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양 그란폰도 짧은 후기 (사진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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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이번 토요일에 양양 그란폰도를 다녀와서 대강 후기를 써봅니다.
0. 참가 전
5월에 일단 설악을 신청해둬서, 4월에 연습 겸 대회를 하나 가보자 -> 홍천은 작년에 갔으니 올해는 양양 이라는 단순한 사고의 흐름으로 신청하고 잊고 있었습니다. 한달 전에 숙소 잡으면서 코스를 보니 150km에 오색령(한계령)을 넘어갔다 넘어오는 획고 2850m 짜리더군요...? 제가 제 무덤을 팠더라구요...
1. 준비 및 계획
암튼 수도권에서 3시간 거리라 1박을 하기로 하고, 숙소는 낙산 쪽으로 잡았습니다.
설악 대비이므로 쥐어 짜는 라이딩을 한 번 해보기로 했습니다. 목표는 6시간 이내, 최선은 5:30으로 잡고 보급은 파워젤 (22g) x3, 탄수화물 드링크(60g) x4, 비상용 크램픽스 하나를 준비했습니다. 대충 나눠서 먹으면 시간 당 60g씩 5시간 분량이고 모자란 양은 아침 먹은 거 + 보급소에서 채우기로 했습니다.
날씨도 그렇고 원래 땀을 많이 흘려서... 물은 안 마시면 탈수가 나므로 600ml 물통 2개를 챙깁니다. 보급소에서는 시간 소모를 최소화해서 물만 빠르게 채우고 오렌지나 바나나 주워 먹고 갈 생각이었고, 보통 붐비는 1 보급소는... 원래도 패스할 생각이었는데 당일에 어디 있는지도 못 보고 지나쳤네요.
오색(한계령)이 원래 차량 통행이 많은 곳이라 그런지 보급소가 보통 있는 업힐 정상이 아니라 2, 3 보급소가 전부 본격 업힐 시작 전에 있더군요. 중간 그룹은 업힐에서 쪼개져서 팩이 만들어지기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초반에 비교적 평지인 구간에 팩이 만들어지면 가능한 따라갈 생각까지만 하고 공식 홈에서 gpx를 받아서 가민에 넣었...는데 이게 큰... 실수였습니다.
2. 당일
날이 무척 좋았죠. 바람도 셌습니다 (...) 강원도에서 자전거 타면 신기한 게 언제나 역풍을 맞는 기분...? 스폰서인 BH와 다른 부스들을 한 번 죽 둘러보고 출발선 중간쯤에 자리를 잡습니다. 정확하게 7:30분에 바로 출발시키는데... 바로 큰 도로로 나가서 그런지 병목이 안 걸리고 수월하게 출발이 되었습니다.
중간 과정은... 뭐 어느 정도는 계획한 대로 되었습니다. 오색(한계령) 입구까지는 임시로 만들어진 팩들이 합쳐졌다가 쪼개졌다가 하는 걸 반복하면서 도착. 설악산의 웅장한 자태를 맑은 하늘 아래서 보는데 한탄만 나옵니다. 아 저거 올라가야 하지... 내가 왜 미쳤다고 이 고생을 할까... 그리고 5월에 여기를 다시 올 텐데... 같은 생각을 하면서 꾸역꾸역... 한계령 다운힐 이후로는 거의 솔라였고 가끔 3, 4명 정도 팩이 생기기도 했는데 다음 업힐이나 보급소를 지나면서 다시 보기 어렵더군요.
그리고 문제의 GPX... 첫 클라임 프로가 뜰 때 남은 업힐이 30개가 넘는 걸 보고 뭔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오색령 진입할 때부터 고도 정보가 엉망진창입니다. 가다가 갑자기 고도가 0이 되어 버리고 가민은 이걸 다 별개의 업힐로 계산하고 있더라구요. 어쩔 수 없이 클라임 프로를 버리고 출발할 때 받은 스티커를 보고 남은 거리만 계산하며 갔습니다... 코스 정보를 미리 확인했어야 하는데...
경치는 좋았습니다. 다음에 또 올 일이 있으면 컷오프만 안 당하는 선에서 좀 느긋하게 달리고 싶네요.
별다른 기재 트러블은 없었지만, 양양 방향으로 마지막 오색령 오를 때 왼쪽 다리에 쥐가 나서 크램픽스 먹고 풀었는데, 피니시 7km 정도 남기고 같은 부위에 다시 쥐가 올라와서 길 옆에서 다리 부여잡고 있으니 뒤에 오시던 분이 쥐 났냐고 물어보고 크램픽스를 하나 주고 가셨습니다. 덕분에 다시 회복해서 피니시까지 무사하게 할 수 있었네요. 정말 감사했습니다...
아무튼 귀인 덕분에 무사히 목표는 달성했습니다. 스트라바 확인하니 이동은 5시간 42분 정도이고 클라임이 3시간 10분 ... 기록은 파워를 더 올리거나 살을 더 빼지 않는 한은 더 줄이기 힘들어 보이고, 그럭저럭 원하는 페이스로 운영은 했다는 점에 만족합니다.
3. 코스
코스는 낙타등 이런 건 거의 없고 업힐 크게 3개를 넘으면 끝나고 다운힐이 깁니다. 105km 정도에 자전거 도로로 보내면서 노면이 안 좋은 곳을 좀 달려야 하는 부분, 그리고 한계령 구간은 차량을 일부만 통제하기 때문에 맞은편이 아니라 뒤에서 올라오는 차도 신경써야 하는 점 정도를 제외하면 마샬과 자원봉사자 분들이 인도를 잘 해 주셔서 별 문제는 없었습니다. 오색령 올라갈 때는 지나가던 차들에서 막 박수 쳐주시던데 좀 부끄럽기도...
다운힐이 길어서 팍팍 쏘게 되는데 오색령 양양 방면 헤어핀이 심하고, 다른 차량이나 바이크와 섞여서 다운힐을 할 수도 있어서 이 구간은 주의하는 편이 좋을 것 같습니다. 디스크 브레이크라 안심하고 브레이크 팍팍 잡으면서 내려왔습니다.
4. 기타...
수도권에서 거리가 먼 것만 빼면 무난하게 만족스러운 대회였습니다. 규모는 작아도 끝나고 씻을 장소도 있고 (중요...)
이대갈님의 댓글
고생하셨습니다!
저도 1보급소는 안내판만 보고 어디 숨어 있었는지 그냥 지나쳤습니다
lazycat님의 댓글의 댓글
Siem님의 댓글
날도 더웠지만 교통통제 잘되고 자원 봉사자 아주머니들의 홧팅 과 응원에 유독 눈에 띄는 대회 였습니다.
lazycat님도 수고하셨습니다. ^*^
크리안님의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