.
맨 처음 진행한 것은 세상에 가장 많은 박스를 놀이용도로 쓸 수 있게 도안이 들어가 있으면 재활용이 될 수 있고 놀이도구로 활용할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었는데 만들고 꽤 주목받기도 했습니다. 이탈리아 디자인 잡지에서 소개되기도 하고 여러매체에도 소개됐습니다. 이후 시리즈를 공룡, 트리, 로봇, 문구 등으로 확장하기도 했지만 이벤트용도에 가까웠습니다.
그리고 시작한 프로젝트는 저의 오랜 꿈인 '우주를 집 안에 들이는 것'이었습니다. 그 꿈을 실현하기 위해, 상자 자체가 하나의 작품이 되는 구조를 설계했습니다. 상자 안에 들어있는 검은색 구체는 스마트폰을 품고 밤하늘을 비추는 작은 플라네타리움이 됩니다. 스마트폰 불빛을 이용해 천정에 아름다운 우주를 쏘아 올릴 수 있죠.
여기에 비밀을 하나 숨겨두었습니다. 평소에는 보이지 않지만, UV 라이트를 비추면 숨어있던 달과 날짜들이 마법처럼 나타납니다.

본격적으로 우주를 집안에 놓고 싶었다는 꿈을 5년 전에 시작했어요

스마트폰으로 우주를 담고 있는 조명으로도 충분히 가능하게 만들었습니다. Hue를 사용하기도 하고

오래된 스마트폰의 조명 기능만 가지고도 천정에 우주를 쏠 수 있게 만들었지만 국내 기계로 작은 구멍을 뚫기에는 문제가 생겨서 이 부분을 레이저로 뚫었더니 금액이 올라가게 됩니다. 제 철학에 반하는 결과가 나와서 일단 샘플만 만들어봤습니다.

UV라이트를 이용해서 검정색에 형광물질 (진짜형광펜으로 그렸지만 실제 투명한 형광물질로 진행하기 위해 실크스크린업체와 잉크회사에 샘플 요청을 하기도 했으나 이또한 제작가격이 그냥 검정 종이에 형광별색으로 인쇄하는 가격보다 몇배 비싸게 되어 고급화하면 구매결정을 하기 어려워진다고 생각합니다.

흐리지만 보입니다. 타협의 결과가 된 것은 아직 아닙니다.

상상이 현실이 되는 순간
물론 "더 정교하게 플라스틱으로 만들지 그랬냐"는 조언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 박스나 종이 자체가 아이들에게 멋진 놀이기구가 되길 바랐습니다. 스마트폰 기종마다 다른 조명의 각도 때문에 구멍을 뚫는 위치를 계산하는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것은 정말 어려운 과제였습니다. 하지만 방의 모양이나 공간의 위치에 맞춰 빛을 자유롭게 배치하는 경험을 선물하고 싶었습니다.
아이들이 상상한 그대로, 상자에 구멍을 뚫어 자신만의 우주를 만드는 것. 이것이야말로 철없는 어른이 아이들에게, 그리고 자기 자신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놀이가 아닐까요?
누구나 쉽게 끼워 맞추기만 하면 근사하게 완성되는 구조를 설계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았습니다. 문득 '이걸 이케아에 팔고 싶다'는 엉뚱한 상상도 해봅니다. 물론 사줄 리는 없겠지만요.
우주는 오늘도 돌고, 제 머릿속도 핑핑 돕니다.
이 상자를 더 크게 만들면 크리스마스트리를 대신할 멋진 작품이 될 수도 있겠지요. 중국에서 들여온 1000원짜리 조명에 배터리만 붙이면 근사한 무드등이 완성되기도 합니다. 이 아이디어를 들고 다이소에 제안해볼까, 아니면 펀딩을 시작해볼까. 고민은 꼬리에 꼬리를 뭅니다.


아이랑 중국에서 나온 제품으로 이야기해볼 수 있겠지만 부분을 바꿔끼우면 새로운 조명이 될 수 있습니다.

잘 끼우면 잘 만들어지는 구조로 설계하기는 쉽지 않았지만 기본적으로 끼우고 최소한의 테이핑을 하게 구성했으나 작고 종이가 두꺼웠을 때 더 큰 효과를 발휘합니다. 안쪽에 붙이는 방식으로 구성했습니다.

우주는 오늘도 별자리가 바뀌고 있습니다.

크게 만들면 더 정교하고 트리대신 활용도가 있어요

중국에서 1000원짜리 조명을 배터리에 붙이면... 무드등이 됩니다... 다이소에 USB연장 케이블을 붙이거나 활용할 수도 있겠죠?
올해는 15년간 제가 만들었던 모든 공작을 도안과 책으로 남겨볼 생각입니다. 흔한 박스로 더 재미있는 구성으로 만들어 볼 생각입니다.




그동안 했었던 놀이를 이제 정리해보고 있었습니다.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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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똥멍충이
25.09.16 · 125.♡.124.83
와우...그저 감탄만 하고 갑니다. -
11_2_3
25.09.23 · 223.♡.90.80
아이 어릴 때 홈스타 라이트였나 중저가 플라네타리움을 샀는데 기대만 못해서 저는 실망했지만 아이는 너무 좋아했던 기억이 나네요. 잘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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