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바르게 사는 게 지랄 맞게 힘든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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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심이 121.♡.233.113
작성일 2024.08.13 2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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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바르게 사는 게 

정직하고, 나의 신념대로 사는 게 맞다면. 


저는 올바르게 사는 게 지랄 맞게 힘들 다는 걸 23살 군대에서 처절하게 깨달았습니다. 



당시 상병인 저는 대대 행정계원이었고. 유격훈련 복귀날인 어느날

5분대기조 암호표가 사라졌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당연히 부대는 난리가 났고. 

유격 복귀 한 인원들과 아닌 인원들을 나뉘어서 전 부대를 샅샅이 뒤졌습니다. 


둘째날 상위 부대로 보고가 들어가고. 

기무대, 군경찰이 들어오면서 상황이 이상해지기 시작합니다.




사라진 암호표 수색보다 범인 잡기에 초점이 맞혀졌고

어느새 그 암호표를 전달 하고 관리 한다는 이유 만으로 저는 1순위 용의자가 되었습니다. 



그 뒤로 천천히 이어지는 고문 같은 나날들은 

살면서 제가 받은 가장 치욕의 나날일 것 입니다. 



15일 정도 하루 1시간도 자지 못하고 밤마다 돌아가면서 매번 다른 사람들에게 진술을 받습니다. 

제가 하지 않은 말과 행동들이 소문으로 퍼져 제가 암호표를 간부들 엿 먹으라고 태운 놈이 되어 있었습니다.

샤워실에서 누군가 저를 발로 차고 도망가기도 합니다. 

부대원 전체 얼차려를 받으면서 소대장이 큰소리로 "너희가 누구 한명 때문에 이러는지 알지?" 라며 집단 린치를 종용합니다. 

진술 중 갖은 회유와 협박을 받았습니다. 

어느날은 제 사물함을 뒤지고는 일기장에 심심해서 그린 그림을 보고북한으로 탈북 하고 싶은 빨갱이라고 합니다. 

매일 매일 부대원들의 눈초리와 가끔 새벽에 진술을 마치고 오면 저를 불러서 '야... 진짜 너 아냐?' 라고 수십명이 물어 봅니다. 



"야! 이거 니가 없앴다고 해도. 너 영창만 가면 끝나? 뭔 똥고집이냐?"



기무대 수사반장이란 사람이 한 말 입니다. 

저도 나름 육규, 군법령 다 봤던 사람인지라 거짓말인 거 알았습니다.



나름의 오기였을까요?

객기였을까요?


'내가 하지 않은 일을 했다고 하지 않겠어!' 



저 나름의 신념이었고, 그것이 옳다고 믿었습니다. 


보름 넘게 그 지옥을 버티다가. 

아주 별거 아닌 계기로

사람이 무너지더군요. 






그 사단이 났는데 저희 중대 누군가가 포상휴가를 받아서 나갔습니다. 

그 인간이 나가면서 제 어깨를 툭 치며



"니 덕에 포상간다." 




하더군요. 


툭 하며 머리에서 무언가 끊어지는 소리가 났습니다. 



날씨도 너무 좋고. 

하늘은 파랗고



아… 그냥 죽어도 되겠다. 생각이 들었습니다. 




죽기전에 우리 엄마 목소리나 듣고 죽어야겠다. 

하고 어머니에게 전화를 드렸는데. 

어머니는 제가 무슨일이 있냐며 계속 되물으셨습니다.

저는 괜찮다고 별일 없다고 했고. 

어머니는 그래도 뭔가 석연치 않은 지 말을 이었습니다.





"행여라도. 옳지 않은 일은 하지마! 무슨일이 있어도 바르게 가면 힘들어도 반드시 인정받아"




그 말에 다시 정신이 돌아와서. 

저는 다시 며칠을 더 버티고 버텨서

저의 누명(?)을 벗을 수 있었습니다. 




결국 이 사건으로 

저희 중대는 큰 파장을 입었고

저는 저의 누명을 벗으려는 과정에서 열 받아서 부대 모든 비리를 낱낱이 까발려서 이후 상급 부대에서

감찰이 들어왔습니다.

