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묘한 남극날씨 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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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일리악 203.♡.180.14
작성일 2024.07.25 00:03
분류 생활문화
1,880 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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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지 특성상 수요일은 오후부터 밤까지 당직을 서야 합니다. 순찰이 있지만, 인터넷이 가능해 다모앙을 접속 할 수 있는 수요일 당직이 젤 좋습니다. 요즘 맨날 해가 안뜨는 어둠이라 잠 못자는건 상관없어요...졸릴때 자면 그게 밤이에요.

자유게시판에 사진 한 장을 올리고, 댓글보며 어떤 썰을 풀까 고민했습니다. 커피포트에 물 끓여 밤에 뿌린 썰? 아니면 남극의 쉐프를 보며 극야기간 맨탈얘기? 주특기를 살려 남극만 있는 특이한 질병? 이글루 썰?? 온갖 생각을 하다....신묘로운 날씨 썰 위주로....

2022년 적도에 있는 통가 해저화산 폭발이 있었습니다. 그로 인해 장보고 기지와 이웃 이탈리아 기지앞 얼음이 모두 깨졌답니다. 이게 뭔 개솔인가 싶었지만 그렇더라구요...적도에서 발생한 파도가 지구 끝 남극까지 전달되어 2미터 두께의 얼음장을 다 깨부순거죠...남극 왕복 비행기는 해상활주로라고 해서 얼음 위 활주로를 만들어 쓰는데 그해엔 비행기가 뜨고 내리지 못해 활주로 자료가 없으니 증명되죠. 뱅기는 이탈리아 군용기 C-130이랍니다. 뉴질랜드 크라이스트 처치에서 출발하고 요금은 일인당 천만원쯤 한답니다. 활주로 공사는 한국 월동대가 조성합니다. 뱅기는 비싸서 선발대가...저는 돈 안드는 우리배 아라온호 타고 들어왔습니다.

두 번째 한겨울 남극은 바람이 불면 기온이 올라갑니다. 한국은 북풍한설이라 시베리아 고기압이 내려오며 추워지지만...남극은 북쪽 바닷가 따뜻한 바람이 대륙쪽으로 불어오는지 아님 대류로 그런지 따뜻해집니다. 그래도 영하 20도 근처지만요...남극은 일년내 추워요...암튼...

셋째 기지에는 기상청 파견 기상대원, 대기를 연구하는 대기연구 대원이 있습니다. 그만큼 기상은 중요한 연구과제이고 생존과 직결된 중요한 문제입니다. 예보에 따라 외부 작업이나 연구활동에 영향을 미칩니다. 근데 최근 한국 기상예보도 틀리다 하고, 장보고 기상예보도 조금 차이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같이 점심 먹으면서 기분나쁘지 않게 기상대원에게 물어봤습니다.

컴퓨터 빠방하게 있고 수많은 관측장비가 촘촘히 있는데 뭐가 문제냐? 기상대원은 컴퓨터가 기상 예보를 하려면 기후모델이란걸 이용한다 하더라구요. 기후모델은 지난 수십년간의 통계를 가지고 이런 날씨면 어떻다라는 경향을 의미한다라고 이야기하더군요. 그런데 지구 온난화로 기후 모델이 조금씩 맞지 않기 시작한 겁니다. 제 상식으론 기상청 슈퍼컴퓨터가 있는데 기후예측이 틀릴 수 없다 생각했거든요. 10초 고민 후...

다시 물었습니다. 딴 나라 기후 모델을 가져다 쓰면 안되냐? 내가 울릉도서 생활해 보니 한국 기상청 예보보다 일본 기상청 예보가 정확하더라...그러니 우리 이웃 이탈리아 기지는 생긴지 50년 됐으니깐 거기꺼 가져다 쓰면 안되냐? 참고로 한국기지는 10년차입니다. 기상대원 말로는 미국꺼, 이태리꺼, 한국꺼 돌려보고 이야기하는거다...아 외제도 온난화를 경험한 데이터는 없으니 똑같구나...온난화 연구가 중요한 이윱니다.

뭐 신묘한 이야긴지 모르겠습니다. 기후 모델도...빙하도...파도도...지구가 엄청 거대해도 모든게 연결되어 있고, 인간이 모든걸 다 알 것 같지만 실은 하나도 모른다는걸 알게되었습니다...뭐 그렇다구요...

글고 기지서 저만 다모앙 하는게 아니에요. 다른 샤이 유저도 있고, 다모앙은 남극서 다양한 소식을 빠르게 접할 수 있는 멋진 커뮤니티라는걸 얘기하고 싶습니다. 모두 좋은 밤되시길…오늘도 고생했어요….


ps) 고생한다고 이야기 말아주세요. 가고싶어 온거고 월급받고 당직서고 있어요. 여러분들도 고생하고 계시잖아요. 저도 똑같아요~~우리 모두 고생하고 계십니닷!!!! 글고 여러분 세금으로 월급받고 있어, 밥값하려고 썰 푸는거 절대 아닙니다. 훌륭하게 R&D 예산 삭감되서, 남극 장보고 기지 홍보하려고 하는겁니다.

댓글 21 / 1 페이지

일리악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일리악 (203.♡.180.14)
작성일 07.25 00:31
최근 극지 연구소에서 연락이 오는지, 아니면 연구반장님 지인이 이야기하는지 모르겠지만......연구반장님이 다모앙에 글쓰냐고 물어보셔서 갑자기 위축되요....그래서 날씨이야기 썼습니다....재미없어도 그냥 읽으세요....

