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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티 소속감에 자부심을 얹기 시작한 게 일베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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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수필 218.♡.227.59
작성일 2024.06.25 17:06
432 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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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의 '언론을 믿지마 일베를 믿어'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닙니다.

저쪽 색깔의 커뮤니티 소속원들이 자기 커뮤에 과한 소속감과 일체감, 자부심을 갖게 된 게 일베부터입니다.


대한민국 인터넷 커뮤니티의 역사는 디씨로부터 시작됐습니다.

일베가 나오기 전까지의 디씨는 그냥 야생이었을 뿐입니다.

요즘 개념으로 유동이 넘치던 시기였고 모두가 유목민처럼 디씨를 거쳐갔습니다.

종종 디씨의 수도라고 불렸던 곳(스갤, 와갤, 막갤 등등)에선 친목질과 여왕벌 놀이가 나타나곤 했지만,

일베 출현 전까지 주로 서식하던 커뮤니티는 있을 지언정 과한 소속감을 가진 커뮤니티 이용자는 별로 없었습니다.


하지만 맹박이가 대한민국 인터넷을 망치기 시작하면서 정사갤이 무너지고 야갤이 변화했습니다.

우여곡절을 거쳐 일베가 나타났고 모두가 일베가 쓰레기라고 욕했습니다. 초창기 일베는 정말 패드립과 고인모독이 넘치던 곳이었으니까요.

그러던 와중에 일베에서 학력인증 대란이 터집니다. 거칠게 요약하면 국내외 명문대를 다니는 애들이 학생증으로 인증을 하기 시작한 겁니다. (인터넷 인증 강요 문화도 그 즈음부터 유행합니다)

이 때부터인가 매트릭스(를 제대로 보긴 했나 싶은 애들이)를 본 유저가 자신들을 '빨간약'을 먹은 애들로 셀프미화합니다.

그리고 정말로 일베가 진실을 말하는 지성인들이 모인 집단이라고 믿는 부류들도 생기고 그 숫자가 늘어났습니다.

그러는 와중에 저 명언(?)이 나오게 된 겁니다.


이 후 그들은 일베라는 강한 정체성과 소속감으로 타 커뮤를 "침공"해서 망치기 시작했습니다. 일베(베스트 게시판)를 가기 위해서요.

실생활에서도 트롤짓을 하고 인증합니다. 일베를 가기 위해서요.

과한 소속감과 정체성, 여기에 양념처럼 더해진 호승심까지 합쳐져서 일베충이라는 괴물세력이 나타납니다.

스스로를 '진실을 본(빨간약을 먹은) 지성인 일베유저'라고 자기인식을 하면서요.


그 이후 일베의 대항세력으로 나타난 페미 사이트도 동일한 패턴을 보입니다. 과한 소속감과 정체성, 타사이트 트롤짓입니다.

단적인 예가 여성시대입니다. '여시 못 잃어. 민주주의 못 잃어'같은 발언이나 스르륵 탑시 사태에서 보이죠.

일베의 친자(펨코, 블라인드 등)나 양자(엠팍, 디씨 몇몇 갤러리 등)들도 비슷한 행동패턴을 보입니다. 자기들만 똑똑하고 지성체이며 진실을 제대로 직시하고 말한다고 여기죠. 타사이트 이용자나 민주진영 사람들은 무지의 좌빨 운동권일 뿐입니다.


오늘의 퀘모 사이트에서 보이는 양태도 같습니다. 자신들이 하는 혐오는 정당한 항의이며 그것은 지성적인 사회운동입니다. 하지만 자신들을 향한 비판은 혐오이며 폭력이라고 말합니다. '서윗'한 3040은 남자의 현실을 보지 못하는 무지렁이이지만 냉처한 본인들 2030은 진실을 말하고 똑똑하다고 합니다. 과연 진정 그럴까요.


대한민국 인터넷 어두운 면의 모든 접점에는 일베가 있습니다. 일베가 없으면 일베의 친양자들이 있습니다. 우리는 그들을 일베라고 부릅니다. 일베를 쓰기 때문이 아니라 태도와 생각, 사상이 일베의 그것들과 다를 바가 없으니까요.


일베를 싫어한다고 말하지만 누구보다도 일베와 닮은 그들, 그들 역시 일베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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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량 잡문가(雜文家)

한량 잡문가(雜文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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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안님의 댓글

작성자 크리안 (58.♡.210.48)
작성일 06.25 17:08
그래봐야 일베일 뿐입니다

난쟁이프로도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난쟁이프로도 (49.♡.157.26)
작성일 06.25 17:09
일베와 역사와 일베들의 이율배반적인 행위를 내용을 잘 쓰셨네요.
공감합니다.

가장 공감되는거 본인들이 일베라고 안하지만 다른 이들은 행동이 일베라서 일베라고 부른다 이게 가장 공감되네요.

엘사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엘사 (59.♡.29.4)
작성일 06.25 17:11
그래서 혐오라는 샌드백을 치며 서로 쉐도우복싱을 하며 끊임없이 갈라서 싸우며 넷심을 팍팍하게 만들며 십수년을 분열시켜버렸죠. 요즘은 그러다보니 그 혐오의 샌드백에 쉐도우복싱하는 분들 보면 측은합니다.

사막여우님의 댓글

작성자 사막여우 (223.♡.193.136)
작성일 06.25 17:12
일베애들이 소속감 있다는 얘기는 처음듣네요.

소속감 있는 애들이 일베충 소리 듣기 싫다고
펨코같은 곳으로 갔을까요??

수필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수필 (218.♡.227.59)
작성일 06.25 17:16
@사막여우님에게 답글 대학생 때 일베하던 애들을 학교에서 알게 돼서 얘기해 본 적 있습니다. 주변 시선 때문에 일베한다고 얘기는 못하지만(이런 부류는 어느 정도 사회성은 있다고 봐야겠죠), 일베하는 게 부끄럽진 않다고 하더군요. 양지에서 드러내지 않을 뿐 본인들을 비밀요원 비슷하게 생각하고 소속감이 있었습니다.

사막여우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사막여우 (223.♡.193.136)
작성일 06.25 17:20
@수필님에게 답글 '커뮤니티 비밀요원'인가요 ㅋ

대학생이나 되가지고
부끄러운게 뭔지 구분을 못하면
어쩌자는 건지..

붉은스웨터님의 댓글

작성자 붉은스웨터 (223.♡.250.70)
작성일 06.25 17:12
일베는 입니다.

기름먹는하마님의 댓글

작성자 기름먹는하마 (211.♡.181.22)
작성일 06.25 17:13
근데 왜 나 일베한다 당당하게 말하지 못할까여 ㄷㄷㄷ

수필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수필 (218.♡.227.59)
작성일 06.25 17:16
@기름먹는하마님에게 답글 걔들도 사회성은 있으니까요. 하지만 본인을 비밀요원처럼 얘기하며 숨어서 일베하지만 강한 소속감을 보이곤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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