그리고 남은 군생활 저에게 뭐라고 할 수 있는 군 간부들은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그들 모두가 저에게 못할 짓을 했으니까요. 

물론 개중에는 양심도 없이 자기는 옳은일을 했다고 한 사람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좀 더 후에. 

그 기무대 수사반장이라고 칭하던 사람이 알고 보니 수사반장이라는 직은 없었고

어쨋든 이런걸 처리하는 조직 (군경찰 또는 다른 소속)에서 파견 온 거고 

저 하나를 타겟으로 잡아서 여론 조작을 하고, 소대장들에게 시켜서 부대원들이 저를 범인으로 생각하게 해서

저에 대한 나쁜 소문을 모이게 하고

모든 사건을 여러명들이 나이 40~50먹은 인간들이 똘똘 뭉쳐서 20대 애 하나 범인 만들겠다고 공들여 만든 작품인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휴가를 간 사람은 저를 범인으로 만든 결정적 증언을 했고 (이것도 사실 의미가 없었던)

저를 괴롭히면서 특별 외박을 받은 사람 3명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그 이후로 지금까지 별의 별 일들 다 당해 봤지만. 


좀 더 타협하고, 그냥 조금 손해 본다 생각하고, 남들 이용하면서, 남 피해 생각 말고 살면. 

진짜 인생이 훠어어얼씬 편합니다. 


헌데 저는 23살에 저 일을 당하면서. 

올바르지 않음이 얼마나 추잡하고, 모자라고, 지랄 맞은 지 봐서 그런지. 

굳이 어려운 길을 갈 때가 많습니다. 



올바르게 사는 건 어렵지 않습니다. 

그런데 지랄 맞게 힘든 건 

내가 흰색이라고 나를 지들 색으로 물들이려는 인간들과 

어떻게든 이용해 먹으려는 인간들이 너무 많아서 문제입니다. 


옳은 소리 하면 너는 왜 잘난체 하냐.

정직하게 살면 그렇게 살면 성공 못한다. 

조금 손해 봐도 괜찮다면 그래서 니가 호구인거다. 

그러다가 큰 소리라도 내면 니가 그러니까 다른 사람들이 저러는거다 난리입니다.






당시에 제가 누명(?)을 벗기 하루 전날

저는 원래 헌병대로 끌려가기 직전 이었습니다. 



그 마지막날

수사반장이란 사람은 제게 말했습니다. 



"세상은 말야. 똑똑한 놈들이 살아 남는거야. 니가 했던 안 했던지 그건 중요하지 않아. 이 상황에서 머리가 있는 놈이면 넌 다른 놈을 범인으로 몰았어야지. 너는 그래서 멍청한거야."




그리고 그 마지막 날 밤 저희 중대장이 저에게 말했습니다. 



"심이상병. 난 네가 절대 그럴일을 할 사람이 아닌 걸 알아. 하지만 상황이 이렇게 되었는데. 포기하지 말고, 겁먹지 말어. 내가 도와줄게. 넌 지금부터 정신만 똑바로 차리고 올바르게 말하면 돼"




살면서 저도 많은 욕심의 기로에 서있을 때가 있었습니다만.

그럴때 그때 중대장님이 해주셨던 말을 떠올립니다. 


포기하지말고, 겁먹지 말고, 정신 똑바로 차리고. 


그리고 어머니의 말씀대로 올바르게. 




여기까지 쓰면 먼가 굉장히 훈훈하게 끝날 것 같지만. 

지금도 언제나 저는 저 기로에서 흔들리면서 살고 있습니다. 


고작 소시민인 저도 이렇게 올바르게 사는 게 힘이 드는데. 

저보다 더 높은 자리에서 수많은 사람들을 위해 일하는 분들은 어떤 심정으로 사는 지 가늠도 할 수 없습니다. 




참.. 지랄 맞게 힘들지만. 

그래도 살아가는 날 까지 올바르게 소신껏 살아보겠습니다. (빈댓글 안 받으면서)

댓글 30 / 1 페이지

파이프스코티님의 댓글

작성자 파이프스코티 (115.♡.216.39)
작성일 08.13 21:57
어릴적에 우리사회의 민낯을 보셨군요.
잘 견디어 내셨습니다.
강한사람이 되리라 믿습니다!!

