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바(ABBA) VOYAGE 런던 콘서트 4회 관람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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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의 주제는 아바이기 때문에 분류를 '음악'으로 해두었지만 이 글은 아바의 '음악' 보다는 콘서트에 동원된 '기술'과 공연장에서의 '경험'에 맞추어져 있습니다.)
전설의 그룹 아바(ABBA)가 수년간의 소문을 뒤로하고 드디어 2021년 9월 2일에 새 음반을 발매하는 기자회견을 한다는 것이 확정되어 보도되었을 때에 살다가 이런 일이 있을 수도 있는가 하고 기뻐서 눈물을 흘릴 지경이었습니다. 제가 아바의 음반을 듣기 시작한게 겨우 2000년대 후반이었는데 아바의 마지막 앨범은 1981년에 발매되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아바의 활동기간을 아예 경험할 수 없었기에 아쉬운 마음이 늘 있었습니다. 전설인줄로만 알았는데 새로 활동을 한다는 소식을 들었으니 팬으로서 당연히 흥분되지 않겠습니까?
한국시각으로 늦은 밤에 유튜브를 통해 공개된 계획은 상상 이상이었습니다. 처음에는 두곡짜리 싱글이었다가 발표 직전에는 네다섯곡짜리 EP가 발매된다는 소문이 돌았는데 발표당일에는 완전한 앨범을 발표한다는 소식을 알려왔습니다. 게다가 음반발표에 더해 런던 동부에 전용 공연장을 지어서 가상 콘서트를 열겠다고 했습니다. 팬들이 흥분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었습니다. 그해 11월 5일, 40년만에 새로 발매된 앨범 Voyage는 큰 성공을 거두었고 2022년 5월 27일에 시작된 콘서트 Voyage 역시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습니다. 자신의 눈을 믿을 수 없었다, 눈물을 흘렸다, 정말 신나게 추억에 잠겨 놀았다는 등의 언론의 극찬이 이어지면서 공연이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고 저 역시 이 공연은 언젠가 꼭 봐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2023년 2월과 2024년 2월에 두 번에 걸쳐 런던에 갈 기회가 생겼으며 총 네 번 이 공연을 관람했습니다. 작년에 두 번을 보았을 때에는 그저 너무 신기할뿐이었고 올해에 두 번을 보았을 때에는 아쉬운 점과 최고의 경험을 동시에 맛보았습니다.
처음 이 공연을 보았을 당시에는 진심으로 너무 크게 충격을 받아서 제가 본 경험담을 글로 풀어내는 데에 꽤 시간이 오래 걸렸습니다. 당시 제가 활동하던 어떤 온라인 모임에 후기를 남겼는데 어떻게 글을 써야 제가 본 것을 다른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을지에 대해 한참 궁리했습니다. 희열을 말로 표현할 수 없어 제 글실력이 얼마나 형편 없는지 깨닫기도 했습니다. 저와 함께 간 친구들은 모두 고전음악 위주로 듣는 사람들인데 공연을 보고난 후 완전히 넋을 잃어버렸고 옆에 있던 다른 관객 일부는 감동받아 눈물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휠체어를 타고온 노인들이 일어나 춤을 추는 모습도 보았죠.
이 공연을 쉽게 설명하면 ‘초대형 아이맥스 극장에서 경험하는 극도로 현실감 넘치는 3D 아바타 콘서트’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3D 영상을 보기위해서는 보통 입체감을 높여줄 보조 안경을 쓰기 마련인데 이 공연에서는 그럴 필요가 없습니다. 그냥 눈 앞에 과거 전성기의 아바가 나타난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https://youtu.be/iEikjzZO2N8?si=_YJ1n30xVzk1lbcI
머릿속으로만 구상하던 이 계획이 이루어지도록 실질적으로 도움을 준 곳은 조지 루카스(George Lucas) 감독이 운영하는 특수 효과 전문 회사입니다. 네 명의 아바 멤버는 특수 제작된 옷을 입고 자신의 몸 동작을 데이터로 만들었습니다. 여기에 1977년 당시 시절의 이미지, 그리고 아바 멤버의 체격과 매우 비슷한 대역 배우의 동작을 합쳐 ‘아바타’를 탄생시켰습니다. 유명 디자이너가 참여한 의상은 정교한 예술작품 수준인데 실제로 제작된 옷을 스캔한 다음 그 이미지를 아바타에 입혀버렸습니다. 아바 멤버는 마치 살짝 보톡스를 맞은 것 처럼 보이는데 예전에 활동하던 진짜 본인들의 모습과 비교하면 표정이 훨씬 더 풍부하고 춤도 과격합니다. 아무래도 대역의 힘이 크게 발휘되었습니다.
