쉐리의 밤 (발베니 15Y, 스프링뱅크 15Y, 아벨라워 아부나흐, 맥캘란 18Y & 이니그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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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한 잔이면 얼굴이 빨개지고, 주량이 적어 잘 못 마시다보니 술이면 멀리했던 아내였는데 저 때문에 싱글몰트 위스키, 그 중에서도 피트 위스키를 마셔보곤 위스키의 세계에 푹 빠진 아내.
그런 아내가 임신을 하면서 임신 기간 동안 야금야금 모아뒀던 위스키를 단유 기념으로 오픈했는데요.
둘 다 라가불린을 제일 좋아하다 보니 라가불린이나 피트 위스키를 제일 먼저 찾을 줄 알았더니아내가 출산 후 처음 제대로 마시는 위스키로 고른 게 달큰쌉살한 쉐리 위스키였습니다.
아내 출산 이후 시기를 고려해 개봉하지 않고 꽁꽁 쟁여뒀거나 미리 디캔터에 덜어 에어레이션을 시켜둔 쉐리 캐스크 숙성 위스키들 5병을 한 번에 마셔 봤습니다.
1. 발베니 15년 마데이라 캐스크 피니쉬
면세점 전용 라인업이죠. 발베니 답게 첫 개봉에도 많이 스파이시하지 않고 적당히 달콤하고 무난했습니다.
예전에 16년 트리플 캐스크가 발베니 다운 부드럽고 술술 넘어가는 화사함이 좋았었는데 그에 비해 15년 마데이라는 그래도 스파이시하고 더 달고. 직관적인 졸인 흑설탕과 건자두 맛.
둘 다 발베니를 그리 좋아하지 않지만 무난하니 선물용으론 좋겠다고 얘기했네요. ㅎㅎ
2. 스프링뱅크 15년
2022년 생산 보틀을 바에서 넘 맛있게 마셨던 기억에 30만원 중반대 직구 프로모션 뜨자마자 샀던건데 매우 기대하고 맛을 봤지만 제 기억속의 그 맛이 아니었습니다. ㅠㅠ 병 아랫쪽을 보니 2023년 생산 제품.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날 마신 것들 중 아내는 스프링뱅크 15년이 제일 맛있다고 하더군요.
'22년 생산 제품같이 상큼하고 신선한 포도향은 덜하지만 여전히 구수- 몰티함과 쉐리 특유의 달콤함 그리고 변함없이 긴 피니쉬, 여운이 남습니다. 아무래도 피니쉬가 다른 보틀들보다 길어서 맛있다고 느끼는 것 같네요.
3. 아벨라워 아부나흐 배치 78번
처음 마셔본 게 배치 65번이었는데 78번은 너무 실망했네요. 처음 바로 따서 마셔서 그렇다고 하기엔 너무 우디했습니다. 진득한 쉐리의 달콤함도 제 기준에 많이 묽었고요. CS 맞나 싶었는데 도수는 높고요 ㅎㅎㅎ
신혼 여행 출국 때 샀던 보틀이어서 의미 있는데 맛이 너무 아쉬웠습니다 ㅠㅠ
4. 맥캘란 18년 쉐리 오크, 2022년 빈티지
오키나와에서 40만원대에 나름 나쁘지 않은 가격대에 사서 만족하는 보틀인데 향은 엄청 좋지만 맛은 못 따라 가서 아쉬웠네요. 하지만-
5. 맥캘란 이니그마
말레이시아 다녀올 때 면세점에서 사왔는데 한 병 더 살걸! 후회하는 보틀이 됐습니다.
18년에서 아쉬웠던 맛의 농도, 점도, 달콤함이 다 보완되네요. 예전엔 면세점에서 살 수 있는 맥캘란 18년급으로 알려졌다면 이젠 정규 라인업 18년의 상위 호환이라고 해도 될 정도입니다.(아니면 2022년 빈티지 18년이 유독 맛이 없었을 수도 있지만요)
맥캘란스러운 풍부하고 좋은 향(향만 20분 맡은 듯), 이 향에서 기대하는 만큼의 구수함, 달콤함… 진득하게 다가왔습니다. 면세점에서 보이면 한 병 구입해보세요!
FIN.
카마인님의 댓글
정성스런 리뷰 추천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