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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가지 이야기-불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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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레드엔젤
작성일 2025.03.10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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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불씨입니다.

싸움에 들어가기 전에 용사는 그렇게 말했다.

마왕의 근거지를 앞두고 격려차원에서 한 의례적인 말이었지만, 그의 목소리에는 뭐라 설명할 수 없는 힘이 있었다. 나같은 일개 마법사 조차도 그 말을 듣고 어디에서 있었는지 모를 용기가 솟아났다.

수 많은 전사들이 저마다의 병장기를 들고, 거침없이 돌격할 수 있었던 건 무엇보다도 용사의 그 한마디였으리라. 그들 앞에 진을 치고 있던 적들은 거친 파도처럼 몰아치는 전사들의 함성에 곧바로 기가 죽은 듯 했다.

칼날이 서로 부딪히는 소리와 함께 곧바로 진한 피냄새가 멀리 떨어진 마법진이 있는 곳까지 전해졌다. 그만큼 저곳은 치열한 싸움이 벌어지고 있을 터이다.

우리는 그저 기도를 할 뿐이다. 마법사라는 거창한 명칭으로 불리우고 있지만, 기실 우리가 실현하는 마법은 그저 인간이 닿을 수 없는 존재에 대해 절실히 기도하며 열망하는 것 뿐이었다.

악은 거침없이 이런 힘을 쓸 수 있음에도 연약한 인간들에게는 그것이 허락되지 않은게 이 세계였다. 그래서, 우리는 그저 간절히 기도를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런 우리를 위해 전사들은 목숨을 걸고 싸우고 있었다.

그들이 내지르는 힘찬 기합 소리는 우리의 의지를 북돋아 주기도 했다. 그러나, 그들이 쓰러지면서 내는 절규는 한 편으로 우리의 마음을 두려움에 꺾이게 만들기도 했다.

우리는 그런 희망과 불안을 동시에 안고 기도를 올렸다.

이윽고 우리의 간절한 바람이 결과를 만들어 냈다.

거대한 빛줄기가 놈들이 머리위에서 떨어졌다. 그것은 마치 천둥의 재현 그자체처럼 보였다.

순식간에 지나간 빛줄기가 악마들의 몸을 꿰뚫었다. 동시에 녀석들의 몸에서 피어오른 매캐한 연기와 함께 마치 썩은 고기를 태우는 듯한 불쾌한 냄새도 났다.

또 한 방 간다!

놈들은 우리의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쓰러져갔다. 우리의 지원에 전사들이 함성으로 대답했다.

그때 믿을 수 없는 소리를 들었다.

용사님이 쓰러지셨다!

누군가의 외침이 우리의 정신을 뒤 흔들었다. 주위를 둘러 보니 몇몇 마법사들이 크게 동요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이런! 제기랄!

정신들 차려!

나는 주변에 있는 마법사들을 독려해 보려 노력했다. 그러나, 그들은 이미 겁에 질려 제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더러는 오줌을 싸며 바닥에 주저 앉아 일어서지 못하는 자도 있었다.

사방에서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 놈들이! 악마놈들이 우리의 동요를 눈치채고 역습을 감행해 왔던 것이다.

주변은 순식간에 너나 할 것 없는 사람들의 비명 소리로 가득찼다. 방금전까지 용기백배하던 전사들은 이제 나약한 계집아이처럼 처절하게 울부짖으며 죽어갔다.

악마들이 우리의 마법진까지 몰려 오는게 눈에 들어왔다.

이제 끝이야!

우린 모두 다 죽었어!

저마다의 입에서 절망의 소리가 튀어나왔다. 우리가 방금전까지 쏟아내던 마법의 빛줄기는 이제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다.

거대한 악의 흐름에 우리는 거친 바다에 내동댕이 쳐진 조각배처럼 휠쓸려 버렸다. 나 역시도 한 동안 그 공포에 사로잡혀 방금 전까지 뭘하고 있었는지 잊을 정도였다.

바로 눈 앞에 불덩어리같은 눈을 한 악마의 얼굴이 보였다. 놈이 뭔가를 던지듯 크게 팔을 휘둘렀다.

퍽!

소리가 들린 뒤에 뒤를 돌아보고 나서야 알았다.

땅에 박힌 거대한 도끼가 아직 자신을 던진 주인의 힘에 의해 부르르 떨리고 있었다. 조금만 더 왼쪽으로 갔다면 아마 내 머리는 온전치 않았을 것이다.

악마는 자신의 실패를 무마하려는 듯이 칼을 빼들고 내쪽으로 달려 들었다.

아… 이렇게 죽는 것인가?

그때 문득 생각이 들었다.

얼마나 간절해야 할까? 내가 이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살아 남고 싶다는 간절함을 오늘 이 순간만큼 가지고 느껴 본적이 있던가?

그리고, 기도가 응답했다.

다시 한 번 빛줄기가 놈들의 머리 위에서 떨어졌다.

놈들의 역한 살 타는 냄새는 이제 게의치 않는다. 이미 나에게는 무의미한 조건중 하나일 뿐이니까.

“우리는 불씨입니다.”

내 입이 용사와 같은 말을 내뱉었다.

“우리 하나 하나가 이 악을 몰아내기 위한 작은 불씨입니다.”

내 말을 옆에서 듣고 있던 동료 마법사들이 하나 둘씩 정신을 차리고 일어섰다. 그리고는 나를 보고 내가 하는 말을 똑같이 읊었다.

