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2024.08.24) 촛불집회를 다녀온 후 드는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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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나가진 못했지만 올해는 간간히 집회를 나갔습니다.
갈 때마다 속으론 여러 생각이 들었습니다. 예를 들자면...
'용산돼지에 분노하는 MZ들은 왜 집회를 안 나오는 걸까..?'
'2005년, 2016년 분위기 정도는 되어야 중도층도 축제처럼 집회를 즐기러 나오게 될까..?'
'503 탄핵 당시보다도 더욱 암울한 시대인데 모두들 그냥 참는 걸까..?'
물론 보수화된 언론이 진짜 현실을 가린다는 점이 가장 문제라고 봅니다. 다만 국가 집권층이 부당한 행위를 하면 거리에서 시위를 하던 에너지랄까요, 그런 거리 집회를 넓히는 동력이 이젠 이 사회에서 차차 사그러가는 느낌도 듭니다.
대체로 집회 나오는 분들은 육안으로 가늠해볼 때 보통 40대 이상입니다. 저도 이 연령대이구요. 제가 대학생 시절 연세대 한총련 사태가 크게 터진 후 대학 집회는 거의 사라졌습니다. 90년대 초반 학번까지도 민주화 투쟁에 앞장섰던 80년대 선배들을 보며 배우는 게 있었습니다. 하지만 IMF가 터지고 이 즈음부터 대학 총학생회는 정치 이슈보다는 대학생 복지 개선을 내세우게 됩니다.
지금 대학생들은, 일반화해서 평하기는 그렇지만 소위 SKY대 학생들은 상당히 우경화되었다고 봅니다. 요즘 상위권 대학 입학생들은 풍족한 사교육을 지원받아 보다 나은 신분 상승을 노리며 진로를 모색합니다. 이들이 이기적이라고 볼 수도 없습니다. 그만큼 과거보다 취업이 어렵고 부모보다 가난한 시대를 살고 있으니까요.
평소 프리랜서로 대학 장면에서 일주일에 며칠은 일하다보니 20대 친구들을 자주 만납니다. 이들을 보면 희망을 잃은 세대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우수한 성취를 보이는 소수는 제외하구요. 자기 앞가림 잘 하는 몇몇이 아닌 대다수 젊은이들의 세태를 말씀드리는 겁니다.
올해 몇 달 전, <시한부(백은별 장편소설)>라는 책이 장기간 청소년 베스트셀러였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주요 서점에서 재고가 동이 날 정도였습니다. 이 책은 ‘와디즈’ 클라우드 펀딩으로 자그만치 모금액의 2321%를 달성하고 출간되었습니다. 너무 이른 나이부터 살기가 힘들다고 느끼는 게 지금 대한민국 학생들의 정서라는 생각도 듭니다. 소위 플랙스 소비, 학생들의 마약 사용률 증가, 청소년들의 도박 중독 증가 같은 현상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런 정서를 저는 '무라카미 하루키'가 쓴 소설을 읽을 때도 언뜻 느낍니다. 그는 일본의 '전공투'(운동권) 세대입니다. 아시다시피 일본 사회는 이런 저항 운동이 쪼그라들고 운동권 세대는 늙어버렸습니다. 그후 일본은 지금처럼 우경화 되었습니다. 정치에 무관심한 국민들이 대다수를 차지하는 사회가 되어 버렸죠.
전 무라카미 하루키 책에서 사색에 몰두하고 방황을 거듭하는 인물들을 보자면 당대 일본 젊은이들이 느꼈을 법한 상실 & 허무감을 짐작해보곤 합니다. 그리고 지금 대한민국에서도 희망을 잃은 젊은이들이 마치 하루키 소설 등장인물처럼 내적으로 공허하지 않을까..상상도 해 봅니다.
경찰 인력으로 촘촘히 둘러싸인 인해 장벽에 둘러싸인 현 촛불집회 참가자들은 이 땅에서 부당한 권력에 맞서 거리로 나가 저항하는 습관이 몸에 베인 마지막 세대일 지도 모릅니다.
