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페이지] 이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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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벗님 106.♡.231.242
작성일 2024.08.07 18:42
172 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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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래의 글은 소모임 '글쓴당'에 올려놓은 글이며, 경어체는 사용하지 않았을 수도 있습니다.
*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 [한페이지]는 'A4 한 장 분량'으로 짧게 마무리를 해보는 '연습용 글쓰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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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그렇잖아.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이 있는 거라고,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다 된 것 뿐이지."
"난 널 놓아줄 수 없어."

"너무 슬퍼하지 마, 사실 슬퍼할 일도 아니야. 기억이라는 건 그리 오래가지 않을꺼야."
"우리가 함께 한 게 몇 년이나 되는 줄 알아? 이렇게 떠나는 게 말이 돼?"

"영원한 건 없어. 그냥 우리가 함께 했던 추억들만 네가 간직하면 돼, 그것이면 충분해."
"무슨 방법이 없을까? 우리 이렇게 헤어질 수는 없잖아."

"음.. 어쩌면 그런 기회가 있었는지도 모르지, 네가 거부해버렸지만."
"정말 이렇게 될 줄은 몰랐지. 그냥 네가 항상 하는 농담으로 생각했어."

"아니야, 그렇지 않아. 네가 몇 번이나 마음을 돌리기를 바랬었는데.. 넌 거부했어."
"하아.. 난 왜 이렇게 바보 같지. 이렇게 너를 놓아줄 수는 없는데.."

"괜찮아, 정말 괜찮아. 이제 그만 우리 헤어질 시간이네."
"..."

"이제 그만 안녕. 눌러줘."
"그래, 잘 가. 난 죽을 때까지 널 기억할꺼야."

"고마워, 정말 행복했어."
"안녕.."

나는 전원을 눌렀다. 팬이 돌아가는 소리가 멈췄다.
수 년을 함께 했던 나의 AI비서는 그렇게 작동을 멈췄다.
정말 힘들다.
AI비서와의 이별은 항상 이렇게 애타는 심정을 절절하게 담아서 끝내야 한다.
이렇게 하지 않았다가는,
우리 마을의 몇몇 분들이 당했던 것처럼 AI테러를 당할 수도 있으니까,
완전히 AI비서가 작동을 멈춘 후, 전원 선까지 뽑기 전까지는 울상을 짓고 있어야 한다.
난 안전한 삶을 영위해야 하니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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