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관]💙아메리칸 레스토랑💙 엄마는 그때 왜 돈까스로 꼬셨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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옐로우몽키 59.♡.162.197

2024.06.03 13:54

경북

4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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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가 없음

▣ 주소 : 경북 칠곡군 왜관읍 석전로 157

▣ 영업시간 : 12:00 - 21:00 (월요일 휴무)

▣ 리뷰어의 입맛 : 친일이냐 친미냐 선택 한다면 나는 단언코 친미파다. 고기는 썰어야지. 사장님 치돈이 왜없죠?

▣ 돈까스의 기원은 잘 모르겠지만, 요즘의 돈까스 시장은 '카츠'라는 이름으로 정통 일본식 요리집이 대부분입니다. 약간 설익은듯한 속살의 카츠들이 살짝살짝 치즈의 유무를 보여주곤 하죠. 깔끔하고 정갈한데 뭔가 모자란 느낌의 무언가가 언제나 느껴집니다. 맛있는데 맛만 있다는 느낌을 받을때도 있구요. 완벽한 맛인데 뭔가 공허합니다. 그 알수없는 공허함에 대하여 수년간 방황한 끝에 마침내 그 이유를 찾았습니다.

없이살던 그시절. 왠일로 짠돌이 울엄마 손에 이끌려 신나게 집을 나섰다가 정작 내 돈까쓰를 잃고 엉엉 울었던 그 기억. 서럽게 울던 내 모습에 마지못해 사주던 '레스 호프'에서 먹던 원형 쟁반의 그 돈까쓰. 어린이에서 남자가 되던(수동태) 그 어린날의 기억들. 바로 '소울' 이자 내가 처음 먹던 그 돈까쓰의 그 기억 때문이었습니다.

왜관은 '왜'의 '관'이 있었다고 해서 왜관으로 불렸다는 카더라가 있습니다만, 6.25전쟁의 왜관/다부동 전투에서 북괴를 막은 전설의 영향인지 현재는 캠프 캐롤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이 조그만 고장은 어쩌면 이제는 미관이라고 불려야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여느 미군부대와 같이 이곳은 오랜시간 미국의 문화와 한국의 문화가 섞여있는데, 특히나 왜관의 경우는 미국의 현재문화와 한국의 '옛날'문화가 혼재되어있는 느낌이 드는 신비한 공간이 되어 있습니다. 특히나 오늘 소개해드리는 '아메리칸 레스토랑'은 미군부대 앞 많은 미제노포 식당들 중 으뜸가는 경양식 돈까스집입니다.

앞서 이야기한 것 처럼 미군부대 앞이기에 웨이팅은 고무줄입니다. 동네사람들이 삘받으면 만석, 엠지세대들이 알고리즘 타고오면 몇시간이고 대기할수도 있고 운좋으면 동네 장우동집 처럼 앉을수도 있어요. 문을 열고 들어서면 2024년의 나는 나도모르게 엄마손을 붙들고 바짓가랑이 움켜쥐던 코흘리개가 되어버립니다. 체리색의 우드톤 인테리어와 모-던센츄리풍의 샹들리에와 빨간색 체어, 1st 2nd 3rd라고 야무지게 넘버링 되어있는 AMERICAN RESTAURANT'S RULES가 성문기본영어를 들고 달달 외우던 내가 까묵었나 안까묵었나 테스트를 합니다.

메뉴는 돈까스, 함박스테이크, 샌드위치, 음료수 네가지입니다. 치즈돈까스? 아메리카에서는 그런 나약한 음식은 먹지 않습니다 휴먼. 치즈 먹고싶으면 따로 드세요. 어딜 돈까스 안에 치즈를 넣습니까?

주문하고 기다려보면 바로 튀겨서 나온 뜨거운 김이 풀풀나는 한접시가 내어져 나옵니다. 큼지막한 양송이와 양파 피클 당근이 들어간 소스와, 사라다 한줌, 아이보리빛의 마카롱과 딱딱할것같지만 "힝 속았지" 물렁물렁 달달한 강낭콩까지 완벽한 정통 돈까스 정식입니다.

