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저녁때 누군가가 다치면 - 제가 경험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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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젤라스틴 62.♡.72.90
작성일 2024.09.05 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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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저녁때 누군가가 다치면 이런일이 생깁니다.

제가 얼마전에 실제로 겪은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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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회사 동료들과 회식으로 저녁 7시30분쯤에 식사를 시작했습니다.

술이 거나하게 한바퀴 돌았고, 1시간 정도 지났을 때 갑자기 화장실에 다녀온다던 일행 1명이 정신을 잃고 쓰러지면서 문지방에 머리를 부딪혀 ㄱ 자로 앞 이마가 찢어지는 사고가 났습니다.

그 즉시 119에 신고를 했고, 약 10여분쯤 지나서 앰뷸런스가 도착 했습니다. (회식 장소가 복잡한 강남 지역의 안 쪽이라... 찾기가 힘드셨던 것 같습니다) 다치신 동료분은 머리가 찢어져서 피가 흐르는거 말고는 큰 외상은 없어 보였으나 머리를 다치신지라 혹시라도 모를 사태를 대비해 소방서 앰뷸런스에 태워서 병원으로 이송하게 하고, 제가 따라갔습니다.


이 때 부터 대환장의 블루스가 시작됩니다...


저희가 회식을 하다가 다친곳이 역삼역 사거리 안쪽에 빼곡하게 있는 많은 술집 중 하나 였는데, 사고 장소에서 동료와 저를 태우고 출발하자마자 테헤란로 큰 길거리에 차를 세우더니 그때부터 구급대원분들이 전화를 여기저기에 하시기 시작합니다. 전화 거시는 곳은 전부 다 근처에서 응급실을 운용하는 병원이고, 다치신 제 동료분의 상태를 계속 말씀하시면서 받아줄 수 있냐고 연락을 하시기 시작하더군요.


전부 다 안된답니다... 이때가 얼추 9시쯤... 구급대원분이 전화를 한 30~50통은 한것 같아요. 테헤란로에서 하염없이 기다리길 1시간 정도... 구급대원분이 전화로 의사분에게 연락을 하는거 같더군요 '의료 지도?' 라고 들은것 같습니다. 전화로 구급대원분이 설명을 하면, 의사분이 대략적으로 처방이나 어떻게 하고 있어라... 정도를 전화로 지도 하시는 것 같더군요.


그리고 한 10~20분 정도 있으니 구급대원분이 '저희가 전화를 하다가 하다가 안되어서 중앙 통제실(?)에 연락을 했다. 이제 거기서 병원을 수배해서 알아봐 줄것이다' 라고 하시길래 '아 그럼 곧 병원으로 갈 수 있겠구나' 싶었습니다. 다치신 사우분은 위중한 상태는 아니었던지라, 앰뷸런스에서 잠이 드셨습니다. 이때가 아마 다치신 이후 약 2시간 정도 지났던 것 같네요.


그러다가 약 11시쯤... (시간은 정확하지 않습니다) 드디어 중앙 지령실(?)에서 연락을 받았다며, 가는 병원은 은평구에 있는 '청구 성심 병원'.


강남에서 1시간 정도는 가야 하는 병원 이었습니다.


밤 11시 무렵이라 다행히 사람은 없어서 1시간만에 '청구 성심 병원'에 도착해서 기다렸다가 응급실에서 진료 받고, 나오니 얼추 새벽 1시를 향해 가더군요...


다친지 4시간쯤 지나서야 겨우 병원에서 의사에게 진료를 받을 수 있었는데 그것도 다행이라고 하시더군요.


구급대원분 말씀으로는... 저녁에 출근해서 저희가 두번째 출동인데, 첫번째 출동도 거의 4시간만에 병원에 인계하셨고, 저희도 거의 4시간만이라고... 제 동료분은 상태가 위급하지 않아서 다행이었지만, 만약 촌각을 다투는 일이었다면 진짜로 길 위에서 어떻게 됐을지 모르는 일 입니다.