https://youtu.be/sjgs95eevgE?si=b3rSkPeOevZGTYs3
눈 앞에 등장한 아바의 모습은 극도로 사실적이면서도 약간은 진짜가 아닌 티가 나기도 합니다. 객석에서 보면 마치 진짜 사람인것 처럼만 보이는데 무대로 더 가까이 갈수록 아주 살짝 어색한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무대 배경에 따라 어떤 때에는 진짜 사람 같아서 탄성을 지르게 되는데 특히 아바타가 일렬로 서서 얌전히 있을 때 보다는 무대에서 춤추며 격하게 움직일 때에 훨씬 더 자연스러워 보입니다. 초대형 화면에 비춰진 아바타의 얼굴에는 주름은 물론 주근깨와 모공과 면도 안 한 수염까지 재현되어 있습니다. 치마 주름도 매우 자연스럽게 재현되어 아바타가 움직일 때마다 찰랑거립니다. 조명이 치마를 비추면 다리선이 드러나고 아바타의 전면을 비추면 무대 복장의 장식이 반짝거립니다. 그림자는 물론 조명의 위치 변화에 따른 명암마저도 완벽하게 재현되어 진짜 아바가 ‘무대속에서’ 공연하고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굳이 흠을 잡자면 머리카락이 너무 단정하고 완벽하게 다듬어져 있어 초현실적인 느낌이 난다는 점입니다. 기술이 더 발전한다면 헝크러진 머릿카락이 한올 한올 삐져나오는 것까지 구현되지 않겠나 예상해봅니다. 또 하나 억지로 흠을 잡자면 디지털 아바 멤버가 너무 멋있다는 점입니다. 원래 멤버가 그렇게 잘 생기거나 아름답지 않고 춤을 잘 췄던 것도 아닌데 이 공연에서는 그런 인간적인 면이 안 보입니다. 살짝 성형수술을 한 멤버들이 고난이도의 훈련과정을 거쳐 얼굴 표정과 손동작, 춤동작을 매우 능수능한하게 구사하는 것 같은 느낌입니다. 표정이 얼마나 풍부한지 가수 은퇴 후 배우를 해도 될 정도라는 생각도 해보았습니다. 눈 앞에 펼쳐진 아바 멤버의 모습이 진짜가 아닌 디지털 3D 영상이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관객 모두 이 모습에 소리를 지르고 박수를 칩니다. 미리 녹화된 모습이기는 하지만 멤버별로 한명씩 나와 관객들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말해주는 시간도 있습니다.
관객들에게 이 공연을 보여주는 방식 또한 정말 새롭습니다. 직접 사람이 나서서 공연하는 것을 뛰어넘어 다양한 방식이 동원됩니다. 노래에 따라 화면이 2D, 3D, 만화애니메이션, 과거의 활동 동영상으로 변환되어 관객에게 한시도 지루할 틈을 주지 않습니다.눈 앞에 펼쳐진 모든 무대 장치가 사실은 화면에 투사된 이미지입니다. 오로라가 보이는 한밤중에 노래하는 모습이 펼쳐졌다가 갑자기 실내 공연장으로 변환됩니다. 화면이 매우 큰 덕분에 무대의 깊이감도 매번 달라집니다. 조명도 단순히 스포트라이트나 레이저빔을 쏘는 차원이아니라 수백개의 조명 장치가 관객석 바로 위까지 내려옵니다. 심지어 보조 스크린도 내려오고 올라가기를 반복합니다
이 공연을 보러 가는 과정은 극장에 가는게 아니라 진짜 콘서트를 보는 과정과 똑같습니다. 가방을 열어 보여주며 보안검사를 통과해야 하고 구역별로 다른 줄에 대기해야 합니다. 장내에 입장하면 짐을 맡기는 곳도 있고 각종 음식을 파는 곳도 있습니다. 심지어 콘서트 관련상품도 판매합니다. 스탠딩과 좌석이 구별되어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완전 옆 끝이 아닌이상 어떤 좌석에서 보아도 무대는 잘 보이도록 고안되어 있습니다.
1.좌석:J구역 앞에서 1/3지점, 오른쪽 끝 통로 옆
무대도 잘 보이고 각종 무대 효과도 다 보입니다. 음향도 좋습니다. 살짝 옆이어서 그런지 관객석이 곡선으로 보여 공연장이 매우 넓어보입니다.
2.좌석:J구역 뒷쪽, 왼쪽으로 치우침
나쁘지 않지만 1번에 비해 무대가 살짝 더 멀리 보입니다. 그래도 괜찮습니다.
