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께 말씀 드리고, 차를 다시 가져왔습니다.
자유쩜오알지

Lv.1 자유쩜오알지 (59.♡.84.119)

2024년 7월 28일 AM 10:58 · 수정됨(07. 29. 12:02)

조회 2,404 공감 0

안녕하세요.

자유에요.


1년 반 전이었네요. 제가 차를 바꾸고, 타던 차를 아버지 타시라고 드렸습니다.

신차로 뽑아드렸으면 좋았겠지만, 그런 여유까지는 없고 해서, 아버지의 마지막이 될지 모르는 차로 제가 타던 걸 드리게 되었네요.

처음에는 괜찮다고 하셨지만, 그래도 중고차이나마 아버지 인생의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벤츠를 운전해 보실 기회이니 타보시라고 했고, 어려워 하셨지만 점점 적응하여 타시더라고요.


그러다, 아버지 운전하시는 걸 타보게 되었는데, 깜짝 놀랐습니다.

제 기억 속에 남아있는, 뭐든지 다 해내시던 아버지의 모습인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나이든 노인 운전자가 긴장하고 허둥거리며 운전하는 모습으로 보였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생각해 보니, 제 기억 속 만능이었던 아버지는 지금 제 나이 정도였고, 이제는 70대 노인이 되셨더라고요. 마음이 착잡했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알게된 뒤에는 어디 밖에서 식사 할 때 돌아가는거지만, 제가 일부러 가서 모셔가고, 식사  후 다시 모셔다 드리기도 하고 그랬습니다.

하지만, 요즘 노인 운전 사고 이야기도 많고, 또 저도 아버지의 운전이 불안하고, 특히 같이 타시는 어머니께서도 더욱 불안해 하셔서, 한참을 고민하다가 지난 주에 아버지께 말씀 드렸습니다. 예전 같지 않고, 위험하고 하니, 운전을 그만하시는게 어떻겠냐고요.

우려와는 다르게 담담히 그러자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말 나온 김에 어제 부모님댁에 가서 차를 가져왔습니다.


제 주위에서도 다들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더군요. 이미 면허까지 반납하도록 한 친구들도 있고, 말을 할까말까 망설이는 사람들이 많고요.

제 부모님은 도시에 사시고, 전철역에 걸어서 5분 - 10분이면 가고 하니까 운전을 포기하시는게 상대적으로 어렵지 않았을텐데, 친한 대학 친구 한 명은 제 이야기를 듣고, 자기 아버지 운전도 예전 같지 않은데, 시골에서 차 없으면 너무 불편하기에 운전대를 놓지 않으신다고 걱정하더군요. 학생 때 그 친구집에 놀러가 본 적이 있기에, 그 동네가 얼마나 깡시골인지 저도 잘 알고 있는지라, 운전 그만하시라는 말씀들 더 해드리라는 이야기를 차마 할 수 없었습니다.


아무튼, 아버지의 마지막 운전이 어제로 마무리가 되었고, 차를 가져오면서 만감이 교차하더라고요.


혹시 고민하고 계시는 다른 앙님들에게 하나의 사례로 말씀드리고 싶어 글 적어 올립니다.


자유였습죵.

꾸벅~! :)

http://jayoo.org


p.s. 요즘 차들은 브랜드를 막론하고 (제가) 점점 이해하기 어려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서, 제게는 이 W213이 아직도 중형세단의 정석이라고 느껴집니다. 우아한 곡선과 부드러운 승차감, 거기에 밟으면 튀어나가는 성능 (E400 입니다.) 등등, 빠지는 면이 없죠. 지금도 충분히 현역으로 가치가 있고, 다만 하나 벤츠 특유의 고리타분한 커맨드가 아쉽고, W213 전기형이라 인포테인먼트에 터치스크린이 안 되는 점 등이 불편한데, 그래도 아직도 멋집니다. :)


또 p.s. 습하고 더운 날, 저 전면유리 바깥에 성애 끼는거 어떻게 하죠?

왜 생기는지는 잘 알고 있어서, 공조기 바람 나오는 방향을 발 쪽으로만 나오도록 설정해도, 대시보드 앞, 전면유리 바로 뒷편에 공조기 토출구에서 계속 바람이 나와요. :( 고장이 난건지, W213의 종특인건지 모르겠네요.

