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호박 기르기 위한 준비_1단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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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
친언니가 카톡으로 잡담 중, 뜬금없이(자매지간 대화가 늘 그렇죠) 호박 사진을 보여주는 겁니다. 구체적으로는, 호박이 자라 넝쿨이 몇 가닥 있고, 꽃송이 아래 작은 아기 호박이 맺히기 시작한 뭐 그런. 보기에도 나쁘지 않은. 초록초록한.
자랑이었던 거죠. 언젠가 먹고 모아 둔 단호박 씨앗을 뿌렸더니 싹이 났대나 어쨌대나. 베란다에서 이렇게 잘 자랄줄 몰랐다, 꽃이 너무 이쁘다, 아침 저녁으로 두세번씩 들여다본다. 슬슬 부러움이 차 오릅니다. 피폐해진 요즘 일상에 꼭 필요한 실천일 것 같았습니다. 저거라도 해볼까? 해보고 싶다!
화분은,
사무실 창고에 진심으로 축하해서 보낸 것 같지 않은, 언젠가의 영화가 도무지 기억나지 않는 양란 화분들이 팽개쳐 있었습니다. 스티로폴처럼 가볍디 가벼운 충전재가 들어있어, 그대로 씨앗을 심는다고 싹이 나지는 않을듯한 화분을 들고 집으로 갑니다. 아파트 화단의 흙도 괜찮겠지? 자문자답하고, 아이를 봐주시느라 집에 와 계신 시어머니께 당당히 요구합니다. "어머니, 호박을 좀 키울까 하는데 흙 좀 채워주세요."
씨앗은,
잘 안 될텐데? 회의에 찬 반응을 보이셨지만 쏘쿨하신 시어머니는 며느리의 뜬금없는 요구에 응하실 것을 압니다. 그렇게 고운 흙이 담긴 화분을 득템합니다. 사무실로 다시 가지고 왔습니다. 깨끗이 씻어놓으니 보기도 좋습니다. 이미 머리 속에서는 싹도 나고 넝쿨도 져서 호박이 주렁주렁. 그런데 남은 씨앗을 보내주겠다는 언니가 며칠 연락두절입니다. 나는 마음이 급한데, 본인은 이미 호박이 열렸다고 너무 무심한거 아닌가. 원망을 하며, 쿠팡으로 바로 구매버튼을 누릅니다. 다음 날이면 도착하니, 쿠팡 와우멤버십 어찌 탈퇴할까요. ㅠ 화분은 사무실에 준비되었는데, 씨앗은 집으로 배달되었다고 문자로 전송이 왔네요. 어디서 키우지?
사무실에서 키우자.
일단 주말이니 다시 흙 채운 화분을 가지고 집으로 갈 계획입니다. 누군가 화초도 없는 화분을 들고 오고 가는 모습을 보았다면, 레옹도 아닌 것이 무슨 일일까, 갸웃했을 것입니다. 그냥 이 자체로도 설렐 수 있으니 아직 사롸있는거겠지요?
아직, 메말랐다고는 하나 마음에 촉촉한 '호박 싹 하나' 키울 수 있는 감성을 가진 나를 칭찬합니다. ㅎㅎ
평화를빕니다님의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