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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를 ADHD라고 생각하는 사람의 학창시절 돌아보기
JinoLee

Lv.1 JinoLee (119.♡.146.203)

2025년 12월 1일 PM 12:31 · 수정됨(12. 15.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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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40대 중반이다. 스스로를 ADHD라고 생각하면서, ADHD에 대한 글들을 많이 읽어보았다.

그러면서 과거의 나는 어땠나 하고 돌아본다.


학창 시절에는 좀 특이한 아이였다.

지나치게 산만하고, 맨날 엉뚱한 생각만 한다고 지적받았다.

고백하건데, 나는 학교에서 수업을 들은 적이 거의 없다. 초등학교 때부터 고등학교 졸업할 때까지.

공부는 늘 집에서 했고, 학교 수업시간엔 언제나 잠만 잤다.

그렇지만 자고 싶어서 잔 것은 아니었다. 선생님의 말에 집중하기가 너무나 어려웠다. 나도 노력을 안한 것이 아니다. 하지만 수업은 너무 느리고 지루했고, 그걸 하나씩 따라가다보면 저절로 졸음이 찾아왔다.


집에서 공부하는 것도 재미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 자체는 좋아했고 책을 읽는 것을 좋아했다. 문제집을 푸는 것도 그다지 어렵지 않았다.

비효율적인 공부방식이긴 하지만, (남들보다 공부에 쓰는 시간 자체는 꽤 길었을 듯) 의미가 없는 내용들을 외우는 것은 무척 지겹고 싫은 일이었기 때문에, 반복해서 읽는 것으로 나중에 내용을 떠올리는 쪽이 더 나에게 맞는 방식이었다고 생각한다.

암기과목 성적은 별로였지만, 국영수과학 과목성적은 학교에서 늘 상위권에 있었다.

이해력이나 분석력은 뛰어나지만, 기억력은 늘 바닥이었다.


국민학생, 그리고 중학생 시절에는 교과서를 반복해서 읽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높은 성적을 받을 수 있었다.

사실 교과서를 반복해서 읽는 것보다는 새로운 책을 읽는 것을 더 좋아하긴 했다. 그래서 매일매일 새로운 소설책을 읽었고, 도서대여점에 맨날 가곤 했다.

나는 재미있게 읽은 책의 제목이나 주인공의 이름조차 기억하지 못했다. 그렇지만 줄거리만은 설명할 수 있었다.

다만 내가 줄거리를 설명해주면,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이름도 없고 내용도 중간중간 건너뛰어서 도저히 알아들을 수 없다고 했다. 받아들이는 사람 입장을 생각하지 않고 머리속에서 재미있다고 생각하는 내용들만 줄줄 읊었기 때문일 것이다.


가만히 아무 생각 없이 있는 것은 고통스러웠다. 매 순간 무언가를 해야 했다. 늘 머리 속에는 무질서하게 다양한 생각들이 떠올랐고, 해야 하는 일들을 기억하는 것은 어려웠다.

내가 생각한 방법은 무언가 다음에 해야 할 일이 있어서 그걸 기억해야 한다면, 그 일을 할 때까지 머리 속에서 무한 반복하여 잊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이었다.

(예를 들어 가게에 새우깡을 사러 가려고 한다면, 새우깡새우깡새우깡새우깡을 가게에 도착할때까지 계속 반복한다.)

스스로가 바보처럼 느껴질 때도 있었지만, 그래도 이건 꽤 효과적이었다. 맨날 까먹기만 하던 나도 2가지 정도는 기억할 수 있었다. (두가지를 반복해서 머릿속에서 되뇌이기) 그런데 3가지 이상은 잘 되지 않았다. 그리고 그렇게 하나를 계속 반복하다보면, 중간에 끼어들어서 다른 일을 해야 할 때 처리하는 것이 어려웠다.

그래서 나는 맨날 바보 같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맨날 학교에서 자기만 하는데 왜 성적은 좋은거냐고 이상한 녀석이라는 말을 참 많이 들었다.


고등학생이 되면서 멀리 떨어진 학교에 1시간 반씩 걸려서 등교와 하교를 해야 했는데, 괜찮다고 생각하고 참고 지냈지만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던 것 같다. 집에 돈이 없어서 어머니와 아버지는 맨날 화가 나 있었고, 집안 분위기는 늘 살얼음판을 걷는 것 같았다.

공부에 흥미를 잃고 교과서도 더 이상 읽지 않았다.

