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마주치지 말았어야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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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24.10.23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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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마주치지 말았어야 했는데, 부릅뜬 눈으로 나를 바라본다.
실망한 눈빛이 역력하다. 봤으면 바로 뛰어와야지 뭘 망설이고 있는 거냐,
한숨이 약간 토해내는 듯하다. 하, 바로 움직였어야 했을까.
팔을 슬쩍 들어 올리더니 나를 한 번 가리키고는 손가락을 까딱거린다.
이제 선택해야 한다.
당장 저기로 뛰어가서 고개를 숙일 것인가,
아니면 반대 방향으로 눈을 질끈 감고 뛰어나가야 할 것인가.
전자는 발길질 몇 번, 뒤통수에 내리꽂히는 손바닥의 가격이,
후자는 덩치들이 뛰어야 나를 붙잡고 몇 벌 밟힌 후에 퉁퉁 부어 질질 끌려가는 것.
이렇게 해도, 저렇게 해도 벗어날 수는 없다.
나를 봤을 때, 나와 눈이 마주쳤을 때 바로 뛰어갔어야 했는데,
아주 짧은 망설임이 더는 어쩔 수 없는 간극을 만들어 버렸다.
주춤주춤.
그의 입꼬리가 올라간다. 우습다는 거지, 내 머릿속이 훤히 보인다는 거지.
삶은 그렇다.
선택의 연속. 어느 한순간도 선택이 아닌 순간은 없다.
지금처럼 주춤하는 선택, 이 조차도 선택인 거지.
극심한 통증이 옆구리로 쏟아진다. 억 하며 그 자리에 꼬꾸라졌다.
뜸을 들이듯 바로 움직이지 않는 모습이 못마땅했는지 덩치 하나가 옆구리를 걷어찼다.
그가 다시 손가락을 까딱거린다.
양쪽 팔이 매달렸다. 발이 질질질 끌린다. 그의 앞으로 던져졌다.
"이봐요, 글을 쓸 시간이 지나는.. 것 같은데?"
"네..?"
"저 시계를 봐요. 벌써 시침이 꺾여버렸잖아, 그렇지 않아요?"
"아.."
글을 쓸 시간이 되었습니다.
무슨 글이요?
'아무 글'이나 말이죠.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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