구급대원 분의 말씀이 인상 깊었습니다.


"병원이 여기저기 깔린 서울에서도 이 지경이면, 지방은 알만하지 않냐" 며... 의료대란 전에는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라고 하시더라구요.


정말로 말로만 들었던 응급 의료대란의 현실을 몸으로 체감한 하루 였습니다...


요즘 '응급'으로 다치시면...... 큰일 납니다. 다들 몸 조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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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4 / 1 페이지

낭만달팽이님의 댓글

작성자 낭만달팽이 (211.♡.139.56)
작성일 09.05 02:55
정말 몸 조심 해야 겠네요

오일팡행주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오일팡행주 (211.♡.84.209)
작성일 09.05 04:32
1950년대가 이랬을까요...

트라팔가야님의 댓글

작성자 트라팔가야 (58.♡.217.6)
작성일 09.05 05:13
<양화대교> 차트 역주행 하겠네요!!

아프지 말고.
아프지 말고.

포크리스님의 댓글

작성자 포크리스 (125.♡.70.134)
작성일 09.05 05:46
ㅠㅠ두렵네요. 연로한 양가 어르신도 계신데 이런일이  맘대로 조절할 수 있는일이 아니니까요.

크라카토아님의 댓글

작성자 크라카토아 (118.♡.7.171)
작성일 09.05 06:36
저녁에는 건강한 사람들도 밖으로 다니면 안되겠네요..

반건조우주오징어님의 댓글

작성자 반건조우주오징어 (4.♡.231.227)
작성일 09.05 06:36
약간 다른 이야기이긴 한데 그리고 현시점에서 더더욱 판타지 같은 이야기일지 모르겠으나...
환자가 들어오고 나서야 구급대원분이 전화로 일일이 응급실을 확인해야하는 게
좀 21세기 한국답지 않아보입니다.
응급실별 현황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가시나무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가시나무 (221.♡.251.37)
작성일 09.05 06:44
@반건조우주오징어님에게 답글 아마 그런 게 생기면 모두 빨간불 들어올 것 같습니다

자리 나서 오라고 하는 곳도 원칙적으로 안 되는데 의료대란이라 쥐어 짜서 비집고 들어가는 것 정도로 보여집니다.

대로대로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대로대로 (222.♡.13.28)
작성일 09.05 07:04
내전 중인 나라에서도 이 정도는 아닐 것 같습니다.
아니 실제로 내전 중인지도 모르겠습니다. ㅠㅠ

미피키티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미피키티 (122.♡.20.162)
작성일 09.05 07:32
우리나라 병원을 선제타격한 그분 덕분(?)이죠.
2찍들은 오늘도 행복하겠습니다. 그토록 바라든 세상이 왔으니...

섬지기님의 댓글

작성자 섬지기 (218.♡.152.62)
작성일 09.05 07:32
서울 강남에서 4시간을 기다려야 응급진료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 현실이군요.ㄷㄷ
그마저 운이 좋아야...

Alex9006님의 댓글

작성자 Alex9006 (211.♡.77.53)
작성일 09.05 07:36
군의관 말고 윤두창 주치의도 일반병원으로 착출해야 할 것 같습니다.
줄리 주치의는 성형 전문이라 필요 없겠죠?

DRTANZANIA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no_profile DRTANZANIA (210.♡.251.22)
작성일 09.05 08:03
@Alex9006님에게 답글 얼굴 상처 봉합하려면 성형외과쌤 필요하죠.

987654321님의 댓글

작성자 987654321 (222.♡.28.97)
작성일 09.05 08:44
아~ 정말 소름끼치는 요즘의 현실이군요..

월광소나타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월광소나타 (223.♡.90.241)
작성일 09.05 12:29
은평구 소재의 병원 저도 새벽에 가끔 이용하던 병원인데 소아과 말고는 잘 받아주는 병원입니다.
참고들 허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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