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징 불 (Raging Bull) [19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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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레이징 불 (Raging Bull)
출시: 1980년
감독: 마틴 스콜세이지
주연: 로버트 드 니로
어느덧 80대에 접어든 마틴 스콜세이지와 로버트 드 니로는 20세기 후반의 영화사를 논할 때 절대로 빠질 수가 없는, 이미 살아있는 전설이라 불려도 무방할 명감독, 명배우가 되었습니다. 이 둘의 조합 속에 탄생한 영화들은 반세기에 가까운 시간 동안 명작의 수준을 넘어선 걸작의 반열로 올라간 작품들이 부지기수로 많습니다. 대표적인 작품을 꼽아보자면 칸의 황금종려상을 거머쥔 <택시 드라이버>, 갱스터 영화의 기념비적인 작품 중 하나인 <좋은 친구들>, 그리고 노년에 이르러서도 이들의 존재감을 알 파치노, 조 페시와 함께 알렸던 <아이리시맨> 등을 꼽을 수 있을 것입니다.
이 위대한 영화인 두 명이 함께 만든 영화들 중 개인적으로 가장 걸작이라 생각하는 영화는 이번에 이야기할 영화인 <레이징 불>입니다. 50년이 넘는 경력 속에 로버트 드 니로가 오스카를 거머쥔 작품은 단 두 작품에 불과합니다. 이 대배우가 지금까지 쌓아온 화려한 필모그래피를 생각해 보면 굉장히 적은 편이지요. 첫 번째 오스카 수상 작품은 젊은 비토 콜레오네를 연기하면서 전작의 말론 브란도를 외모부터 목소리까지 소름끼치게 모사를 했던 <대부 2>였습니다. 그리고 오스카를 거머쥔 다른 작품은 실존 복서였던 제이크 라 모타를 연기했었던 이 <레이징 불>이었습니다. (한편으로 오스카 상복이 없는 걸로는 드 니로보다 스콜세이지 영감이 더 대단했었던게 스콜세이지 감독은 커리어 첫 오스카이자 지금까지도 유일한 오스카 트로피를 21세기가 열리고 나서야 <무간도>의 리메이크작인 <디파티드>로 받게 되었습니다. 시상자가 평생지기 친구들이었던 스티븐 스필버그,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조지 루카스 감독 세 명이었던 덕에 오스카 시상 당시 분위기는 감독상이라기 보다는 평생공로상 수상과 같은 묘한 분위기였습니다.)
생의 굴곡이 많았던 실존 인물이자 복서였던 제이크 라 모타를 묘사한 이 영화는 영화의 9할 이상이 흑백영화이기도 한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영화 속에서 주요 복싱 장면은 복싱 영화의 대명사와도 같은 록키 시리즈의 복싱 장면에 비해서도 정적인 느낌이 강한 편입니다. 또한 이 영화는 재미하고는 거리가 먼 영화입니다. 감정선의 폭이 큰 영화이긴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건조한 느낌의 영화이기도 하지요.
그럼에도 이 영화를 위대한 영화의 범주에 넣을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영화 속에서 제이크 라 모타 역을 맡은 로버트 드 니로의 연기 때문입니다. 단순히 영화의 서사 속에서 온탕과 냉탕을 쉴새없이 오가던 캐릭터의 심리, 감정 묘사를 탁월하게 펼친 것도 대단했지만 무엇보다 영화 초반부의 날렵한 복서 체형에서 후반부의 초라한 뚱보 체형을 짧았던 영화 촬영기간 중 극한의 체중 증량을 통해 만들어 낸 것이 명배우 로버트 드 니로의 진면목을 제대로 보여준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시대 가장 위대한 배우라는 표현도 모자란 감이 없지 않는 명배우 로버트 드 니로가 연기한 캐릭터들 중 최고의 캐릭터가 누군지를 이야기하게 된다면 이 영화 속의 제이크 라 모타와 <택시 드라이버>의 트래비스 비클, <대부 2>의 젊은 비토 콜레오네, <좋은 친구들>의 지미 콘웨이 네 캐릭터가 우선적으로 거론될 것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캐릭터들 중 로버트 드 니로의 연기력이 정점에 이른 캐릭터는 이 영화 속의 제이크 라 모타라고 생각합니다.
TheNormalOne님의 댓글의 댓글
MoEn님의 댓글
고정된 흑백 화면의 링 안에서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 음악안에서 뿌옇게 멀어졌다 어둡게 다가왔다 하며 주먹을 휘두르는 복서의 모습은
가히 끝판왕입니다.
Vagabonds님의 댓글
그리고 '디어 헌터'도 끼워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