3.좌석: H구역 윗쪽
공연장의 중앙인지라 이 공연의 핵심인 각종 조명효과를 감상하기에는 매우 좋습니다. 다만 제가 윗쪽에 앉아있어서 천장에서 내려오는 조명이 아바의 아바타를 살짝 가릴 때가 있었습니다. 음향은 네 번중 가장 안 좋았습니다. 저음이 뭉개져서 답답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공연장의 정중앙에서 팔장을 끼고 공연장을 자체를 경험하기에는 좋으나 음향이 별로이기 때문에 비추천합니다. 뒷쪽이 아니라 조금 앞이라면 확실히 더 좋았겠지만 표 값이 훨씬 비싸죠.
4.스탠딩: 정가운데
왠만하면 스탠딩 구역에서 공연을 감상하실 것을 추천합니다. 음향도 최고이며 아바타가 훨씬 크게 보입니다. 조명효과는 객석에서 보다는 살짝 제한적이지만 무대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관객의 호응이 훨씬 더 좋습니다. 네 번의 공연중 가장 좋았고 스탠딩에서의 경험은 나머지 셋과는 차원이 다릅니다. 가격도 좋은 좌석표에 비하면 훨씬 쌉니다.
공연장에서 듣게되는 아바의 노래가 연주되는 방식도 매우 특이합니다. 노래에 사용된 목소리는 음반에서 그대로 가져왔는데 연주는 밴드가 직접 공연장에서 합니다. 코러스의 실력도 출중하여 아바 특유의 고음을 매우 잘 살려냅니다. 원곡에 매우 충실하지만 공연 특성에 맞게, 춤추기에 매우 적합하게 리믹스된곡을 듣는 느낌이 났습니다. 아주 탁월한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시 아바의 목소리에 대해 언급하자면 기본적으로는 음반에 있는 목소리를 가져왔기 때문에 사람들이 평소에 늘 듣던대로 따라부를 수 있습니다. 사람들이 미처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로 새롭게 녹음된 부분도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또한 일부 곡에서는 녹음은 되었으나 정식 음반 발매당시에는 제외된 부분이 사용되기도 했습니다.
아바의 콘서트라고 하면 50~60대 이상이 관객석을 꽉 채울 것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20대부터 전연령까지 매우 골고루 있습니다. 아바의 노래는 특정 세대만 듣는 것이 아님이 증명되는 셈이지요. 아무래도 백인 관객층이 압도적으로 많지만 국적은 그렇지 않습니다. 수 많은 사람들이 이 공연을 보기위해 다른 나라에서 찾아옵니다.
런던에 오는 수 많은 관광객이 뮤지컬을 보러 가는데 저는 이 공연을 더 추천합니다. 런던에서 볼 수 있는 뮤지컬이 우리나라에서 보다 훨씬 더 많기는 하지만 이제는 우리에게 뮤지컬이 더 이상 낯선 공연형태는 아닙니다. 이에 반해 아바의 홀로그램 아바타 콘서트는 오직 런던에서만 보실 수 있습니다. 입소문이 계속 나서 공연이 계속 연장되고 있으며 평일에도 거의 매진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아마 조만간 라스베가스에서도 이 공연이 시작될 것 같습니다. 아바를 특별히 좋아하지 않아도 아바의 노래를 딱히 싫어하는 사람은 거의 없고 워낙 귀에 익숙한 노래가 많을테니 신문물을 경험한다는 차원에서 이 공연을 보실 것을 강력 추천합니다. 혹시 아나요? 공연이 다 끝나면 공연장 뒤에서 아바의 실제 멤버가 등장할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실제로 제가 마지막으로 공연을 보기 하루 전 날 프리다(Frida)가 직접 공연장을 찾아 관객들을 열광시켰습니다. 저는 하루 차이로 그 좋은 기회를 놓쳐서 아쉽습니다.
마지막 세 개의 사진은 노래가 모두 끝나고 마지막으로 나오는 장면입니다. 이 장면에서는 공연을 만들던 당시의 아바의 실제 모습이 나옵니다. 마치 시간여행을 하는 느낌이 납니다.
(이 공연은 현재 2025년 1월 초까지 일정이 잡혀있습니다. www.abbavoyage.com 에서 예매할 수 있습니다.
혹시 가시게 되는 분이 생긴다면 반드시 공연장에 가기에 앞서 구글 맵으로 공연장 가는 교통편을 다시 한 번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런던의 지하철은 매우 오래되어서 수시로 보수공사가 이루어집니다. 미리 알아둔 방법으로 가려다가 교통편이 끊겨 크게 낭패를 볼 수 있으니 조심하십시오. 제가 네번째 갈 때에 제 시간에 입장 못할 뻔 했습니다.)
총 공연시간 9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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