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연기#3 하나의 묘연이 또 하나의 묘연으로 이어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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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스트릿 출신의 길냥이라 하더라도,
산들이를 입양할 때는 고다의 입양홍보를 통해서 한 만큼 쉬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특히나 모르는 사람의 입양은 자칫 학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어 더욱 신중하게 결정을 내리셨었죠.
'남은 두 아이 중에 삼색이 아가인 미카(입양후 이름 산들이)의 입양을 희망합니다.'
사실 돌아온 피드백의 느낌은 '아 쉽지않겠구나'란 생각이었습니다. 할머님과 입양을 홍보해준 분은 가능하면 남은 두아이의 동반 입양처를 찾고 계신다고 하셨어요. 그래서 저는 첫고양이인 보들이 이야기를 전해드리고 기다릴 수 밖에 없었습니다.
다음날 연락이 왔었죠. 보들이 이야기를 봤고, 충분히 믿을 수 있으니 산들이를 데리고 가라고, 직접 의왕시로 가서 인사드리고, 입양 계약서 작성하고, 마침내 산들이를 보러 방에 들어갔더니, 산들이 자매인 까만 고양이가 보이더군요.
당돌해 보이는 아이를 뒤로하고 산들이를 안고 할머님 댁을 나섰습니다.
그 이후로도 산들이가 잘 적응하고, 아빠 품에 안겨자고, 잘 먹고 잘 지내는 사진과 소식을 매일 할머님께 카톡으로 전해드렸습니다. 너무 좋아하시는 할머님의 기쁜 마음이 전해져 왔지만, 꼭 아래 글로 카톡을 마무리 하시더군요.
'그렇게 당차던 아이가 혼자 남겨지더니 기운이 없어. 빨리 좋은 입양처를 찾아야하는데'
일주일을 고민했습니다. 고양이를 한마리 더 늘린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니거든요.
화장실의 갯수, 집 환경, 기존의 고양이나 강아지와의 합사 문제 등등...
그리고 20년을 모시려면 사료비, 병원비 등등... 과연 내가 그런 능력이 되는가?
우리 집에서 이 아이들이 모두 행복할 수 있을까? 더 좋은 입양처가 있지 않을까?
그렇게 일주일을 보내고... 연락을 드렸습니다. 남은 아이 제가 데려가도 되겠습니까? 하고요.
'당장 데려가요.'
'네 휴가내고 오늘 바로 가겠습니다!'
그렇게 품에 포옥 안고, 집에 왔습니다.
윤기 흐르는 까만 털에 한쪽엔 콧수염같은 무늬, 그리고 흰턱시도까지... 삼색이지만 참 재미있는 코트빛을 가진 이 아이.
일주일이지만 우울했던 시간을 잊고 항상 즐겁게 웃고 살았으면 해서.
'해들거리다' - 웃음을 참지 않고 조금 싱겁게 자주 웃다에서 따와서
저희 집 해들이란 이름으로 들어왔습니다.
일주일 만에 만난 산들이와 해들이는 그렇게 서로를 알아보고 꼬옥 안고 자는 모습에 무식한 아저씨 눈에서도 울컥하는게 있더군요. 열심히 벌어야지요. 잘 모시려면... 그렇게 우리 들들이 자매의 이야기가 시작되었습니다.
친자매 냥이의 동반 입양은 제가 태어나 한 일중에 가장 잘한 일이랍니다.
* 들들이들의 묘연기는 계속 됩니다.
풍운의개발자님의 댓글의 댓글
이전 클리앙에서는 대부분 눈팅만 했었지만 다모앙에서는 열심히 아이들 이야기를 하나씩 써보려고요. 잘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
모동님의 댓글
시간되실 때 가끔 들이들 사진 좀 부탁드립니다..^^
보들이, 산들이, 해들이와 늘 건강히 행복한 시간 되시길 기원합니다..
풍운의개발자님의 댓글의 댓글
아기고양이님의 댓글
어여쁜 냥이들이랑 행복하기만 하세요~
풍운의개발자님의 댓글의 댓글
베니와준님의 댓글
요즘 우리 뚱냥이들만 보다가 아깽이 보니까 넘 귀엽네요 ㅋ
풍운의개발자님의 댓글의 댓글
화성밧데리님의 댓글
집에 인간도 5이라 돈은 저 혼자 벌어서 만만치 않네요.
그르릉님의 댓글
마지막 사진 정말 감동이네요 ㅠㅠ
저도 셋째냥이 입양하고 싶은데
풍운의 개발자님이 고민하셨던 것과 같은 이유로
일단정지 했습니다.
보들. 산들. 해들이 모두 건강하길 바랍니다.
가끔 소식 전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