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앗간 주인이 가톨릭 교회에게 화형당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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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코미 89.♡.101.20
작성일 2024.07.16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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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즈와 구더기는 16세기 이탈리아의 밀라노 근처에 살았던 방앗간 주인, 메노키오의 이야기를 다룬 책입니다.

이탈리아 역사가 카를로 긴즈부르크가 1976년에 발표한 책이죠.

이 책은 로마 가톨릭에 화형당한 메노키오의 종교 재판 기록을 바탕으로 그의 독특한 세계관과 주장을 보여합니다. 메노키오는 당시 유럽의 농민으로서는 흔하지 않게 광범위한 독서와 다양한 사상을 접하며 독자적인 사고 체계를 구축한 인물이었습니다.

그는 성경, 전설, 민담, 각종 소문과 판타지 등을 듣고 읽으며 자신만의 세계관을 형성했고 이를 주변에 전파했다는 이유로 종교재판에 넘겨졌죠.

메노키오의 세계관은 우주와 창조, 인간과 신의 관계, 종교적 교리에 대한 깊은 회의와 독창적인 해석을 포함합니다. 그는 우주의 기원에 대해 '치즈와 구더기'라는 비유를 사용해 설명했습니다. 우유가 치즈로 뭉치고 치즈 덩어리에서 구더기가 생겨난다는 자연현상을 통해 우주와 세상 만물이 자연적으로 생성되고 발전하였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러한 견해는 하느님이 세상을 창조했다고 주장하는 당시 가톨릭의 교리에 어긋났습니다.

비록 메노키오는 세상을 미혹시키는 이단 사상을 전파했다는 죄목으로 화형당했으나, 종교 재판 기록 덕에 비록 그가 평범한 농민이었지만 그와 같은 농민들은 당대의 지식인들과는 다른 방식으로 독립적인 사고를 했다는 증거를 남김으로서 중요한 역사적 의미를 지니게 됩니다.

역사 기록에는 왕과 귀족, 성직자, 부자 등의 이야기만 나오기에 이렇게 역사 속에서는 소외된 소수자, 약자의 이야기를 조명한 점에서 치즈와 구더기는 미시사 연구의 걸작이라 할 만하죠. 그리고 무엇보다도 딱딱하지 않고 재미있기도 합니다..

댓글 5 / 1 페이지

PINECASTLE님의 댓글

작성자 PINECASTLE (39.♡.79.180)
작성일 07.16 11:55
몇 일 전에 잠깐 나온 이야기이긴 하지만, 전근대의 특히... 동양에서는 지금은 미신이라고 불리는 것들이 당시에는 과학인 것이 많았습니다. 실제로 믿기도 했었고요. 이슬람이 융성한 지역은 좀 달랐지만, 그렇다고 해서 엄청나게 다른 세상이었던 것도 아니고요. 오히려 지금도 과학적으로는 이미 아님이 증명되었지만, 관습적이나 꺼림칙하다는 이유로 과학을 믿지 않는 경우도 있으니까요.

본문의 내용을 대학교 때 잠깐 봤던 것 같은데, 그 때는 그게 그렇게 큰 차이였나... 라는 생각이 안들었어요. 아무래도 내가 사는 세상이 너무 당연한 거니까 그렇게 느꼈을지도 모르겠네요. 그런 점에서 보면 그 당시에 저런 생각을 남긴다는 게 아마 어마어마한 용기가 아니었을까 싶은 생각도 듭니다.

concept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no_profile concept (1.♡.160.84)
작성일 07.16 12:04
@PINECASTLE님에게 답글 메노키오에 대한  이단재판의 심문기록을 통해 그의 정신세계를 복원할 수 있었던 거지요. 얼마안되는 기록을 가지고 저 정도의 연구작업을 해낸 역사가 카를로 진즈부르그가 대단합니다. 이 연구의 핵심은 당시 민중이 향유하고 있던 세계관과 문화는 주류 기독교 엘리트의 세계관과 문화와는 질적으로 달랐다는 것입니다.

코미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no_profile 코미 (89.♡.101.20)
작성일 07.16 12:04
@PINECASTLE님에게 답글 과학의 시작은 결국 자연현상의 관찰과 탐구긴 한데..
그걸 해석하는 사람의 지식이나 방법론에 따라 같은 번개도 누군가는 신이 내리친다고 하고 누군가는 자연현상이라고 하죠.
그것도 그런데.. 전 대학교 1학년 때 리포트 쓴다고 처음 저거 읽고 꽤 충격을 많이 받았습니다.

일리악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일리악 (203.♡.180.14)
작성일 07.16 12:22
스크랩해놓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흐린기억님의 댓글

작성자 흐린기억 (211.♡.206.231)
작성일 07.16 12:47
일본 만화 중에 "지"라는 지동설에 대한 만화가 생각나네요. 종교가 지배하던 시절에 지동설이라는 과학적 이론을 보존하고자 하는 사람들 이야기인데 살짝 비슷한 느낌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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