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당

(탄핵 재표결 1일 전)   🔥 제목 시위는 [말머리] 또는 임시게시판(불타는앙)을 이용바랍니다.

[글쓰기] 오늘의 한 단어 - 귀환

알림
|
X

페이지 정보

작성자 no_profile 벗님 106.♡.231.242
작성일 2024.09.19 10:31
분류 연습하기
72 조회
1 추천
쓰기

본문


돌아가는 발걸음이 무겁다.

결론이 승전이었다면 이렇게 걸음 걸음이 힘겹지는 않았을텐데,

내딛는 한 순간 한 순간이 고통으로 밀려온다.


짧은 한 순간에 수 많은 전우들을 잃었다.

그들과 함께 했던 수 개월의 기억들이 단 몇 초 만에 절단되어 버렸다.

잘린 기억의 틈으로 붉은 피가 울컥 쏟아져 내린다.

붉은 핏빛에 정신을 잃을 것 같다.

후두둑 쓰러지는 전우들,

귓청을 찢을 듯 울려대는 총성과 포성.

나는 쓰러지면 안된다.

나는 살아남아야 한다.

생에 마지막 한 마디조차 남기지 못하고 사그러져가는 전우들,

저 넘들에게 복수를 해야 하는데, 저 넘들에게 총알을 박아넣어야 하는데,

팔이 부들거린다. 온 몸이 부들거린다.

나는 겁쟁이가 아닌데, 나는 겁쟁이가 아닌데, 무엇 하나 움직이길 않는다.


내 부대에서 살아남은 이는 많지 않았다.

나는 내 전우들과 생사고락을 함께 하지 못했다.

비겁한 겁쟁이가 되어 패잔병의 일인으로 다리 하나를 잃고 이렇게 귀환 대열에 올랐다.

무엇을 말할 수 있을까.

내 사랑하는 가족,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전우들의 가족에게.

이 비겁한 겁쟁이는

자기 목숨 하나 연명하려고 그 죽음의 전투에서 총 한 발 쏴보지 못했다고,

쓰러지는 전우들을 그저 바라보고만 있었다고,

나는 그저 껍데기 였을 뿐이라고.


댓글 0
쓰기
홈으로 전체메뉴 마이메뉴 새글/새댓글
전체 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