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께 말씀 드리고, 차를 다시 가져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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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자유에요.
1년 반 전이었네요. 제가 차를 바꾸고, 타던 차를 아버지 타시라고 드렸습니다.
신차로 뽑아드렸으면 좋았겠지만, 그런 여유까지는 없고 해서, 아버지의 마지막이 될지 모르는 차로 제가 타던 걸 드리게 되었네요.
처음에는 괜찮다고 하셨지만, 그래도 중고차이나마 아버지 인생의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벤츠를 운전해 보실 기회이니 타보시라고 했고, 어려워 하셨지만 점점 적응하여 타시더라고요.
그러다, 아버지 운전하시는 걸 타보게 되었는데, 깜짝 놀랐습니다.
제 기억 속에 남아있는, 뭐든지 다 해내시던 아버지의 모습인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나이든 노인 운전자가 긴장하고 허둥거리며 운전하는 모습으로 보였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생각해 보니, 제 기억 속 만능이었던 아버지는 지금 제 나이 정도였고, 이제는 70대 노인이 되셨더라고요. 마음이 착잡했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알게된 뒤에는 어디 밖에서 식사 할 때 돌아가는거지만, 제가 일부러 가서 모셔가고, 식사 후 다시 모셔다 드리기도 하고 그랬습니다.
하지만, 요즘 노인 운전 사고 이야기도 많고, 또 저도 아버지의 운전이 불안하고, 특히 같이 타시는 어머니께서도 더욱 불안해 하셔서, 한참을 고민하다가 지난 주에 아버지께 말씀 드렸습니다. 예전 같지 않고, 위험하고 하니, 운전을 그만하시는게 어떻겠냐고요.
우려와는 다르게 담담히 그러자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말 나온 김에 어제 부모님댁에 가서 차를 가져왔습니다.
제 주위에서도 다들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더군요. 이미 면허까지 반납하도록 한 친구들도 있고, 말을 할까말까 망설이는 사람들이 많고요.
제 부모님은 도시에 사시고, 전철역에 걸어서 5분 - 10분이면 가고 하니까 운전을 포기하시는게 상대적으로 어렵지 않았을텐데, 친한 대학 친구 한 명은 제 이야기를 듣고, 자기 아버지 운전도 예전 같지 않은데, 시골에서 차 없으면 너무 불편하기에 운전대를 놓지 않으신다고 걱정하더군요. 학생 때 그 친구집에 놀러가 본 적이 있기에, 그 동네가 얼마나 깡시골인지 저도 잘 알고 있는지라, 운전 그만하시라는 말씀들 더 해드리라는 이야기를 차마 할 수 없었습니다.
아무튼, 아버지의 마지막 운전이 어제로 마무리가 되었고, 차를 가져오면서 만감이 교차하더라고요.
혹시 고민하고 계시는 다른 앙님들에게 하나의 사례로 말씀드리고 싶어 글 적어 올립니다.
자유였습죵.
꾸벅~! :)
p.s. 요즘 차들은 브랜드를 막론하고 (제가) 점점 이해하기 어려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서, 제게는 이 W213이 아직도 중형세단의 정석이라고 느껴집니다. 우아한 곡선과 부드러운 승차감, 거기에 밟으면 튀어나가는 성능 (E400 입니다.) 등등, 빠지는 면이 없죠. 지금도 충분히 현역으로 가치가 있고, 다만 하나 벤츠 특유의 고리타분한 커맨드가 아쉽고, W213 전기형이라 인포테인먼트에 터치스크린이 안 되는 점 등이 불편한데, 그래도 아직도 멋집니다. :)
또 p.s. 습하고 더운 날, 저 전면유리 바깥에 성애 끼는거 어떻게 하죠?
왜 생기는지는 잘 알고 있어서, 공조기 바람 나오는 방향을 발 쪽으로만 나오도록 설정해도, 대시보드 앞, 전면유리 바로 뒷편에 공조기 토출구에서 계속 바람이 나와요. :( 고장이 난건지, W213의 종특인건지 모르겠네요.
자유쩜오알지님의 댓글의 댓글
멀리 갈 때 제발 택시 타시라고, 제가 용돈 넉넉히 드릴테니 꼭 부르시라고, 푼돈 아끼려다 병원비 더 나간다고 아버지와 어머니께 신신당부를 하고 왔는데, 평생을 근검절약 해 오신 분들이라, 그렇게 하실지 모르겠습니다.
셀빅아이님의 댓글
한편으론 슬프네요.
저희 아버지께서도 아직까진 운전 잘하고 계시긴 한데
가끔 동승해보면 예전과 다른 운전습관이 자기도 모르게 학습하셔서 제가 수정해드리곤 하네요.
자유쩜오알지님의 댓글의 댓글
이런 걸 받아들이는게 결국 인생이 아닐까 해요. 저도 길어야 30년 남았네요.
둠칫두둠칫님의 댓글
자유쩜오알지님의 댓글의 댓글
약간 불편하시겠지만, 그래도 직접 운전하지 않으시고 안전하게 다니시길 바랄 뿐입니다.
네츄럴픽님의 댓글
다른 것 보다 주차 능력이 확연하게 떨어지시더군요.. 예전에는 정말 좁은 곳도 손쉽게 주차/출차 하시던 분 이였는데... 지금은 넣었다 뺐다 넣었다 뺐다...
그리고 야간에 본인도 느끼시더라고요.. 야간 운전 때 시야가 좁고 쉽게 피로해진다는 것을요..
어무이는 70 넘으면 이제 운전 그만하라고 하시는데 막상 차 없으면 생활이 불편하실거고..
