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동북 대지진때 도쿄에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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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니케니케 222.♡.5.59
작성일 2024.08.14 2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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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시 전 대학원생 이였고, 도쿄 돔 근처에 살았습니다. 

- 그날은 연구실에 가지 않고 낮에 집에서 티비를 보고 있었는데 갑자기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 당시 일본에 산지 3년이 넘어, 지진이야 너무 익숙해서 그러려니 했는데 심상치 않았습니다. 강도와 길이가..평소보다 상당했죠..

- 전 그래도 여유롭게 일어나 산지 얼마 안된 티비가 넘어지지 않게 손으로 잡으며 지진이 끝나길 기다렸는데 갑자기 강도가 그간 경험해본적이 없는 수준으로 엄청나게 강해졌습니다. 

- 부엌 찬장의 모든 그릇들이 다 바닥으로 떨어져 박살이 났고... 창밖을 보니 전봇대가 말도 안되는 각도로 왔다 갔다 했습니다.

- 잠시후 지진이 멈췄고 밖에 내려와 보니, 사람들이 다들 나와 도로 중앙선에 불안한 표정으로 모여 있었습니다.

- 여진이 잠잠해 진 후 방에 돌아와서 와이프에게 전화를 걸었는데 전화가 먹통이였죠. 하지만 다행히 인터넷은 되어서 카톡으로 와이프에게 연락이 되어 일단 안심이 되었습니다.

- 티비로 재난관련 방송을 보는데, 바닷가를 헬기로 공중에서 비추고 있었습니다... 왜 바닷가를 보여주나 했더니..쓰나미가 밀려 오고 있었습니다. 

- 논 한가운데 길을 경차가 달려가고 바로 뒤따라 쓰나미가 밀려 오는 장면을 보여주던 것이 기억에 인상 깊게 남아 있습니다. 

- 와이프가 무사히 귀가 해서, 집 앞 편의점에 가보니, 편의점 안의 음식들이 하나도 남아 있지 않고 선반이 모두 텅 비어 있어 놀랐네요..

- 저녁이 되어 집 앞, 도쿄돔 쪽으로 나가 봤는데, 깜짝 놀랄 만큼의 많은 사람들이 걸어서 집에 가고 있었습니다. 전철 운행이 정지 되어서, 집까지 밤새 걸어가는 사람들이 였죠. 

여기 까지가 지진 당일의 기억이네요... 

쓰나미로 몇만명이나 죽고, 원전 사고까지...말도 안되는 참사가 일어 났지만, 생각보다 일본 분위기는 마치

짙은 안개가 깔린 새벽 처럼 차분하고 조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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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4 / 1 페이지

phillip님의 댓글

작성자 phillip (121.♡.88.4)
작성일 08.14 23:01
무섭네요

따끈따끈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따끈따끈 (220.♡.238.46)
작성일 08.14 23:02
https://www.clien.net/service/board/park/1531787
전 출장으로 3/10 도쿄에 도착해서 3/11 행사 참여중에 흔들리더군요.
지하철이 모두 끊기는 바람에 약 5여시간을 걸어서 행사장에서 숙소로 돌아왔고,
3/12 비행기로 무사히 귀국했습니다.
(3/11 당일 비행기는 전부 취소되어 3/12 공항에는 노숙하시는 분들로 넘쳐났었...)

당시 많은걸 보고 느꼈습니다.

부산혁신당님의 댓글

작성자 부산혁신당 (172.♡.95.3)
작성일 08.14 23:13
경주/포항 지진은 동일본 대지진의 1/31622 강도였을텐데, 그것만 몸소 체험해봤어도 일본이 지진에 휩쓸려가라고 저주하진 못하게 됩니다..

RanomA님의 댓글

작성자 RanomA (125.♡.92.52)
작성일 08.14 23:16
저의 제수씨가 10년 가까이 일본에서 살다 저 지진 이후 정리하고 한국에 들어왔다고 하더군요. 예전 엠팍이 멀쩡하던시절에 알게 된 후배는, 도쿄에서 집까지 걸어오는데 걸어가는 사람들 모두 넋이 나간 듯한 모습이었다고 하더군요.

GreenDay님의 댓글

작성자 GreenDay (220.♡.195.146)
작성일 08.14 23:30
어릴때 친구가 일본에서 결혼해서 쭉 살고 있는데요.

도쿄 대지진때 뉴스 보고 걱정이 되어 전화를 하니 통화는 먹통이였고요.
페이스북 메시지를 남겨놨는데 다음날에 답이 오더라구요.

그 친구도 그날 전화도 먹통이고 교통은 다 끊어져서 걸어서 집까지 가는데 밤 늦게 출발해서 새벽에 집에 도착했다고 하더군요.

얼남인즐님의 댓글

작성자 얼남인즐 (211.♡.131.158)
작성일 08.14 23:30
겪어 보지 못한 사람들이 재미로 할 얘기는 아니죠.

blowtorch님의 댓글

작성자 blowtorch (59.♡.125.59)
작성일 08.14 23:42
원전사태...日 생활 7년차 독일 주부 여기자가 말하는 "일본인들" (2011-03-29)
https://www.clien.net/service/board/park/1569479?c=true#10774425

예전 슈피겔 기사 글에 니케님이 댓글 달아주신 거 아직도 기억합니다.
벌써 13년 전의 일이네요.

니케님도 현장 목격자셨군요.

