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ltx (112.♡.237.91)
2025년 10월 8일 PM 08:07 · 수정됨(10. 23. 23:53)
구 유고 연방이 여러 나라로 나누어졌는데, 크로아티아는 그 중에 부유한 편에 속하고 가톨릭을 믿으며 EU에 가입했습니다. 그런 점에서 크로아티아 위에 있는 슬로베니아와 비슷합니다. 슬로베니아와 같은 나라가 아닌 이유는 역사적으로 슬로베니아는 오스트리아와 동군(같은 왕)연합, 크로아티아는 헝가리와 동군연합이었기 때문입니다. (보스니아는 이슬람, 세르비아는 정교회, 몬테네그로는 산악지역이라는 특징이 있는 것 같습니다.)
크로아티아는 1인당 국민소득이 25000달러 정도여서 EU치고는 물가가 싸지만, EU 국가라서 그런지 많이 싸지는 않습니다. 고속도로 통행료는 상당히 비싸고, 기름값도 우리나라보다 비쌉니다. 평범한 식사가 한 끼에 15유로 정도입니다. 지역에 따라서 물가가 다른데, 관광객이 적은 내륙 지역(예: 바라주딘)은 싸고, 해안 관광도시(예: 두브로브니크)는 비쌉니다.
부자 나라가 아니어서인지 대도시에도 지진의 영향으로 부서진 건물을 빨리 수리하지 못하고 있고, 시골에는 버려진 집이나 방치된 유적지가 많습니다.
국토에 비해서 인구가 많지 않고, 자연 환경이 매우 아름답습니다. 아드리아해 해안선이 길고, 산도 많습니다. 렌터카로 여행하기에 매우 좋습니다. 치안이 좋아서 안전은 별로 걱정되지 않았습니다.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담배를 엄청나게 많이 피워서 담배 연기가 거슬릴 때가 종종 있었습니다.
크로아티아가 관광으로 유명한데, 대부분 유럽(독일, 이탈리아 등) 사람들입니다. 물론 미국인들도 있습니다. 관광지에는 아시아인(특히 단체여행객)이 좀 보이지만, 시골로 가면 거의 백인만 있습니다. 그래서 가끔 사람들이 쳐다보는 것을 느꼈습니다. 유럽 사람이 대부분이어서 그런지, 외국어 병기도 영어보다 독일어, 이탈리아어가 더 많습니다. 영어가 없는 경우가 종종 있어서 구글 번역의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전체적으로 사람들 키가 큰데 북쪽 내륙 지역은 헝가리 영향인지 키가 작은 편이고, 남쪽이 키가 더 크다고 합니다. 해안 지역은 이탈리아(로마, 베네치아) 영향을 많이 받은 것 같습니다.
남쪽 해안 지역은 9월인데도 따뜻해서 해수욕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모래사장이 아니라 바위로 된 해안이 많은데, 물이 굉장히 깨끗했습니다. 구글 지도에 "공중목욕탕"이라고 표시된 곳이 종종 있는데, 목욕탕이 아니라 해수욕장입니다.
수도인 자그레브는 대도시 느낌이 납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박물관이나 성당 등 유적지는 2020년 지진 피해 복구 공사중이어서 들어갈 수 없어서 아쉬웠습니다. 주로 거리 구경을 하고 시립박물관 한 곳만 가봤습니다. 가톨릭 유물이 많습니다.
자그레브 동북쪽에 바라주딘이라는 옛 도시가 있는데, 한때 수도였다고 합니다. 작고 예쁜 도시였는데, 미슐랭 레스토랑이 3개나 있고 가격도 저렴했습니다. 자그레브 북쪽에 있는 트라코스찬 성과 함께 하루 방문하기 좋은 곳입니다. 트라코스찬 성은 내부가 잘 보존되어 있어서 예전 영주의 생활을 엿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바라주딘은 평야 지역이고 그 남쪽은 산지입니다. 남쪽 산지에 칼니크라는 예전 요새 유적이 있어서 가 보았는데, 산 너머는 또 낮은 구릉과 평야가 펼쳐져 있어서 전망이 아주 좋았습니다. 산을 넘는 길은 포장도로도 있지만 제가 갔던 길은 비포장 도로였는데, 숲속 좁은 길 드라이브가 너무 기분이 좋아서 그런 산길들을 여기저기 찾아다녔습니다.
