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오늘의 한 단어 - 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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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24.09.19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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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가는 발걸음이 무겁다.
결론이 승전이었다면 이렇게 걸음 걸음이 힘겹지는 않았을텐데,
내딛는 한 순간 한 순간이 고통으로 밀려온다.
짧은 한 순간에 수 많은 전우들을 잃었다.
그들과 함께 했던 수 개월의 기억들이 단 몇 초 만에 절단되어 버렸다.
잘린 기억의 틈으로 붉은 피가 울컥 쏟아져 내린다.
붉은 핏빛에 정신을 잃을 것 같다.
후두둑 쓰러지는 전우들,
귓청을 찢을 듯 울려대는 총성과 포성.
나는 쓰러지면 안된다.
나는 살아남아야 한다.
생에 마지막 한 마디조차 남기지 못하고 사그러져가는 전우들,
저 넘들에게 복수를 해야 하는데, 저 넘들에게 총알을 박아넣어야 하는데,
팔이 부들거린다. 온 몸이 부들거린다.
나는 겁쟁이가 아닌데, 나는 겁쟁이가 아닌데, 무엇 하나 움직이길 않는다.
내 부대에서 살아남은 이는 많지 않았다.
나는 내 전우들과 생사고락을 함께 하지 못했다.
비겁한 겁쟁이가 되어 패잔병의 일인으로 다리 하나를 잃고 이렇게 귀환 대열에 올랐다.
무엇을 말할 수 있을까.
내 사랑하는 가족,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전우들의 가족에게.
이 비겁한 겁쟁이는
자기 목숨 하나 연명하려고 그 죽음의 전투에서 총 한 발 쏴보지 못했다고,
쓰러지는 전우들을 그저 바라보고만 있었다고,
나는 그저 껍데기 였을 뿐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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