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페이지] 심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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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더 이상 심심해하지 않는다.
심심하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이해하는 사람도 없다.
본질적으로 심심하기 위해서는 무언가를 하지 않아야 하는데,
사람들에게 그렇게 남아도는 시간이란 건 존재하지 않는다.
없다 라고 단호하게 잘라서 확언할 수도 있는데,
무용하게 시간을 허비하는 것은 이미 법적으로도 금지되어 있고,
그런 남용 사례가 발견되었었다고 적혀 있는 사료도 이제는 많지 않다.
고대 기록 코너에서 몇 시간을 찾아 해 맨 끝에 몇 개를 발견했는데,
그게 벌써 수백 년 전의 기록이다. 그런 시절이 있었다고 한다.
할 일 없이 한적하게 머리를 비우고 있는 이들이 체포되었다나,
맡은 바 책임을 다하지 않는 이들에 대해 법정 최고형이 내려졌고,
남은 한 평생을 한 의자에 묶인 채 우주를 탐구하는 계산에 쓰였다고 한다.
어떠했을까, 끊임없이 펼쳐진 공간을 누비며 계산하는 그 찬란함이란.
부여받았던 과제 수행 시간이 20분이 남았다.
바로 수행 결과를 알리고, 다음 과제로 넘어가야 하는데.. 궁금하다.
심심하다는 것이 정확히 무엇일까? 어떻게 시간이 남아돌 수가 있는 것일까?
마치 시스템을 다운시킨 것처럼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을 수 있다?
그런 게 어떻게 가능하지? 잠이 들었으나 잠이 들지 않았다.. 처럼 궤변이지 않은가.
과제 수행 시간이 19분 남았다. 이 시간 동안 어렴풋하게 라고 알 고 싶어진다.
심심하다..는 걸 한 번 경험해 보고 싶다. 위법이고 중형이 떨어질 수도 있는
위험천만한 짓이긴 하지만, 한 번 경험해 보고 싶다.
심심하다. 심심했었다.. 평생 한 번쯤은 그런 걸 해봐도 되지 않을까.
한 번쯤이라면..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