그래도 중학교때까지 공부했던 걸로 고등학교 1학년 까지는 높은 성적을 유지할 수 있었지만, 그 후로 성적이 급격히 떨어져 고 3때엔 학교시험에서 55명중 54등을 할 정도였다. (55등은 운동부였다.)

지금 생각해보건데, 더 이상 공부를 잘해야 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고 그래서 노력을 전혀 하지 않은 것이 문제였던 것 같다.

가정 환경은 늘 스트레스였고, 공부는 재미없고, 더 이상 잘해야 한다는 생각도 하지 않았으니까.. 어쩔 수 없지 않았을까. 그래도 엇나가지는 않아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냥 얌전히 학교만 왔다갔다 했다.

학창 시절은 늘 지겹고 괴로웠다. 공부를 잘하던 국민학생, 중학생 때도 마찬가지였다. 하루 중 많은 시간을 차지 하는 수업시간이 늘 지겨웠으니까.. 졸지 않으려고 노력하지만 늘 졸기만 하고 혼나던 기억들만 가득했으니까. (다시 말하지만, 나는 늘 노력했다. 그렇지만 졸린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러면서 졸지 않기 위한 노력조차 귀찮고 힘들어졌던 것도 사실이다.)


늘 온화하게 지내려고 노력하고 얌전히 혼자서 생각하는 것을 즐겼지만, 그런데도 과잉행동은 불쑥 튀어나오곤 했다. 생각하고 있는 거랑 다른 이야기가 튀어나오면 흥분해서 떠들게 되었다. 그러다가 다시 혼자서 나만의 생각으로 고민하고 남이 말하는 것에 전혀 집중하지 못한다.

충동적인 행동은 ADHD의 특징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그래서 그랬구나 하고 생각하지만, 왜 그런 충동을 참지 못하는 건지 스스로를 이해하기 어려웠다. 지금도 어렵다. 왜 가끔씩 충동적인 행동이 튀어나오는 걸까. 그러고 싶지 않은데.

그래서 한번 과잉행동을 하고 나면 스스로를 돌아보면서 내가 왜 그랬나를 길게 생각하는 것도 버릇이 되었다. 내가 왜 여기에서 흥분을 했나 곰곰히 생각하다보면 나름대로의 이유를 찾을 수 있었고, 다음 번에는 그러지 말아야지 하고 생각했다. 그러면 조금이나마 더 나아질 수 있었다.

얌전히 있던 녀석이 가끔씩 막 화를 내거나 흥분해서 떠들고, 또 가만히 있고 학교에서는 잠자는 모습만 보이고, 맨날 까먹고 할 일을 안하고, 늘 책을 읽고 있고.. 주변 사람들이 보기엔 대체 얘는 왜 이럴까 하고 이상한 녀석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때는 난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보지 못했고, 그냥 내 세계에만 갇혀서 살았던 것 같다.


ADHD는 다양한 성격적인 문제, 관계형성의 문제를 가져오지만, 노력으로 극복이 가능한 부분과 그렇지 못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과거로 돌아가도 크게 변할 것은 없을 것이다.

다만 몇가지 요령을 익히고 남들과 비슷하게 행동하는 것이 가능해지는 정도이고, 그런 요령을 알게 되었으니 조금은 평범해질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은 한다. 요령조차 없을 때엔 남들과 비슷하게 행동하는 것이 너무나 힘들고 고통스러웠다는 것을 이해받을 수 있을까.

지금은 약으로 비교적 간단히 해결이 가능해서 참 다행이다. 만약 스스로가 ADHD라고 생각한다면 약을 먹는 것을 적극 권한다. 훨씬 세상 살기가 편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내가 느끼는 ADHD약의 효과는,

- 가만히 아무 생각 없이 있을 수 있다. 그래도 고통스럽지 않다.

- 일을 하면서 다른 생각을 하지 않고 일에만 집중할 수 있다. 심지어 재미있지 않은 일이라도 그게 가능하다.

- 재미있는 것을 하고 있을 때, 그것에 지나치게 집중하지 않고 주변을 돌아볼 수 있게 된다.

약을 먹음으로서 내가 평범해진 것을 느낄 수 있다.


나는 나이가 들면서 조금씩 ADHD성향이 약해져서 지금은 약을 먹지 않아도 그럭저럭 직장 일을 하면서 지낼 수 있다.

그렇지만 약을 먹었을 때랑 안먹었을 때의 느낌은 매우 다르다. 훨씬 편하고 쉽다.

