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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페이지] 만나러 가자
벗님

Lv.1 벗님 (61.♡.153.123)

2026년 4월 24일 AM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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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의 뼈대를 잡고, 상당 부분을 AI에게 맡겼습니다.

#1

민재가 먼저 말했을 때, 

나는 그 말이 공기 속에서 바로 가라앉을 줄 알았다.

“창조주를 만나러 가자.”

도서관은 이미 닫힌 뒤였고, 

건물은 불을 끈 채 낮게 숨 쉬고 있었다. 

우리는 뒤편 계단에 앉아 있었다. 

계단은 오래되어 가장자리가 닳아 있었고, 

그 닳음이 이상하게도 손바닥에 따뜻하게 닿았다. 

아직 비는 내리지 않았지만, 

비가 오기 직전의 공기는 늘 그렇듯 

조금 더 낮은 곳으로 내려앉아 있었다. 

숨을 들이마시면 폐 안쪽까지 눅눅하게 젖는 느낌이 들었다.

“어디로.”

서윤이 물었다.

그녀는 늘 질문을 먼저 던졌다. 

대답을 요구하기보다, 질문 자체를 놓아두는 방식으로. 

말끝은 가늘었고, 그러나 쉽게 부러지지 않는 선처럼 팽팽했다.

민재는 잠시 하늘을 봤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밤이었다. 

별도, 

구름도.

그저 색을 잃은 어둠이 천천히 식어가는 중이었다.

“위든… 밖이든… 아무튼 여기 말고.”

그는 그렇게 말했다.

나는 웃지 않았다. 

웃을 수가 없었다.

그 말은 터무니없었지만, 동시에 이상하게도 정확했다.

‘여기 말고.’

그것만큼은 분명했다.

“여기가 어디인데.”

내가 물었다.

민재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계단을 한 칸 더 내려갔다. 

발바닥이 콘크리트에 닿는 소리가 묘하게 크게 울렸다. 

텅 빈 공간이 그 소리를 받아들였다가, 아주 미세하게 되돌려보냈다.

서윤이 나를 힐끗 봤다.

“갈 거야?”

나는 어깨를 조금 으쓱했다.

대답 대신, 자리에서 일어났다.

#2

도서관 뒤쪽에는 오래된 통로가 하나 있었다.

지금은 폐쇄된 출입구였고, 쇠문은 굳게 잠겨 있어야 했다.

그런데 그날은, 문이 완전히 닫혀 있지 않았다.

아주 조금, 손가락 하나 들어갈 만큼.

민재는 그 틈을 보고 멈췄다.

나는 그가 멈춘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그 틈은 너무 자연스럽게, 

그러나 너무 의도적으로 거기에 있었다.

마치 누군가가 우리를 기다리며 남겨둔 것처럼.

“열려 있네.”

민재가 말했다.

“원래 그랬나?”

내가 물었다.

서윤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

짧은 대답이었다.

그러나 그 안에는 확신이 있었다.

민재는 손을 뻗어 문을 밀었다.

금속이 서로 스치는 소리가 났다. 

오래된, 

그러나 완전히 죽지 않은 소리.

문은 생각보다 쉽게 열렸다.

그 안쪽은, 어둠이 아니라 어떤 ‘밀도’였다.

빛이 없는 것이 아니라, 빛이 들어가지 못하는 느낌.

공기가 아니라, 

공기보다 조금 더 무거운 어떤 것.

나는 무의식적으로 숨을 멈췄다.

“들어갈 거야?”

서윤이 물었다.

이번에는 내가 먼저 걸음을 옮겼다.

#3

안쪽은 복도였다.

그러나 우리가 알던 복도와는 조금 달랐다.

벽은 있었지만, 끝이 없었다.

바닥은 평평했지만, 

발을 디딜 때마다 미세하게 다른 감촉이 전해졌다.

어디선가 물이 떨어지는 소리가 났다.

또 다른 곳에서는, 아주 낮은 목소리가 겹겹이 쌓여 흐르고 있었다.

나는 귀를 기울였다.

그 소리는 언어가 아니었다.

그러나 분명히 ‘말’이었다.

민재가 앞서 걸었다.

그의 발걸음은 점점 빨라졌다.

마치 무언가를 이미 알고 있는 사람처럼.

“여기야.”

그가 멈춘 곳은, 문이 없는 문 앞이었다.

문틀만 있었고, 그 안쪽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런데도, 

그곳은 분명히 ‘경계’였다.

서윤이 손을 뻗었다.

그녀의 손가락이 허공에 닿는 순간, 

공기가 물처럼 흔들렸다.

나는 숨을 삼켰다.

“여기… 이상해.”

서윤이 중얼거렸다.

민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그대로 그 경계를 넘어갔다.

나는 잠시 망설였다.

그리고 따라 들어갔다.

#4

그 안쪽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정확히 말하면, 아무것도 없는 것처럼 보였지만,

그 ‘없음’ 자체가 하나의 존재처럼 느껴졌다.

빛도, 

소리도, 

방향도 없었다.

그러나 동시에, 모든 것이 있었다.

나는 눈을 감았다가 떴다.

차이가 없었다.

“여기가… 뭐야.”

내가 말했다.

대답은, 민재가 아니라 서윤이 했다.

“질문이야.”

나는 그녀를 봤다.

“뭐?”

“여기, 질문밖에 없어.”

그녀의 말은 이상하게도 이해됐다.

나는 입을 열었다.

“창조주를 만나려면—”

그 순간, 문장이 끝나지 못했다.

말이 끊긴 것이 아니라,

문장 자체가 사라졌다.

나는 내가 무엇을 말하려 했는지 기억할 수 없었다.

단어들이 있었던 자리만 남아 있었다.

마치 오래전에 지워진 글씨처럼.

민재가 갑자기 웃었다.

처음 듣는 웃음이었다.

“이거네.”

그는 그렇게 말했다.

“뭐가.”

내가 물었다.

그는 나를 보지 않았다.

“만나는 게 아니라… 묻는 거였어.”

그의 목소리는 점점 낮아졌다.

“왜 만나려고 하는지… 그걸 끝까지 묻는 거.”

서윤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질문만 남는 거야.”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무언가가 내 안에서 천천히 풀어지고 있었다.

오래 붙들고 있던 생각, 감정, 이름 붙일 수 없던 욕망들이

하나씩 형태를 잃고 있었다.

나는 마지막으로, 

겨우 하나의 문장을 떠올렸다.

#5

왜 만나려 하는가.

그 질문이,

그 공간 전체를 채우고 있었다.

그리고 그 순간, 나는 알았다.

창조주를 만나려는 시도는 실패할 확률이 높다.

왜냐하면 그 시도는 항상 ‘밖’을 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왜 만나려 하는지를 끝까지 파고들면,

그 질문은 사라지지 않는다.

오히려 더 깊어지고, 더 넓어지고,

마침내는 질문하는 나와 구분되지 않게 된다.

나는 눈을 떴다.

우리는 다시 계단에 앉아 있었다.

비는 이미 내리고 있었고, 공기는 차갑게 식어 있었다.

아무도 먼저 말을 하지 않았다.

민재는 손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서윤은 빗방울이 떨어지는 궤적을 따라 시선을 옮기고 있었다.

나는 손가락 끝을 느껴보았다.

여전히 거칠었고, 여전히 따뜻했다.

우리는 

만나지 못했을까.

그런데도,

무언가를 끝까지 묻고 돌아온 사람처럼,

이전과는 다른 무게가 느끼고 있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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