니케니케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니케니케 (222.♡.5.59)
작성일 08.14 23:54
@blowtorch님에게 답글 아 그때 글을 올려 주셨던 분이시군요. 출처 링크 감사합니다.
티비로 후쿠시마 원전에서 버섯 구름 모양의 폭발이 나는걸 라이브로 본 기억이 나네요..
지진 만큼 큰 충격이였죠. 13년 이라니..시간 참 빠르네요.

kita님의 댓글

작성자 kita (119.♡.237.81)
작성일 08.15 00:11
트윗 유언비어를 재밌답시고 여기저기 퍼 나르면서 지진 나라고 고사 지내는 양반들 참 한심하더군요.

12345님의 댓글

작성자 12345 (107.♡.171.96)
작성일 08.15 02:36
같은 날 저는 전철역에서 밤을 지새우고 있었고, 새벽에 아내가 차로 데리러와서 그차를 밤새 몰아 돌아 갔지요. 아내도 밤새 정채를 뚫고 데리러 온 것이었죠. 일본에서 생긴 지진 공포증이 이때 사건으로 최대가 되었구요. 아직도 옆에 트럭만 지나가도 깜짝 놀랍니다. 저는 도쿄 남쪽이여서 더 적은 진동이었겠지만, 세번째 진동에서 죽음을 각오했었지요. 이게 제가 일본을 떠나기로 결정한 큰 이유입니다.

선율님의 댓글

작성자 선율 (217.♡.134.31)
작성일 08.15 02:59
동일본 지진 때 도쿄에 있었습니다. 학생이었고 회사에 알바하러 가던 중 열차 안에서 엄청 다급한 방송을 들은 후 앉아서 굉장히 크게 흔들리는 경험을 했습니다. 굉음도 들렸고요. 개인차가 있겠지만 도쿄에서는 그렇게 큰 흔들림은 아니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전 지진에 대한 공포심이 많이 없는 편입니다. 도리어 내가 사는 보금자리의 실체를 느끼는 것으로 생각하기까지 하는 사람입니다.)
아무튼 다행이었던 것이 제가 내릴 역에서 3.11 지진이 발생했고 무사히 회사에 도착하게 됩니다. 그땐 지진이 나면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몰랐던 터라 그대로 내려서 회사에 갔고 거기서 하루 고립됩니다.
그 후가 문제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여진이요. 아마 시뮬레이션을 통해 보신 분도 계실 텐데 큰 게 한 방 터진 후에 도쿄 근방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여진이 빈번해집니다. 이게 정말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정도로 사람을 미치게 합니다. 그래서 전 지진 체험은 한 번 정도 괜찮다고 생각하지만 여진 체험은 만류합니다.
회사에서 있는 동안 계속 흔들렸습니다. 몇 번 흔들거리는 것과 차원이 다른 체험이라고 확신하는데 그냥 세상이 떨림의 연속입니다. 온세상이 계속 진동하고 흔들립니다. 회사에서 잠들었는데 계속 흔들리는 게 느껴질 정도입니다. 이건 정말 추천하고 싶지 않아요.
다음 날 잠잠해진 건지 열차도 다니기 시작해서 요코하마에 있는 집으로 돌아왔는데 집은 멀쩡했습니다. 수도권에서 물건이 떨어진 건 흔하지 않았던 걸로 기억해요. 진도 4정도로 기억하거든요. 회사도 멀쩡했고요. 그 후 후쿠시마 원전 때문에 난리가 났죠. 그래서 한 달 정도 한국 집으로 피난을 갔는데 그때도 계속해서 세상이 떨리고 진동 오고 그랬습니다. 이게 정말 무서운 거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죠.
그냥.. 저도 그때 기억이 나서 끄적이고 갑니다. 하지만 동일본 지진에 대한 수도권 분위기는 그렇게 나쁘지 않았던 걸로 기억합니다. 학생이어서 그런지도 모르겠지만 걸어서 집으로 돌아갔다거나 회사로 복귀한 분들도 많았지만 서로 돕고 돕는 느낌이었고, 전 그때 도리어 위험에 대해 함께 헤쳐나가고자 하는 사회 구성원을 몸으로 느꼈을 정도였으니까요. 항상 밝기만 했던 시부야에 어둠이 깔렸을 때 사람 목소리가 더욱 선명하게 들린다거나 위험을 감지하고 황급하게 알리는 사람들이 보이더라고요. 아마 그렇게 서로 안위 묻고 돕고 도우며 다들 살아나가는 것이라는 걸 학생 때 느낀 것 같습니다. 어떤 위협이 온다고 해도 인간은 그렇게 함께 살아나갈 것이라고, 지금도 그렇게 믿어요.

DoggyHouse님의 댓글

작성자 DoggyHouse (211.♡.115.241)
작성일 08.15 04:49
헐?! 저는 2014년부터 학교와 직장 딱 중간지점이라 도쿄돔 앞에 살면서 여동생이 먼저 대학원을 다니고 제가 2016년부터 대학원에 입학해 같이 다녔었습니다. 학교에서 뵈었을 수도 있겠네요.

고결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고결 (182.♡.218.38)
작성일 08.15 09:38
지진에 대한 공포 때문에 왜 것들은. 대륙에 대한 끝없는 욕망을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북극올빼미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북극올빼미 (211.♡.207.177)
작성일 08.15 12:01
당시 일본에서 직접 지진을 격으신 분들이 많으시군요.  저는 도쿄 시나가와역 근처에 있는 빌딩 23층에서 아주 특별한? 경험을 했습니다. 창문 밖으로는 오다이바 유류저장소가 불타 오르고 있고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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