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줄 글쓰기] (11/28) 오늘의 한 단어 - 앵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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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십니까.
오늘부터 SBC 뉴스탁을 진행하게 된 앵커 엄- 석준입니다. 여러분도 이미 아시겠지만 제가 이 '탁'에 서게 되는 과정에서 이런저런 잡음이 있었습니다. 모두 제 깜냥이 부족해 걱정하신 말씀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걱정과 우려, 그 마음을 동력 삼아 탁에 앉아 여러분이 이마를 탁- 칠 수 있도록 뉴스-탁을 진행해 보겠습니다.
오늘 제가 가장 먼저 전해드릴 뉴스는 제 소개와 다짐입니다.
저는 비평화주의자입니다. 물론 평화를 반대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주의자는 다릅니다. 엄밀한 의미에서 평화주의자, 즉 '폭력을 포기하는 사람은 남들이 그를 대신해 폭력을 저지르기 때문에 그럴 수 있는' 사람일 경우가 많습니다. 저를 비평화주의자라 언명함은 무책임한 외면이 아닌, 문제를 향해 죄를 짊어지고 낙타처럼 걸어가는 자이며 이어야 한다는 의미이자 다짐입니다.
모두 '객관'을 향해 한 걸음 더 들어가는 것이 저널리즘의 본령이라고 말합니다. 중립을 외칩니다. 하지만 그들의 저널리즘이 전하는 뉴스라는 것은 '일반인들에게 비현실적인 느낌을 불러일으키는 경향이 있습니다. 일반인으로선 사실을 검증할 만한 방법이 없고, 그런 일들이 실제로 벌어지고 있다는 확신을 갖기도 어려우며, 항상 각기 다른 출처에서 비롯된 서로 완전히 다른 해석들만을 접하게' 합니다. 사실을 알 수 없는 것으로, 뉴스를 정치와 현실, 타인에 대한 혐오를 일으키는 나팔소리로 변질시킬 뿐입니다. 뉴스탁은 '객관'과 기계적 '중도'를 외치며 여러분을 '미궁'에 빠뜨리지 않겠습니다. 비록 오류의 가능성 배제할 수 없다고 하더라 사실과 해석으로 뉴스를 전달하겠습니다. 제 단견이 문제를 일으키더라도 '중립 기어 박고 둘리 배를 만지는 식'의 뉴스는 적어도 '뉴스탁'에서는 없을 겁니다.
앵커(anchor)는 군사 용어로 '방어선의 주요 거점'이라는 뜻도 있다고 합니다. 모두의 눈을 흐리게 만들려는 시도로 가득한 이 엄혹한 시대에 저는 여러분의 바른 의식과 판단을 위한 최후의 앵커가 될 것 -- 치 치치 직.
방씨는 갑자기 흘러나오는 잡음 때문에 고개를 들어 TV를 바라보았다. 낯익은 사내의 얼굴이 납작하게 일그러지며 TV 화면이 일렁이고 있었다. 화면과는 별개로 깨끗하게 전송된 음성에는 간간이 욕설이 섞여 있었다.
'방송 사곤가?'
TV 스크린 너머의 소란은 방씨의 뇌리에서 금세 지워지고 말았다. 오늘 순대국밥에는 돼지 부속살이 좀 부족해서 슬슬 짜증이 나던 참이었다. 종종 건너뛰는 점심에 비싼 순대국밥을 먹는 건 다 이유가 있어서다. 십장이 그를 불러 조용히 야간 작업이 있을 거라 준비하라고 일러주었던 것이다. 그래서다. 오늘은 밤새 뛰어다녀야 할 판이니 미리 배를 든든히 채워둬야 했다. 물론 정식적인 야간 작업이라면 저녁 식사에 참까지 제공되겠지만 그런 일이라면 굳이 십장이 조용히 불러 속닥거리지 않았을 일이다. 우선 조용히 들어가 방송 시설을 해체하면 편하겠지만 일은 늘 고달파지는 방향으로 바뀌는 법이니까. IT다 AI다 삐까 뻔쩍해지지만 예나 지금이나 몸으로 밥 먹고 사는 사람은 그저 시키는 대로 뺑뺑이 도는 수밖에.
"아짐, 여기 순대라 간이라도 좀 더 주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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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의 말 중 작은따옴표로 싼 부분은 조지 오웰 에세이에서 따온 문장들입니다.
벗님님의 댓글
한 끼 식사 만큼이나 헛헛하게 끝나버리고 잊혀질 뉴스탁..
소설 속 이야기이기만을 바라게 되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