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해요] 메트로 신문을 건내주시던 이름도 모르는 아주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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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벗님 223.♡.23.199
작성일 2024.06.17 12:23
분류 감사해요
77 조회
4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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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지하철을 타면 열 명 중 아홉 명은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책을 보는 사람도 드물고, 신문을 보는 사람은 더 드물죠.
작은 스마트폰의 화면을 들여다보며 세상을 읽고 세상과 호흡합니다.



스마트폰이라는 신문물이 나오기 전,
지하철에서는 무가지(무료로 배포되는) 신문들이 넘쳐 났습니다.
누군가가 짐칸에 올려놓은 신문을 내려서 읽어보며 따분한 시간을 달랬었죠.
이 무가지 신문들도 광고 란이 돈이 되다보니, 경쟁도 점점 치열해졌습니다.

그 시절에 국비로 지원해주는 학원을 다니고 있었습니다.
앞으로 제 삶이 어떻게 펼쳐지지 모르는 푸릇 푸릇한 청년이었지요.
제가 들어가는 지하철 입구 앞에는 '메트로 신문'을 건내주는 아주머니가 계셨습니다.
지하철로 들어가는 분들에게 메트로 신문을 한 부씩 건내주시는 분이셨죠.

메트로 신문을 건내 받는 분도 계셨고, 그냥 무시하고 가시는 분도 계셨습니다.
무가지.. 무료로 배포되고, 여기 저기 지하철 안에도 넘쳐 나고 하니,
그 아주머니에게 메트로 신문을 꼭 받을 필요는 없었습니다. 여느 전단지와 비슷했습니다.
처음 그 아주머니와 마주하게 되었을 때, 웬지 '일하는 사람'이라는 느낌이 들었었나 봅니다.
메트로 신문 한 부를 건내받으며 인사를 드렸습니다.
'감사합니다.'

이 인사는 다음 날도, 또 다음 날도 계속 되었습니다.
마치 제가 지하철을 타고 가는 동안 심심하지 말라고 미리 준비해주신 것을 건내받는 것처럼,
아주머니에게 항상 '감사합니다'라고 짧게 인사를 드리며 메트로 신문을 건내 받았습니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 모릅니다.
며칠인지, 무슨 요일인지도 기억나지 않아요.
어느 날 골목을 돌아서 지하철 입구가 보이는 거리 즈음이었는데, 아주머니가 저를 보셨습니다.
저에게 깊게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해주셨습니다. 저도 어색하게 맞절을 하며 다가갔습니다.
그리고 언제나처럼 '감사합니다'하며 메트로 신문을 건내받고 지하철 계단을 내려 갔습니다.

그 이후로도 아주머니에게 항상 그랬던 것처럼 '감사합니다' 하며 신문을 받았습니다.

지금은 기억나질 않는데, 어떤 사이트에서 '칭찬합니다'와 같은 글의 수기 공모를 했습니다.
제가 경험한 이 내용을 글로 적어서 올렸고, 어쩌다 운이 좋게 당선이 되어 '칭찬합니다'라고 적힌
UBS 두 개를 받았습니다. 너무 좋았어요. 하나를 그 아주머니를 드려야 되겠다.
하지만 전달해드리지 못했습니다. 어느 날 부터인가 그 아주머니나 나오질 않으셨거든요.
아르바이트를 그만 두셨으니, 다른 사정이 있는 것인지는 알 수 없었습니다.

그 '칭찬합니다' USB를 작은 가방에 달고 다녔는데, 어떤 회식을 하고는 가방 채로 잊어버렸습니다.
가방 안에 있는 다른 물건들은 크게 아깝지는 않았는데,
그 '칭찬합니다' USB를 잊어버린 건 참 아쉬웠습니다.

언젠가 그 아주머니를 다시 마주치게 된다고 해도, 사실 제가 알아보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공손하게 메트로 신문을 건내주시던 그 모습만 기억나거든요.
어디에 계실지 모르겠지만, 언제나 건강하게 지내고 계셨으면 좋겠습니다.



끝.

댓글 2

평화를빕니다님의 댓글

작성자 평화를빕니다 (221.♡.183.189)
작성일 06.17 19:20
저도 그때가 생각나요. 바쁘게 지하철 출구로 내려갈 때, 양쪽에서 분주하게 무료일간지를 나눠주시던  어르신들.
웃으며 내미시는 신문에 그냥 스치는 사람들을 보며, 저도 마음이 아팠어요. 그래서 나눠주시는 건 다 받자! 다짐했고... 지금도 그렇게 하려 노력합니다. 
하지만... 벗님처럼 감사인사를 한 기억은 없네요.
저도 배웠습니다. 감사드려요. 감탄했어요.

딴길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딴길 (180.♡.49.181)
작성일 06.23 07:58
메트로 벼룩시장 등등 무료 일간지를 뒤져가며 일자리릁 구하던 이십대 무렵이 기억나네요. 누군가에겐 쓸모없는 종이일수도 있지만 어떤 이들에겐 주거나 받거나 생계를 구하는 매개였을 그 무가지들이 이제 추억의 일부가 되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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