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 브로커 감상 ([어느 가족]에 대한 스포 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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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612 클리앙 글을 옮겨왔습니다>>
어제 브로커를 봤습니다. 관객평 탓인지 만석은 아니고 객석이 한 60% 정도 찼더라구요.
이번 영화는 감독의 2018년 작 [어느 가족]의 변주라는 인상입니다.
송강호의 캐릭터는 릴리 프랭키와 많이 겹치고, 이지은의 캐릭터는 안도 사쿠라와 겹칩니다.
다만 [어느 가족]에서 중심을 잡아줬던 키키 키린의 캐릭터가 없는 대신에 경찰인 배두나와 이주영의 캐릭터를 넣어서 이야기를 풍부하게 만들었습니다.
모종의 사건으로 인해 혈연으로 묶이지 않은 사람들이 가족처럼 살게 되고, 행복한 한 때를 보내다가 파국을 맞는 큰 줄거리는 [어느 가족]과 같습니다. [어느 가족]이 비관적인 엔딩이라고 한다면, [브로커]는 엔딩에 낙관적인 터치를 가미했다는 인상입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에서 기존의 사회제도(복지 체계, 경찰, 전통적인 가족 등)가 이 대안 가족의 행복을 위협하고 방해하는 요소로 그려져 왔는데, 이번 작 초반에는 경찰이 이 대안 가족의 행복을 위협했지만 결말에서 파국을 수습하는 데 어느 정도 긍정적으로 기여했다는 점에서 기존 작품들과 약간의 차이점을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송강호의 캐릭터가 영화에서의 약간 내향적이고 유약한 모습보다, 부산 싸나이의 츤데레 모습이었다면 영화의 분위기가 어땠을까 생각을 해봤습니다.
많은 분들이 영화에서 대사가 잘 안들린다는 지적을 해주셨습니다. 저는 그게 감독의 의도가 아니었을까 생각을 해봅니다. 영화 초반 배두나와 이주영이 차 안에서 음식을 먹으면서 얘기를 한 건 먹고 있는 중이기 때문에 잘 알아들을 수 없는 게 당연하거든요. 월미도로 가는 기차 안에서 송강호와 이지은이 나눈 대화에서 송강호의 대사가 잘 안들리는데, 이지은이 "뭐라고?" 라고 되묻죠. 감독이 그냥 송강호의 대사를 관객에게 전달하고 싶었으면 굳이 "뭐라고?"라는 대사를 넣을 이유가 없죠. 만약에 이게 감독의 의도라고 하면 그러면 왜 일부러 대사를 잘 안들리게 했는가?라는 물음이 따라나옵니다. 그건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다회 감상을 하면서 잘 안 들리는 대사들을 유심히 들으라는 건지.
이지은 배우는 열심히 했지만, 연기에서 아쉬운 점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첫 영화에서 많은 걸 기대하기는 어렵고, 기라성같은 선배들과 연기하면서 뒤쳐지지 않는 기세를 보여준 건 좋았지만, 영화에서 요구하는 역할에 비해 좀 버거운 느낌이었습니다. 상처많은 과거를 지니고 성매매와 살인을 했으며, 홀로 아이를 키우고, 동행하는 사람들의 운명을 고민해야 하는 문소영이라는 캐릭터는 대배우가 해도 어렵죠. 강동원과 이지은의 관람차 씬에서 이지은이 우는 얼굴을 강동원의 손이 가리는데 왜 굳이 손으로 얼굴을 가렸지?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느 가족]에서 안도 사쿠라가 경찰 수사를 받으면서 우는 씬은 국제적으로 찬사를 받은 장면이었거든요. 감독이 이지은 배우를 배려해서 뭔가 연기의 짐을 덜어준 느낌이었는데, 그만큼 그 씬의 효과가 줄어들지 않았나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