댓글 (32)

  • 이정복

    이정복 Lv.1

    24.07.28 · 175.♡.192.252

    아버님이 대단하시네요
    보통 나이들면 그런 제안을 모욕으로 받아들이는 노인분들이 많은데...
  • 자유쩜오알지

    자유쩜오알지 Lv.1 → 이정복 작성자

    24.07.28 · 59.♡.84.119

    그런 반응이 나올까봐 저도 걱정했는데, 다행히 인정하셔서 무탈하게 차를 다시 가져올 수 있었습니다.
    멀리 갈 때 제발 택시 타시라고, 제가 용돈 넉넉히 드릴테니 꼭 부르시라고, 푼돈 아끼려다 병원비 더 나간다고 아버지와 어머니께 신신당부를 하고 왔는데, 평생을 근검절약 해 오신 분들이라, 그렇게 하실지 모르겠습니다.
  • 셀빅아이

    셀빅아이 Lv.1

    24.07.28 · 125.♡.200.218

    아버지께서 대단하시네요.
    한편으론 슬프네요.

    저희 아버지께서도 아직까진 운전 잘하고 계시긴 한데
    가끔 동승해보면 예전과 다른 운전습관이 자기도 모르게 학습하셔서 제가 수정해드리곤 하네요.
  • 자유쩜오알지

    자유쩜오알지 Lv.1 → 셀빅아이 작성자

    24.07.28 · 59.♡.84.119

    네. 슬프기도 하더라고요. 한 때는 정말 수퍼맨이셨는데요.
    이런 걸 받아들이는게 결국 인생이 아닐까 해요. 저도 길어야 30년 남았네요.
  • 둠칫두둠칫

    둠칫두둠칫 Lv.1

    24.07.28 · 117.♡.2.218

    우리 모두가 겪어야 할 일이지만 한켠 서글프네요. 인간의 삶에서 나이 먹고 늙어가는 게 순리이면서도 참 서러운 일인 것 같습니다.
  • 자유쩜오알지

    자유쩜오알지 Lv.1 → 둠칫두둠칫 작성자

    24.07.28 · 59.♡.84.119

    맞습니다. 당연한건데 그걸 인정하기 어렵죠.
    약간 불편하시겠지만, 그래도 직접 운전하지 않으시고 안전하게 다니시길 바랄 뿐입니다.
  • 네츄럴픽 Lv.1

    24.07.28 · 125.♡.2.166

    저희 아버지는 60후반이 되고나서...

    다른 것 보다 주차 능력이 확연하게 떨어지시더군요.. 예전에는 정말 좁은 곳도 손쉽게 주차/출차 하시던 분 이였는데... 지금은 넣었다 뺐다 넣었다 뺐다...

    그리고 야간에 본인도 느끼시더라고요.. 야간 운전 때 시야가 좁고 쉽게 피로해진다는 것을요..

    어무이는 70 넘으면 이제 운전 그만하라고 하시는데 막상 차 없으면 생활이 불편하실거고..
  • 자유쩜오알지

    자유쩜오알지 Lv.1 → 네츄럴픽 작성자

    24.07.28 · 59.♡.84.119

    제 아버지는 70 되셔도 잘 하셨어요. 헌데, 해가 갈 수록 어려워 하는 모습이 눈에 띄게 늘더라고요.
    사실은 E400 가져다 드릴 때도 이게 잘 하는 짓인가 고민을 좀 했었는데, 중고차이지만 벤츠 좀 몰아보신 걸로 만족하고 이제는 마쳐야겠다 생각해서 말씀 드리고 차를 다시 가져왔습니다.
  • Grover

    Grover Lv.1

    24.07.28 · 110.♡.149.200

    제 아버님께서는 돌아가시는 날까지 운전하셨습니다. 주차하시다 좀 긁기는 하셨어도 큰 사고가 없었음은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시골에 사셔서 차가 없으면 너무 불편한 상황이여서 말리지 못했으나 어쩌다 운전하시는 보면 너무 불안했습니다.
    아버님께서 동의를 해주셨지만 마음속으로는 섭섭하셨을것같네요. 아버님 마음 잘 다독여주시기를..
  • 자유쩜오알지

    자유쩜오알지 Lv.1 → Grover 작성자

    24.07.28 · 59.♡.84.119

    맞습니다. 본문에도 적었지만, 작은 도시에 사시고 대중교통 이용하기 어렵지 않아서 시행할 수 있었는데, 교통이 불편한 곳에 사시는 어르신께서 차도 없으면 다니기가 더욱 힘들어지는 문제가 생기더라고요.
    아버지 마음 다독여 드리기 위해 (여행 중이라 함께 가지 못 한) 손자 손녀와 FaceTime 을 해 드렸습니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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