약을 먹는 것으로 스스로가 변할 거라는 불안감은 갖지 않아도 된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느꼈다.


ADHD 환자들에게 이 글이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좋겠다.



사족 : 블로그에 적었던 글을 옮겨봅니다. 아무도 오지 않는 블로그라 블로그의 글은 삭제했어요.. 혹시나 네이버 블로그에서 읽으신 적이 있다면 그 글이 제가 적은 겁니다.

도용한 것 아니니 참고 부탁드려요.

댓글 (6)

  • 하라미

    하라미 Lv.1

    25.12.01 · 218.♡.12.94

    제가 책 제목을 보내자 마자 당시 여친이 당장 사라고 했던 '넌 생각이 너무 많아'라는 책이 떠오르네요;;;
    기억력 부분을 제외하곤 거의 비슷한데, 전 오히려 기억을 못 지워서 피곤한 케이스입니다...

    정신적 과잉 활동인 증후군이라고 나오는데
    길다가 단풍을 보면 그냥 즐기지 못하고 나무의 안쪽은 단풍색으로 덜 변했다는 점에 집중해서
    햇빛을 덜 받으니 단풍이 늦게 왔나? 상대적으로 안쪽이라 덜 추웠나?
    하는 생각하고 있죠;; 참 피곤하게 산다는 말을 많이 듣는데 그걸 살려서...

    품질관리 하고 있습니다;;
  • 게코젤리

    게코젤리 Lv.1

    25.12.01 · 182.♡.163.203

    저도 저희 아들 때문에 제가 ADHD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지난 인생의 모든 퍼즐이 맞춰지는 기분이었죠. 다행히 의사선생님께 저는 머리가 좋은(?) ADHD라고 하셨습니다. 사회화가 되는 과정이 매우 힘들고 어려웠지만 옆의 사람들은 제가 ADHD인지 모릅니다.

    ADHD의 가장 큰 어려움은 공무원이나 군대 같이 단순 작업을 못합니다. 그래서 정규 교육도 힘든 편이죠. 대신 예체능 쪽에서는 두곽을 나타낼 수 있습니다. 특히, 답이 정해져있지 않는 것들을 해결해나가는 데에는 ADHD 친구들이 장점을 발휘합니다.

    저의 경우에도 직장 생활을 큰 문제없이 잘 할 수 있었던 이유가 돌아보니 항상 새로 만들어진 회사나 아니면 신규팀에 있었기 때문입니다. 메뉴얼이 없었기 때문에 창의적으로 좋은 결과들을 만들어낼 수 있었죠. 그래서 저희 아들에게도 정규 교육이 무조건 중요하다고 가르치지 않고 있습니다.

    저와 저희 아들의 경우 대인관계에 문제가 있습니다. 타인에 대한 관심이 적다보니 상대가 무엇을 원하는지 잘 모릅니다. 이것도 훈련을 계속 시키고 있습니다.

    저도 처음 진단받고 약을 먹었으나 1년 정도 복용 후 다시 끊었습니다. 나이가 들고, 사회화가 많이 된 상태여서 그런지 약을 먹지 않아도 큰 차이를 느낄 수 없었습니다. 끊은지는 거의 6년 가까이 됩니다.
  • 똥글 Lv.1

    25.12.02 · 58.♡.61.252

    저랑 99% 일치 하네요 ㅎㅎ 신기합니다.
    약먹고 있습니다. ㅋㅋ
  • JinoLee

    JinoLee Lv.1 → 똥글 작성자

    25.12.03 · 119.♡.146.203

    ADHD라고 전부 비슷할리는 없겠지만, 기본적으로 공유하는 특징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
  • 다크메시아

    다크메시아 Lv.1

    25.12.06 · 211.♡.138.253

    저는 빛과 소리가 너무 괴롭습니다.

    어두움과 조용함이 저를 달래주죠.

    심지어 옆에서 사람이 전화만 해도 머리가 새하얘집니다.

    세상에 대한 이해는 너무나 빠릅니다. 누가 두어마디만 해도 나머지 맥락을 다 이해하죠.

    근데 기억력은 0에 가깝습니다. 암기 자체가 잘 안되요.

    이랬더니 아들이 똑같이 ADHD네요.
  • 고물개 Lv.1

    25.12.15 · 211.♡.147.19

    저랑 비슷하네요
    지금도 사람얼굴이나 이름 업체명 같은 단순암기는
    잘 하지 못해요
    다만 기술의 발달로 메모를 잘 활용 하니 많은 도움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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