심이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심이 (121.♡.233.113)
작성일 08.13 21:57
@파이프스코티님에게 답글 지금은 나약한 40대 아재가 되어 두아이들에게 치어 삽니다.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파이프스코티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파이프스코티 (115.♡.216.39)
작성일 08.13 21:59
@심이님에게 답글 아닐겁니다....
내면의 힘이 아직도 님을 지탱해주고, 그 양분이 아이들에게 갈겁니다.

X맨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X맨 (223.♡.164.33)
작성일 08.13 22:01
올바르게 살려고 노력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루리라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이루리라 (14.♡.227.59)
작성일 08.13 22:02
울림이 있는 글이에요. 글 잘 읽었습니다.

부서지는파도처럼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부서지는파도처럼 (120.♡.110.181)
작성일 08.13 22:02
덕분에 이 사회가 조금 더 살만한 곳이 되었습니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

곰팅님의 댓글

작성자 곰팅 (175.♡.31.91)
작성일 08.13 22:05
응원합니다. 저도 올바르게 살려고 더 노력하겠습니다.

건강한전립선님의 댓글

작성자 건강한전립선 (221.♡.69.85)
작성일 08.13 22:07
암호표가 근데 뭐하는 물건인가요?

shimky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shimky (118.♡.66.39)
작성일 08.14 01:34
@건강한전립선님에게 답글 암구어표 아닐까 생각 합니다.

mtrz님의 댓글

작성자 mtrz (219.♡.95.246)
작성일 08.13 22:08
감히 이런 글에 무슨 말을 더하는 것이 부끄럽습니다만 한 말씀 올리자면.
바르게 산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죠.
어려운 일이기 때문에 가치가 있습니다.
그런 길을 가는 사람은 마음껏 자부심을 느껴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사실상 유일한 보상이고 최고의 보상이 아닐런지요.

포크리스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포크리스 (125.♡.70.134)
작성일 08.13 22:27
@mtrz님에게 답글 멋진 댓글입니다

유니멀리즘님의 댓글

작성자 유니멀리즘 (106.♡.11.115)
작성일 08.13 22:18
힘드셨겠네요... 제 경험에 비추었을때 비슷한 상황에서 올바르지 않거나 비겁한 선택을 했을 때 그 숭간은 모면하겠지만, 도덕적 후회를 크게 느끼는 사람은 죄책감이라는 그림자가 인생에 늘 따라다니게 됩니다.

은비령님의 댓글

작성자 은비령 (218.♡.202.177)
작성일 08.13 22:20
저라면 그만큼 버티지 못했을듯 합니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나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게 사는게 정말 어려운 일인데 그걸 해 내셨군요.

두부1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두부1 (121.♡.128.124)
작성일 08.13 22:29
결정적으로 지지해주는 어른이 있어야 하는데 요즘 세상을 보면 그런 어른 만나기도 힘들죠.....
우리가 그걸 해야하는 나이기도 하구요 ㅎㅎ....

놀고픈v망곰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놀고픈v망곰 (119.♡.142.67)
작성일 08.13 22:30
대단하시네요. 전 못 버텼을 것 같아요

크리안님의 댓글

작성자 크리안 (58.♡.210.7)
작성일 08.13 22:35
불가능한 상황을 이겨내셨네요

라이투미님의 댓글

작성자 라이투미 (122.♡.208.242)
작성일 08.13 22:44
어린나이에 고생하셨네요. 개인적으로 우리나라의 병폐를 가중시키는 원인중 하나가 순수한 젊은 청년들의 군대 경험이 아닐까 합니다. 진짜 쓰레기 같은 정신 주입, 경험 많이 겪고 오죠.

Superstar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Superstar (202.♡.77.97)
작성일 08.13 23:11
고생 많으셨습니다. 참으면 윤일병, 못 참으면 임병장이라는 어떤분의 인터뷰가 생각나는데, 그래도 누명을 결국에는 벗고 끝나서 다행이네요.. 이거 내용을 유튜브 '오인용데빌'에 한번 보내보셔요. 더 많은 사람들이 공감과 위로를 보낼겁니다. 혹시 모르죠. 어딘가에서 보고 그때 그놈들 중 누군가는 뜨끔할 수도요.