일본처럼 되지 않으려면, 특히 의사소통을 오프라인보다 온라인으로 하는 게 더 편한 젊은 세대를 독려하려면, 소위 똑똑한 젊은이들이 모인 대학에서도 데모 전통이 끊긴 걸 복원하려면, 저항하는 법을 못 배운 세대에게 보여주려면, 늙은 관절이나마 추스리고 거리에 나가야 한다는 생각을 요즘 더욱 자주 합니다.
거리집회는 해보기 전엔 무섭기도 하고, 주저하게 됩니다. 특히 경찰이 둘러싼 장은 더욱 그렇죠. 집회에 나오려면 누가 직접 끌어주어야 체험해볼 수 있고, 그렇게 서서히 전파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화염병 냄새를 슬쩍이라도 맡아본 세대들이 이젠 밥벌이하느라 시간도 없고, 가족 뿐만 아니라 부모 부양까지 하느라 더더욱 힘들고 무릎 관절도 안 좋아지니..안타까운 마음입니다.
정권이 바뀐 후 촛불집회 현장을 지켜보자면 2005년, 2016년을 기대하는 나 자신이 배가 불렀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 때는 비현실적이라고 이젠 느낄 정도로 이상적인 환경이었습니다. 지금은 그 때를 기대하면 안된다고, 우리는 저 쪽에서 싫어하는 세력일 뿐이라고, 그러니 더 가열차게 싸워야 한다고, 원래 집회란 이런 거친 환경에서 하는 거라고 마음을 다잡아 봅니다.
특히 마음을 더 다잡아 봅니다. 젊은이들에게 시민이 부당한 권력에 저항하는 에너지를 넘겨주려면 기성 세대가 몸소 먼저 시범을 보여줘야 한다고요.
주저리 주저리 끄적이다 보니 뻘글이 길어졌습니다. 제 부족한 생활 경험에 빗대어 이런저런 잡썰을 쓴 거니 여러 다른 의견들 또한 환영합니다.
IdiotKick님의 댓글의 댓글
다만 그때와 지금은 사회 분위기 자체가 다르죠. 세상이 너무 많이 바뀌었어요…
멸굥의횃불님의 댓글
은비령님의 댓글
2008년, 2016~17년의 촛불집회와 2019년 조국수호 집회까지 열심히 나갔습니다만 용산 돼지가 당선된 이후엔 제 안의 희망의 끈 하나가 툭하고 끊어진 느낌이었습니다.
그마나 지난 총선이 희망적이고, 앞으로 이재명 대표님과 조국 대표님으로 이어지는 정권 재창출도 가능할수 있을것 같다는 희망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언론지형과 검찰 사법의 악의 카르텔을 깨트리는건 불가능에 가까워 보이거든요.
앞으로도 민주당이나 민주당 계열에 쭉 투표는 하겠지만 시위에 적극적으로 참여 하는건 안할 듯 합니다.
탄핵? 지난번 탄핵은 정말이지 우주의 기운을 끌어모아 로또보다 더한 천운으로 가능했던거죠.
아마 저랑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도 많아서 시위의 규모가 더 커지지 않는 것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세상엔 여러 층위의 사람이 있죠. 적극적인 지지층도 있고 아닌 사람도 있죠.
그냥 각자도생의 시대가 본격화 됐다고 생각합니다.
다 같이 잘 사는 세상을 꿈꿨는데, 안타깝게도 우리나라는 이미 임계점을 지난것 같습니다.
그 결과로 나타나는게 지금의 말도 안되는 수도권 부동산 폭등과 지방 소멸, 저출산과 용산 돼지의 당선인거죠.