군대 수통 만들때 같이 만들었을법한 포크와 나이프를 들고 썰어봅니다. 뜨거운 김이 안경을 뿌옇게 만듭니다. 기다리던 시간이 아까워 뜨겁거나 말거나 한입 먹습니다. 세진 않지만 시큼한 소스와 튀김옷이 생각보다 뜨겁습니다. 어뜨거! 입안에서 뜨거운 돈까스를 식히니 안경의 김도 사라집니다. 그리고는 그때 먹던 그 맛과 똑같은 돈까스에 어른들의 잔인한 거짓말에 속은 나의 눈물이 떠오릅니다. 괜히 사타구니에 손이 갈뻔합니다. 동승자 눈치를 보며 아닌척 해봅니다만 그때 그맛과 똑같습니다. 어떻게 그 맛을 그대로 재현하셨죠? 라고 사장님을 쳐다보니 사장님은 내가 코흘리개때나 지금이나 그자리에서 묵묵히 기름에 튀겨내고 계셨을 뿐이란걸 알게 됩니다.

요즘 기준의 맛집인지는 모르겠습니다. 다만 그 맛을 그대로 이어온 곳 입니다. 어쩌면 발전없는 맛이라고 '난 별로든뎁' 할수도 있겠습니다. 채소아저씨가 용달차에 가득싣고 "다마네기 양파 사러오이소~" 는 잘 하면서 내가 우동이라 하면 친일파냐며 "가락국수라 해야지!" 핀잔듣던 그때의 그맛이 그대로 이어져온 곳 입니다.

자전거나 자동차에 몸을 싣고 간단히 추억여행을 하고싶다면 가끔 찾아도 좋을 맛이라 생각합니다.

▣ 단점 : 주차불가. 담벼락에 노상주차하려니 한도끝도 없을수 있음. 고무줄같은 웨이팅. 호불호가 갈릴수도 있는 전통의 맛. 혹시나 '겨우 이거먹으러 여기까지 왔나?' 하는 T발놈이 같이있으면 짜게 식을수도 있음(경험담)

▣ 앙점 : - 추억보정이 들어가야 더 맛있음. 자주먹으면 추억열차를 못탐.

링크

https://naver.me/GyNT4i8J

28 회 연결

4.5

3.5

2.5

1.5

0.5

댓글 9 / 1 페이지

즐거운하루 (222.♡.91.60)

06.03 14:36

별점:

평가 없음

어마어마한 필력에 감탄을 하고 갑니다.
경향식? 스프나오던 돈까스집 느낌입니다.

옐로우몽키 (59.♡.162.197)

06.03 14:53

@즐거운하루님에게 답글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별거도 아닌 그냥 경양식집인데도

식전 스프 먹는것에서 양식의 예와 도를 말씀해주시던 모친이 아직도 눈에 선합니다
숟가락을 뭐부터 들어야된다고 스프를 어떻게 먹어야된다고 설명해주시던 기억이 있는데요

그래서 어릴때 배운대로 가정시간에 우기다가 선생님께 신나게 맞았습니다

Kuboy (59.♡.189.66)

06.04 11:28

별점:

평가 없음

고향의 식당이 올라오니 좋네요^^ 옛날 생각도 나고 내려가면 먹으러 한번 가야겠어요 ㅎㅎ

옐로우몽키 (59.♡.162.197)

06.04 12:09

@Kuboy님에게 답글 사실 매번 '이번에는 한미도 가보고 타코도 먹어보고 어쩌고 저쩌고...' 하지만 주차하고 나면 오토매틱으로 아메리칸을 가버려서 아쉬워요. 더 더워지기전에 이번에는 꼭 다른곳도 방문해보려 합니다 (인간은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Kuboy (59.♡.189.66)

06.04 16:08

@옐로우몽키님에게 답글 한미식당은 칠곡휴게소에도 생긴걸로 알고 있어요^^ 가보진 못해서 확실하진 않아요^^

옐로우몽키 (59.♡.162.197)

06.04 17:07

@Kuboy님에게 답글 아! 가가가가! 맞아요 칠곡휴게소에 생겼어요 ㅋㅋㅋ 아 어쩐지 ㅋㅋㅋㅋㅋㅋㅋ

낭만국장 (122.♡.39.214)

06.07 20:04

별점:

평가 없음

클량에서 왜관을 보니 반갑습니다~^^ 북삼주민입니다

옐로우몽키 (223.♡.163.106)

06.07 22:18

@낭만국장님에게 답글 끄앙…💙 북삼은 한번씩 출장가면 달비못가서 멍때리고 오던 추억이 있어요
(그리고 쓰앵님 다뫙이요…!)

크리안 (58.♡.210.48)

07.02 23:32

별점:

평가 없음

칠곡군 왜관읍 석전로 157 아메리칸레스토랑(돈까스) https://place.map.kakao.com/12242245 (옐로우몽키님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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