“우리같은 작은 불꽃도 살아남을 수 있어.”

누군가 응답하듯이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곧바로 그 말을 받았다.

“우리같은 작은 불꽃도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우리가 단합하면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여러분! 용기를 내십시요! 지금 다시 싸워야 할때입니다!”

내 동료들이 그대로 이 말을 따라했다. 수 많은 사람들이 재창하는 이 말은 흡싸 전설 속에 나오는 하늘 끝까지 닿는 거인의 목소리와도 같았다.

사람들이 다시 일어섰다.

전사들은 자신의 무구를 재정비하고 앞으로 걸어나갔다.

마법사들이 다시 한 번 정신을 가다듬고, 간절한 기원의 암송을 시작했다.

용사의 말대로 우리는 작은 불씨였고, 그 불씨는 이제 큰 산불로 타오르고 있었다.

운좋게 그 당시에 내가 또 다른 용사가 되었지만, 나는 알고 있다.

우리 모두가 작은 불씨였던 것처럼… 우리 모두가 그러한 용기의 자질을 갖춘 인물들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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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

벗님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벗님
작성일 03.10 14:47
* 이어지는 내용을 구상하고 정리한 후, chatGPT에게 글을 맡겨 봤습니다.

믿음이란 미약하다.
바람에 흔들리는 등불처럼 위태롭고, 사막 위 모래알처럼 흩어지기 쉬운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것이 단단히 자리 잡고, 뿌리를 내리면,
그 어떤 폭풍도, 그 어떤 광풍도 그 믿음을 꺾을 수 없다.
그것은 곧 한 사람을 넘어
군대를 움직이는 힘이 되고,
전장을 뒤흔드는 강렬한 불꽃이 된다.

전투가 끝나고 난 후,
피로 얼룩진 대지 위에서 나는 가만히 숨을 고르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우리는 살아남았다.
하지만 얼마나 많은 이들이 다시는 눈을 뜨지 못하는가.
나와 같은 옷을 입고, 같은 기도를 읊조리며, 같은 신념을 가졌던 동료들은
차디찬 시체가 되어 우리 곁에 남아 있었다.
그러나 나는 그들의 죽음을 허망하게만 바라볼 수 없었다.
그들이 싸웠던 이유,
그들이 마지막까지 놓지 않았던 것,
그것이 바로 믿음이었기 때문이다.

마지막 순간까지 믿음을 가지지 못한 자들도 있었다.
그들은 두려움에 떨며 무너졌고,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이지도 못한 채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어갔다.
하지만 그들과 반대로, 우리는 보았다.
피에 젖은 검을 든 채, 깊이 숨을 들이쉬며, 하늘을 올려다보는 이들을.
그들의 눈빛에는 확신이 서려 있었다.
그들은 승리를 확신했고, 전장에 섰을 때부터 승리를 믿었다.
이제 그들은 누구도 막을 수 없는 새로운 용사가 되어 있었다.

나는 그들에게 다가갔다.
그들이 손에 쥔 검은 더 이상 단순한 병장기가 아니었다.
그것은 그들의 신념이었고, 믿음이었다.
손끝에서,
검신에서,
그리고 그들이 내뱉는 거친 숨결에서 그것을 느낄 수 있었다.
싸움이 끝난 후에도 그들의 손은 떨리지 않았다.
피로와 상처로 가득한 육신 속에서도, 그들은 하늘을 향해 고개를 들고 서 있었다.
그들에게 묻고 싶었다.
무엇이 너희를 지탱했는가?
무엇이 너희를 끝까지 버티게 만들었는가?

그러나 나는 이미 그 답을 알고 있었다.
믿음이었다.
'승리할 수 있다'는 그 확신.
그것이 무너진 자들과 살아남은 자들을 갈랐다.
나는 그들의 손을 잡으며, 눈을 맞추었다.
그 순간 우리는 서로를 깊이 이해했다.
더 이상 말이 필요 없었다.
서로의 숨결만으로도 충분했다.

사람들은 신에게 기도한다.
어떤 이들은 기적을 바라고, 어떤 이들은 운명을 바란다.
하지만 나는 안다.
기적이란,
단지 우리 마음속에서 태어나 현실로 흘러나오는 것일 뿐이라는 사실을.
누군가는 기도를 하며 신의 응답을 기다린다.
그러나 나는 깨달았다.
신은 이미 대답을 내려주었다.
우리가 스스로 믿음을 가질 수 있도록.
우리가 스스로 일어설 수 있도록.

이제 다시 불씨를 지펴야 한다.
우리는 한 명의 용사를 잃었지만, 그 빈자리를 채울 수많은 용사들이 여기 있다.
그들은 이제 알고 있다.
승리는 단순한 결과가 아니라,
믿음의 끝에 존재하는 것이란 걸.
전장을 뒤덮은 검붉은 노을 속에서, 나는 다시 한 번 마음속으로 기도했다.

우리는 불씨이다.
작은 불꽃이 모이면 거대한 화염이 되어 어둠을 몰아낼 수 있다.
그리고 오늘, 우리는 그 불꽃이 되었다.


재미있는 글 잘 보고 갑니다. ^^

레드엔젤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레드엔젤
작성일 03.10 15:04
@벗님님에게 답글 어이쿠! 앞에 설명이 없었다면 제가 쓴 줄...^^;
내가 언제 이걸 썼더라.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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