크로아티아에서 가장 유명한 관광지 중 하나는 플리트비체 국립공원입니다. 물이 굉장히 깨끗하고, 높이가 다른 여러 개의 호수가 연결되어 있어서 폭포가 많습니다. 어떤 사람은 평생 봤던 폭포 개수보다 여기서 본 폭포 개수가 더 많았다고 할 정도입니다. 트레킹 코스가 잘 만들어져 있습니다. 긴 트레킹 코스는 버스와 유람선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크르카 국립공원도 비슷한 곳인데, 거기에는 가보지 못했습니다.
해안지역의 가장 위쪽은 이스트리아 반도입니다. 슬로베니아와 붙어 있고, 조금만 올라가면 이탈리아 트리에스테입니다. 이스트리아 반도 가운데 쯤 산 정상에 모토분이라는 작은 성이 있는데, 천공의 성 라퓨타의 모티브가 되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해안에 있는 로비니라는 작은 도시가 유명합니다.
이스트리아 반도 바로 아래에는 리예카라는 도시가 있습니다. 관광지이기도 하지만, 화물선과 크레인, 곡물 사일로가 보이는 산업항이기도 했습니다. 리예카 외곽에는 2차 대전 때의 지하 요새가 있어서 들어가볼 수 있었습니다.
리예카 남쪽에 크르크라는 꽤 큰 섬이 있는데, 다리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왜인지 이유는 알 수 없는데, 크르크 섬 남쪽은 식물이 거의 없는 황무지입니다. 더 남쪽에 있는 파그 섬도 마찬가지입니다. (현지인 표현에 따르면 화성 같은 풍경이었습니다.) 추측이지만 토질이 식물이 살기 어려운 곳이 아닐까 싶습니다. 검색해보니 바람이 너무 심해서 토양을 날려버리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자다르는 바다 오르간으로 유명합니다. 파도가 치면 오르간 비슷한 소리가 나도록 만들어져 있습니다.
남쪽 달마티아 지역의 중심 도시인 스플리트 바로 위쪽에 트로기르라는 조그만 옛 도시가 있습니다. 작은 섬 자체가 작은 도시이고, 유네스코 세계유산입니다.
스플리트는 크로아티아 제 2의 도시인데, 구 시가지 자체가 옛날 로마 시대 궁전입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궁전의 지하였는데, 로마 시대의 건축 기술이 대단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미래소년코난의 삼각탑 지하도시가 생각나는 곳이었습니다. 보통 두브로브니크를 제일로 치는데, 스플리트도 그에 못지 않은 곳이었습니다.
스플리트에서 두브로브니크로 가는 길은 육지로는 원래 보스니아를 거쳐서 가야 하는데, 지금은 그 앞에 있는 섬을 연결하는 다리가 있어서 국경을 건너지 않고 갈 수 있습니다. 그 섬은 사람이 거의 살지 않는 듯 숲속을 통과하는 도로만 있었습니다.
두브로브니크 구 시가지는 일반 차량 통행이 금지되어 있어서 외곽에 차를 세우고 걸어다녀야 합니다. (모르고 차를 끌고 들어가면 엄청난 벌금을 내야 하니까 주의해야 합니다.) 두브로브니크의 특징은 성벽 위를 한 바퀴 걸을 수 있는데, 성벽 위쪽에서 성 안을 여러 각도에서 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성벽 위를 걷다 보니 진격의 거인이 생각나더군요.) 두브로브니크 패스를 사면 성벽 관광, 여러 박물관, 그리고 시내버스까지 탈 수 있어서 유용했습니다.