돼지햄스터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돼지햄스터 (1.♡.239.93)
작성일 07.25 00:36
멋져요 이밤에 졸린눈으로 보는 남극의 이야기라니요
종종 여유가 생기시면 또 부탁드립니다

일리악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no_profile 일리악 (203.♡.180.14)
작성일 07.25 00:42
@돼지햄스터님에게 답글 시덥지 않은 글이라 담날 읽으셔도 됩니다. 읽었다고 도움되는 글도 아닙니다. 암튼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humanitas님의 댓글

작성자 humanitas (78.♡.45.236)
작성일 07.25 05:16
오, 재미 있게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일리악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no_profile 일리악 (203.♡.180.14)
작성일 07.25 08:27
@humanitas님에게 답글 별거없는 글을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루네트님의 댓글

작성자 루네트 (175.♡.133.110)
작성일 07.25 05:55
저도 남극에서 근무하고 싶어요. 멋지십니다.

일리악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no_profile 일리악 (203.♡.180.14)
작성일 07.25 08:27
@루네트님에게 답글 꿈꾸고 노력하면 이뤄지더라구요...비밀인데 오시면 별거 없습니다....

셀빅아이님의 댓글

작성자 셀빅아이 (125.♡.200.218)
작성일 07.25 05:58

일리악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no_profile 일리악 (203.♡.180.14)
작성일 07.25 08:28
@셀빅아이님에게 답글

까사포르투게사님의 댓글

작성자 까사포르투게사 (59.♡.92.190)
작성일 07.25 07:06
노르웨이에서 북극권에 일주일 가본적 있는데요. 한겨울에요. 해가 안뜨니까 이거 뭐 밖에 나가서 할것도 없고 우울하고 술만 먹게되더군요 ㅋㅋ 컨디션 좀 ㅇ어떠세요?

일리악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no_profile 일리악 (203.♡.180.14)
작성일 07.25 08:26
@까사포르투게사님에게 답글 뽈뽀에 삐리삐리 뿌려먹고 싶습니다.....해변과 비노 베르데는 거둘뿐........크으~~~컨디션은 견디션이라고 하더라구요...견디면 됩니다...긍정적으로 생각하면서요...인생은 항상 행복한게 아니잖아요...어쩌다 행복을 그리며 지옥에서 견디는거라고...

까사포르투게사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까사포르투게사 (59.♡.92.190)
작성일 07.25 09:11
@일리악님에게 답글 저는 겨울에 석화에 삐리삐리 딱 한방울 뿌리면 딱 좋더라구요. 신선한 올리브유도 딱 한방울. 유럽에서 엄청비싼 굴을 쉽게 먹을수 있는 것이 우리나라의 매력인데 이제 그 노로바이러스가... ㅠㅠ

일리악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no_profile 일리악 (203.♡.180.14)
작성일 07.25 09:19
@까사포르투게사님에게 답글 ㅎㅎ 모든게 풍족할땐 있는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는데, 남극선 모든게 제한되고 모자라다보니 작은거에도 감사하게 되더라구요. 모두 비슷하게 수명을 다한다고 하면, 같은 날에 얼마나 감사하게 살면서 행복을 느끼는지가 참 중요한것 같단 생각이 요즘 점점 많이 드네요. 행복하고 감사한 하루를 느끼는 날이 되시길....

까사포르투게사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까사포르투게사 (59.♡.92.190)
작성일 07.26 06:44
@일리악님에게 답글 맞습니다. 영원할것 같은것도 의외로 오래가지 않고 정말 좋은 것들은 더욱 짧습니다. 순간을 소중히 살아야죠. 님에게도 행복과 감사한 하루를 기원합니다.

Run4Fun님의 댓글

작성자 Run4Fun (14.♡.242.238)
작성일 07.25 09:24
앗.. 앙밍아웃 당하셨네요;; 안그래도 온난화 영향을 얼마나 체감하시는지 궁금했는데 딱 날씨 이야기 해주셔서 잘 읽었습니다~

날씨는어때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날씨는어때 (95.♡.77.176)
작성일 07.25 15:54
인터넷 속도가 얼마쯤 되나요?

재원34님의 댓글

작성자 재원34 (106.♡.131.48)
작성일 07.25 16:46
화이팅!!

쏘세지야채볶음님의 댓글

작성자 쏘세지야채볶음 (110.♡.242.145)
작성일 07.28 13:50
재미있게 잘봤습니다. 첫번째썰은 좀 놀랍긴 합니다. 비교적 최근 유명 유튜버가 남극간 영상을 보아서 그런지
뭔가 더 재밌었습니다. 감사합니다.

Icyflame님의 댓글

작성자 Icyflame (211.♡.240.220)
작성일 07.29 02:10
재미있는 이야기 고맙습니다

고물개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고물개 (117.♡.11.226)
작성일 07.29 09:05
궁금한데 당직은 왜 서는건가요 ?
밖에서 똑똑 노크 하면 열어주면 안되잖아요

일리악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no_profile 일리악 (203.♡.180.14)
작성일 07.29 09:21
@고물개님에게 답글 훌륭한 질문이십니다. 남극이나 남극해에서 조난 신호가 오면 남극협약에 의해 구조하게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구난신호를 접수해야합니다. 둘째, 요즘 기지 평균온도가 영하 30도 내외라 발전기나 배관에 문제가 생기면 매우 위험해집니다. 그래서 모든 장비를 모니터링해야 합니다. 셋째, 한국과 기지의 시차가 있어서 한국 기지운영실의 긴급 지시나 연락을 위해서는 일과시간외 당직자가 전문이나 지시를 접수하여 전파합니다. 넷째, 외계인이 가끔 문을 노크하면 가서 인사말하고 맞아줘야 해서 기다리는겁니다. 참고로 당직선다고 추가 수당이 지급되지 않습니다....그래도 기쁘게 섭니다....인터넷을 할 수 있거든요....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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