자유쩜오알지님의 댓글의 댓글
사실은 E400 가져다 드릴 때도 이게 잘 하는 짓인가 고민을 좀 했었는데, 중고차이지만 벤츠 좀 몰아보신 걸로 만족하고 이제는 마쳐야겠다 생각해서 말씀 드리고 차를 다시 가져왔습니다.
Grover님의 댓글
아버님께서 동의를 해주셨지만 마음속으로는 섭섭하셨을것같네요. 아버님 마음 잘 다독여주시기를..
자유쩜오알지님의 댓글의 댓글
아버지 마음 다독여 드리기 위해 (여행 중이라 함께 가지 못 한) 손자 손녀와 FaceTime 을 해 드렸습니다. ㅎ
자유쩜오알지님의 댓글의 댓글
저도 언젠가 장소를 마련해서 저렇게 해보고 싶어집니다. :)
리릿님의 댓글
원페달을 강제하기때문에, 사고날까 무섭다고 하시더라고요.
고출력차도 타기 싫어하시고.. ㅜㅜ
면허 갓 따고, 아버지 태우고 오프로드랑 와인딩을 다니며..
미끄러운 내리막에서 앞바퀴 잠길때 요령부터해서, 하중이동, 카운터스티어링..
이런 것들을 배우던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이렇게 됐네요...
자유쩜오알지님의 댓글의 댓글
저도 25년 전, 친구와 같이 학원 다니며 운전면허 따고 나니, 아버지께서 차량 통행이 없는 야트막한 언덕에 데리고 가셔서 시동 꺼트리지 않고 정차했다 출발하는 걸 계속 연습 시켜주셨고, 깜빡이는 내가 어디로 갈지 주위 사람이나 차량에게 알리는 것이니 주차장에서도 꼭 켜야 한다고 알려주셨고, 학기 마다 대학 기숙사에 들어가고 나오는 시기에 짐 옮기면서 제게 운전 시키시고 조수석에서 하나하나 지도해 주셨죠. 정말 엊그제 같습니다. 세월이 무상하네요. :)
sunandmoon님의 댓글
특정 나이로 선을 그을 수는 없지만 언젠가 누구라도, 누구의 부모라도 이 고민은 꼭 해야할 필요가 있어요.
저희도 부모님이 평소 운전을 적지 않게 하시는데 해가 갈수록 금방 피곤해 하셔서 조금씩 걱정이 되곤해요.
자유쩜오알지님의 댓글의 댓글
장인어른도 걱정이 약간 되는데, 좀 더 젊으시고, 지금도 계속 활발히 일 하시는 중이라 차가 없으면 안 되서요. 며칠 전에 아내 통해 들었는데, GV80 신차 사시려다가 기다려야 한다고 들으시고는 바로 중고로 사셨다는군요. ㅎㅎ
天上天下님의 댓글
기억이 좀 가물가물하긴 합니다
자유쩜오알지님의 댓글의 댓글
하도 이상해서 공조기 발 방향만 해 놓은거 확인 후 대시보드와 전면유리 사이의 공조기 토출구에 손을 가져가보니, 찬바람이 나오고 있더라고요. (ㅡ,.ㅡ)
밤의테라스님의 댓글
자유쩜오알지님의 댓글의 댓글
대체 왜 앞유리 쪽으로 항상 공조기 바람이 나오는걸가요. :(
밤의테라스님의 댓글의 댓글
자유쩜오알지님의 댓글의 댓글
좀 더 찾아봐야겠습니다.
인생이 다 그런거 아니겠습니까마는, 변화를 받아들이기가 쉽지는 않더라고요.
파나메라911님의 댓글의 댓글
자유쩜오알지님의 댓글의 댓글
시그널님의 댓글
제 아버지는 아흔이 넘으셨는데 아직도 운전을 하십니다. 수차례 말씀을 드려도 들으실 생각을 안하십니다.
스스로 못하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시기 전에는 절대 포기하시지 않을 것 같아요.
자주 하시는건 아니지만 엄청 걱정이 되긴 합니다.
자유쩜오알지님의 댓글의 댓글
사실 그런 변화를 받아들이는게 내 자신을 부정하고, 자존심을 꺽는 것으로 여기실 수 있을테니, 그래서 더 받아들이기 어려운게 아닌가 합니다.
진리의케바케님의 댓글
자유쩜오알지님의 댓글의 댓글
앞유리로 올라오는 공조기 토출구에 뭘 살짝 올려놓아 찬바람을 막아볼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ㅎ
Allison님의 댓글
w213 출시하던 때도 와이드디스플레이에 앰비언트라이트 화려하게 들어온다고 구형오너분들이 에잉... 요즘차는 영 별루.. 원가절감 덕지덕지에 중국화 다 됐네 했던 기억이 나네요.^^
자유쩜오알지님의 댓글의 댓글
W222 S 클래스가 먼저였고, 그걸 C, E 이렇게 본받아 나왔는데, 처음 봤을 때 정말 멋졌습니다. 그래서 꿈을 키우다 중고로 사서 겨우 느껴볼 수 있었네요. :)
별멍님의 댓글
사진의 현상은 공조기 온도를 높이면 상대적으로 응결량이 줄어듭니다만 큰 의미는 없어요.
따라서 답은 "완전히 없앨 수 없거나 매우 어렵습니다".
토출방향을 달리했는데도 약간량 나오는 것은 각 토출방향 지시 별, 또는 자동 운용 로직 별 약간량의 토출이 의도된 것으로 고장이 아닙니다. 어떤 로직에선 완전 차단이 되기도 합니다만 일반적으로 앞유리의 경우 미량은 토출하는 것이 아니하는 것보다 이익이 크므로 대부분토출하지 않을까 싶네요. (추정)
이정복님의 댓글
보통 나이들면 그런 제안을 모욕으로 받아들이는 노인분들이 많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