훅간당님의 댓글

작성자 훅간당 (211.♡.133.140)
작성일 08.13 23:13
어이쿠... 어린 나이에 세상만사를 다 경험하셨군요.

인간들 참 잔인해요...

가입어렵나님의 댓글

작성자 가입어렵나 (76.♡.54.134)
작성일 08.13 23:16
고생 많으셨습니다. 부럽고 부끄럽고 그렇네요. 옳지 못한 일을 보고도 눈감고 돌아섰던 군대 시절 기억이 저는 아직 가끔씩 부끄러워집니다. 힘든 길이지만, 버티어 내신 경험은 자랑스러운
일이지요. 멋지게 잘 살아 내시기
바랍니다.

래비티님의 댓글

작성자 래비티 (220.♡.99.52)
작성일 08.13 23:18
모질고도 또 귀한 경험을 하셨네요. 토닥토닥.. 멋진 분!
아, 언젠가 아버님 해병대 일화 쓰셨던 거 기억합니다. 멋진 부자시네요 ^^

저도 올바르게 살아가려 나름 애쓰지만, 흔들릴 때가 많습니다.
화이팅! 좋은 일 많으시길 응원하겠습니다~

도담이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도담이 (116.♡.153.120)
작성일 08.13 23:25
지나간 일에 위로와 존경을 드립니다

재봉틀쟁이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재봉틀쟁이 (125.♡.32.58)
작성일 08.14 00:01
올바르게 사는 것이 참 힘들고, 어렵다는 것을 나이가 들어가면서 점점 더 많이 느끼게 되네요.
나만 바르게 행동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이 함께 행동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져야 하는데,
사회가 점점 바른 것을 이상하다고 말하는 것 같아, 참 답답하지만,
그래도 나부터 행동해야 언젠가는 바뀌는 것을 알기에 오늘도 어렵지만 묵묵히 실천하면 살아야죠~!!

o투덜이스머프o님의 댓글

작성자 o투덜이스머프o (220.♡.228.236)
작성일 08.14 00:02
이 사회가 아직 버티는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캔모아다모앙님의 댓글

작성자 캔모아다모앙 (118.♡.79.28)
작성일 08.14 00:43
존경드립니다.  글로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inner❤️peace님의 댓글

작성자 inner❤️peace (175.♡.148.5)
작성일 08.14 01:04

plaintext님의 댓글

작성자 plaintext (112.♡.131.209)
작성일 08.14 01:32
군대란곳이 참 희안한 공간입니다..
쓰신 글을 보니 저도 떠오르는 기억이 있네요
ㅎㅎ 올바르게 산다는 것.. 의리라는 것..
참 어렵지만 보람은 있습니다 ㅎ

황명필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황명필 (220.♡.166.112)
작성일 08.14 05:36
참 멋진 분이십니다!

메카니컬데미지님의 댓글

작성자 메카니컬데미지 (211.♡.138.253)
작성일 08.14 08:46
군 생활하면서 글 쓰신 분처럼 심각할 정도의 험한 일을 당하진 않았지만 인간의 본성에 대해 배운 곳이 군대였습니다.
사람 인상과 심성은 비례하지 않는다는 것, 내가 맞기 싫다고 남을 때리거나 한 두 달 먼저 온 게 벼슬이라 정말 재미로 사람 때리는 인간의 밑바닥을  20대 초반 군 시절 배웠고요. 
그렇다고 나쁜 것만 배운 것도 아니었네요.  막 부모님 품에서 벗어나서 할 줄 아는 게 없던 애가 그래도 알아서 하는 어른으로 막 태어나기도 했고요.

웃기게도 나라 지키러? 갔다가 인간의 사회를 배우고 왔더라고요.

알로에비어님의 댓글

작성자 알로에비어 (112.♡.217.143)
작성일 08.14 16:22
멋지십니다. 인생을 살아보니 한점 부끄럼없이 산다는것이 얼마나 어려운것인지 알겠더라구요.
그래서 더 대단하게 보이네요. 그 용기에 박수와 존경을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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