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페이지] 환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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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각, 환청, 환촉, 환후, 환미.. 공통점이 뭔지 알아?
사람들을 말이야, 종종 자신을 믿지 못해.
분명 눈 앞에 보이고, 들리고, 만져지는데도 믿지를 못해.
그리고 의심하지.
혹시 머리 속에서만 일어나는 나만의 착각이 아닐까.
멍청한 모습으로 혼자 허공을 허우적거리고 있는 건 아닐까.
내가 경험한 게 맞는 것일까. 아니 경험을 하긴 했었나.
불신이 점점 커지다 보면, 그 다음에는 확인해보려고 하지.
당연히 그러지 않겠어.
진짜가 뭔가 알아내야 하나까,
허상에 휘둘리고 있는 것 아닌지 반드시 확인해야 하니까.
그러다 깨닫게 되지.
아, 그렇구나.
이 모든 게 가짜구나.
보이는 것, 들리는 것, 매만졌던 모든 것들이 허상이구나.
감각했다고 느꼈던 모든 것들이 부질없는 신의 노름 같은 것이었구나.
뒤는 비슷 비슷해.
욕을 퍼붓기도 하고, 주체하지 못하는 분노에 졸도하기도 하고,
뭐.. 다 그래.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깨닫게 되지.
인생?
참 헛헛한 것이거든.
손에 잡히지도 않을 그런 걸 차지하려고
아옹다옹하고, 애를 애를 쓰고, 울고 불고..
뭐, 다 그래.
그렇게 아까운 시간을, 주어진 시간을 그렇게 허비해버리지.
어쩔 수 없어. 그 때는 그게 최선인 줄 아니까, 다 그렇게 해야하는 줄 아니까.
음.. 그래, 이제 좀 정신이 들어?
그런데 말이야. 네가 조금 전에 나누던 얘기, 마무리는 지어야겠지?
봐봐, 시간이 이렇게나 흘렀잖아.
하, 이거 참.. 초과 수당이라도 달라고 해야 하나.
자자, 다시 정신을 놓으면 안돼. 그럼 또 다시 시작해야 하잖아.
내가 원하는 건 뭐다?
알지? 알잖아, 그거 하나만 알려주면 바로 끝 나.
고통스럽다고 또 이 세계를 벗어나려고 하지 마.
이건 환각이 아니라, 현실이니까.
의심할 필요도 없어.
내가 네 모든 감각 기관들을 다시 깨워줄 테니까.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