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줄 글쓰기] 11월 21일의 단어 - 개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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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24.11.22 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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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괜찮다고, 하나도 힘들지 않다고 했지만
퇴근하자마자 침대에 드러눕는 것을 보니
나도 오늘 하루 그냥 개폼 잡은거였구나
댓글 1
벗님님의 댓글
잠을 깼다.
눈을 뜨자마자 두 쌍의 눈동자가 날 향해 있다.
아니, 잠깐만.
무슨 심문이라도 당하는 건가?
하나는 와이프다. 익숙한 눈빛이다.
“너 지금 내일 출근이 중요해? 아니면 이 가정의 평화가 중요해?” 같은 복합적 메시지가 담겨 있다.
다른 하나는 꼬마 아들이다. 눈빛이 반짝반짝하다.
저건 기대다.
저 눈빛은 분명히 무언가를 부탁하려는 사람의 눈빛이다.
'아, 큰일 났다.'
나는 다시 눈을 감았다.
"아빠는 아직 꿈나라에 있어요…"
말도 안 되는 잠꼬대를 하며 모면을 시도한다.
하지만 역시 실패다.
꼬마가 내 팔을 잡고 흔든다.
"아빠, 동화책 읽어줘!"
와이프는 옆에서 한숨을 내쉰다.
"아빠가 꿈나라 가고 싶으면 책 읽어주고 가세요."
아… 이 집엔 내 편이 없다.
억지로 눈을 뜨고 몸을 일으켰다.
아들이 환하게 웃으며 책장을 가리킨다.
"이거, 이거 읽어줘!"
그는 완벽히 준비된 상태다.
나는 잠시 딜레마에 빠진다.
"너, 이걸 읽는 동안 졸릴 수도 있는데?
그래도 읽어줄까?"
물론 대답은 뻔하다.
“응! 읽어줘!”
책을 펼치니 그 유명한 동화책이다.
첫 문장을 읽자마자 나는 아들의 눈에서 기대감을 본다.
한 문장 읽을 때마다 그는 박수를 치고, 고개를 끄덕이고, "근데 왜 그래?" 같은 질문을 던진다.
'이거 쉬운 일이 아니네.'
나는 속으로 쓴웃음을 지으면서도 문장을 더 크게, 더 과장되게 읽는다.
내가 오디오북이 된 기분이다.
끝까지 읽고 나니 아들이 날 와락 안는다.
"아빠 최고!"
피곤했던 몸이 순간 말랑말랑해진다.
와이프가 웃으며 뒤에서 말한다.
"아유, 아빠 최고네. 이제 우리 꼬마 잘 자겠지?"
그 말을 끝으로 아들은 침대로 쏙 들어간다.
나는 그제야 겨우 침대에 다시 누웠다.
눈꺼풀이 내려오면서도 웃음이 난다.
'하나도 힘들지 않아.'
아니, 좀 힘들긴 한데… 뭐, 그게 다 사랑 때문 아니겠나!
잘 쓰셨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