멸굥의횃불님의 댓글
네스트님의 댓글
언론 스스로가 우경화 및 권력에 종속된 상태가 되었기에 시위의 목적인 확산되는 기능이 많이 약해진걸 국민들이 알게 되어서 그런것도 있지 않을까 합니다
극우보수들이 정권에서 나설 정도로 온라인 알바에 더 적극적인걸 보면
저항에 대한 방법도 다채롭고 넓게 보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요
SOForce님의 댓글
이 사실을 국민들이 눈치챘고 이걸 아주 효율적으로 이용하는 세력들이 굥정권이니
촛불드는 평화로운 시위라는게 그들에게는 아무것도 아니라는(무섭지 않다는)게 인식되어 버렸고...
훗날 내전이 발생할 각오를 하고 아주 매운맛(시스템으로 조지는)을 한번쯤은 보여줘야 평화로운 시위에도 살살 눈치보며 정치적 행위를 하겠지요.
멸굥의횃불님의 댓글의 댓글
SOForce님의 댓글의 댓글
nice05님의 댓글
그저 나가면 뭔가 재미있거나 하지 않으면 나오지 않을 거예요.
아니할 말로 굥사마가 독도를 이십억에 팔았다고 영업실적으로 발표해도, 거리로 나오진 않을 걸요. 취업 생각도 없어 취준 중도 아니라 시간이 남아돈다 하더라도 말이죠.
그게 바로 이 나라를 되살리기엔 너무 늦었단 증거죠.
다시 민주공화국으로 만들기 쉽지 않을 겁니다.
우리라도 국민모임 있을 때 마다 필참해야 됩니다. 자력구제 외 국민 중 다른 이의 조력은 없다고 생각해야 돼요.
사과한입님의 댓글
아직 정치적 분노를 담아낼 큰 그릇이 만들어지지 않있을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폴셔님의 댓글
저도 이제 지쳐 갑니다
전교조 부터 학생운동, 노동운동, 정당 활동 다 했지만
요즘은 아무것도 하기 싫습니다...
좀 쉬고 싶습니다...
솔직한 제 요즘 심정 입니다
ARobin님의 댓글
IdiotKick님의 댓글
그저 지금은 영화 <1987>에 나온 대사 “그런다고 세상이 바뀌어요?”를 떠올리며 저 조차도 반신반의하며 꾸역꾸역 나가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혁명을 이룬 프랑스를 부러워하는 편입니다. 그 에너지가 세계를 뒤흔들 정도로, 통치자를 단두대에 세울 정도로 강력했기에 그 기운이 몇 백년이 지난 지금도 그들 후손들에게 전해져서 여전히 시위 문화가 활발한 거라 생각합니다.
이젠 온라인 기반 사회가 되어버려서 오프라인 집회가 효율적인 세상은 저물어간다는 느낌도 듭니다.
온라인 상에서도 적극적인 활동이 필요하지만 결국 계엄령도, 독도 침탈도, 그 밖의 재앙들도 오프라인에서 당면해야 한다는 절박함 때문에 집회를 아직 포기 안하는 이유도 있습니다.
제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도 발견해가며 댓글 주신 여러 의견들을 잘 읽었습니다.
꿈꾸는식물님의 댓글
한 마디 거들자면,
저두 항상 멀리 볼 것두 없이 저와 제 아이들을 보며
생각하던 내용이어서 더 와 닿습니다.
저두 박근혜 당시 지역 소도시에서 혼자서 촛불에
앞뒷판 걸고 일주일 정도 두시간씩 탄핵 시위도 했었고
다 큰 아이들 데리고 온가족 윤퇘지 탄핵 집회도 상경 참여 했었습니다.
다음 세대에게 행동으로 가르쳐 줄 요량이었습니다.
그러나 이제 보니,
젊은 층들의 시대적 현상은 현 기성세대의 관여로
움직여질 문제 아니라고 저는 생각됩니다.
이건 뭐 언급하기 뭐해서..
정치적 문제도 이미 검새들에게 목줄 안잡힌 권력노예가
어디 있겠습니까.
기레기들,,
고위 공무원들,,
자본들,,
재판부,,
박근혜 때와는 전혀 다른 환경이니
누구 하나 도와줄 놈들이 없는 실정이네요..
이럴수록 더 분연해야 하는데
참 힘든 시대를 만났습니다..
마이클잭슨님의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