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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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24.08.22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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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글 쓰려고 예전 기억 하나 소환해봅니다.
대학교에 입학했을 무렵, 학내에서는 종종 시위가 있었습니다. 시위라기 보다는 데모라고 해야 당시 느낌이 나네요. 이런 데모가 마지막 수단이자 가장 절실한 방법 중 하나라는 것을 어렴풋이 인정은 했지만, 나의 삶과는 약간의 거리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첫 수업 시간이 같은 동기들과는 매번 버스 정류장에서 만나서 같이 걸어갔죠. 시덥지 않은 농담을 나누며 학교로 향하던 그날, 학교 정문 앞이 굉장히 붐비고 있었습니다.
경찰 기동대가 시위 진압 복장을 하고 학생들의 신분증을 검사하고 있었죠. 최루탄의 시기가 지난지가 언제인데 아직 이러고 있냐며, 동기들과의 농담은 어느새 욕으로 바뀌었습니다. 무슨 권리로 신분증 검사를 하나며 우리는 당당하게 학교로 들어가자고 열변을 토했습니다. 어느새 교문에 도착했고, 경찰은 우리 일행의 앞을 가로막았습니다.
눈이 커지고 심장이 요동쳤죠. 그 순간 침을 꿀꺽 삼키며 눈을 질끈 감았다가 떴습니다. 아, 늦었네요. 학생증 3장이 이미 경찰 앞을 향해 있을줄이야. 누가 더 빨랐을까요.
첫 수업이 시작될 때까지 우리의 서먹함은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시간으로 돌아가 있었습니다.
한참을 지나서 알게된건 당시 인근 학교 학생들간 모임을 간첩혐의로 몰아가서 항의 시위를 벌였고 시위대가 모이지도 나오지도 못하게 학교를 봉쇄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말라깽이 어린 시절 기억은 씁쓸했으나 나잇살 꽉 차있는 아저씨는 이제 호락호락 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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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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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약벌컥벌컥님의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