음식은 어디서든 피자가 맛있었고, 해안선이 긴 만큼 생선 요리도 괜찮았습니다. 해안 지역에는 유럽에서 온 노인 관광객이 굉장히 많았습니다. 자그레브의 주요 관광지들이 지진 피해에서 복구되면 한번 더 가보고 싶네요.
댓글 (6)
- S
sltx
작성자
25.10.08 · 112.♡.237.91
검색해 보니 파그 섬 일대에 식물이 없는 것은 "보라(크로아티아어로 부라)"라고 불리는 강풍이 흙을 다 날려버리기 때문이라고 하네요. 폭스바겐 골프의 세단형인 제타가 지역에 따라서 보라라는 이름으로 불렸는데, 이 바람 이름에서 따온 것이네요. -
Llazyzeus
25.10.11 · 221.♡.108.110
13년전에 드보르니크 간다고 보스니아 쪽에서 검문당했었던 기억이 있는데 이제는 섬으로 돌아가서 그런게 없어졌나보군요. 유럽은 쉥겐조약 때문에 자유로이 이동가능했는데 거긴 차 트렁크까지 다 조사해서 색다른 경험이었습니다.
krk섬에 이야기가 나와서 반갑네요. 예전에 krk에서 와이프랑 캠핑장 찾는 도중에 fkk 캠핑장 들어가기 전에 동네아저씨들한테 제지당했던 기억이. fkk 비치나 캠핑장 찾아보시면. 므흣. 크로아티아에 좀 많이 있습니다.
전 정말 몰랐습니다.{emo:onion-002.gif:150} - S
sltx
→ lazyzeus 작성자
25.10.12 · 112.♡.237.91
네. 예전에는 국경 통과했어야 했는데 지금은 다리 생겨서 그럴 필요 없어졌습니다.
FKK 캠핑장은 몰랐네요. 제가 일요일 저녁에 크르크 섬으로 들어갔는데, 나오는 차들이 엄청나게 밀려 있는 것을 본 기억이 납니다. 주말을 즐기다 돌아가는 사람들이겠죠. -
페페퍼로니피자
25.10.17 · 218.♡.87.149
물가가 남부쪽으로 내려갈수록 비싸지는것도 재밌죠. 두브로브니크 물가는 스위스 뺨치게 비싸더란..ㄷㄷㄷ - S
sltx
→ 페퍼로니피자 작성자
25.10.17 · 112.♡.237.91
그렇죠. 스위스까지인지는 모르겠지만 비싸더군요. 바로 옆 동네인 모코시차는 그나마 좀 저렴했구요. -
Ccugain
25.10.23 · 93.♡.250.148
올해 여름휴가로 크로아티아 다녀왔습니다. 글만 읽어도 당시 기억들이 새록새록 나네요.
자다르 공항에서 렌트해서 자다르 > 스플릿트(하바르) > 두브로브니크 거쳐서 돌아왔어요.
- 자다르 도시 자체는 별거 없었던거 같아요. 그냥 공항있는 수도.
- 플리트비체는 생각보다 그저 그랬습니다. 예쁘고 물도 깨끗한거 알겠는데... 멀리서 봐야 더 예쁘더라구요. 막상 내려가면 그냥 큰 감흥없이 걷다 오게 됍니다.
- 스플리트는 왕좌의게임 촬영지도 있고, 나름 독특한 분위기때문에 좋았는데, 나중에 두브로브니크가 더 낫긴 하더군요. 하바르섬은 배타는 시간이 생각보다 길어서 다시 가라면 안갈것 같긴 합니다. 바다는 가장 깨끗했습니다.
- 두브로브니크는 성벽으로 둘러싸인 올드타운이 메인인데, 전 성벽투어까진 안했네요 ㅎ 굳이 돈내고 그 땡볕에 벽따라 돌필요가 없을것 같았달까요 ㅎㅎ 옆에 반예비치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낸것 같습니다.
아드리아해는 말씀대로 정말 깨끗하더군요. 지중해의 보석 맞는거 같아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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