녀름의 달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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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lache 218.♡.103.95
작성일 2024.08.27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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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늘하고 달밝은 녀름밤이어

구름조차 희미한 녀름밤이어

그지업시 거룩한 하늘로서는

젊음의 붉은이슬 저저나려나.


행복의 맘이 도는 높픈 가지의

아슬아슬 그늘 닙새를

배불너 긔여도는 어린버레도

아아 모든 물결은 복 바다서라.


버더버더 오르는 가싀덩굴도

희미하게 흐르는 푸른말빗치

기름가튼 연기에 멕감을 너라.

아아 너무 죠아서 잠못드러라.


우굿한 풀대들은 춤을 추면서

갈닙들은 그윽한 노래 부를 ᄯᅢ.

오오 내려흔드는 달빗 가운데

나타나는 영원을 말로 색여라.


자라는 물베이삭 벌에서 불고

마을로 은(銀)슷드시 오는 바람은

눅잣추는 향기를 두고 가는데

인가들은 잠드러 고요하여라.


하로 종일 일하신 아기 아바지

농부들도 편안히 잠드러서라.

녕시슭의 어둑한 그늘 속에선

쇠싀랑과 회믜ᄲᅮᆫ 빚치픠여라.


이윽고 식래리의 우는 소래는

밤이 드러가면서 더욱 자즐 ᄯᅢ

나락밧 가운데의 움물ᄭᅡ에는

농녀(農女)의 그림지가 아직 잇서라.


달빗츤 그무리며 넓은 우주에

일허젓 다나오는 푸른별이요

식새리의 울음의 넘는 곡조요.

아아 깁븜 가득한 녀름밤이어.


삼간집에 불붓는 젊은 목슴의

정열에 목매치는 우리 청춘은

서느럽은 녀름밤 닙새 아래의

희미한 달빗속에 나붓기어라.


한ᄯᅢ 자랑만흔 우리들이어

농촌에서 지나는 녀름보다도

녀름의 달밤보다 더 죠흔 것이

인간에 이 세상에 다시 잇스랴.


죠고만 괴롭음도 내여바리고

고요한 가운데서 귀기우리며

흰달의 금물결에 노를 저어라

푸른밤의 하눌로 목을 노하라.


아아 찬양하여라 죠흔 한ᄯᅢ를

흘러가는 목숨을 만흔 행복을.

녀름의 어스러 한달밤 속에서

ᄭᅮᆷ갓튼 즐겁음의 눈물 흘너라.


- 김소월, <진달내ᄭᅩᆺ>


김소월의 초기시집을 보는데 너무 아름답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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