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찢어져서 동네 병원 들려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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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년전이었던가.. 코로나 이전으로 기억합니다.
룰루랄라 화장실 청소를 하다가. 어라? 세면기뒤쪽에 겉 쇠 코팅이 깨진 부분이 있었나보더군요.
갑자기 손이 따뜻해지더니.. 그 부분에 고무장갑이랑 손이 같이 찢겨서 피가 철철 나고있었습니다.
나름 군생활할때 의무병생활을 했었어서 이건 지혈감이 아니라... 찢어진거다!! 생각이 들더군요.
그리고 하필이면 오염물질이 꽤나있는 화장실에서 락스떡칠을 하다가 손이 찢어진거고 게다가 쇠붙이에 긁힌거니..
머리속이 복잡해지더군요.. 어쩌나..
철철 흐르는 피를 집에있는 거즈 같은걸 총 동원해서 심장위쪽으로 올려서 잡고나서 머리를 굴려봅니다.
어느병원으로 가야할까..
응급실로 가야하나.. 근데 그러기엔 상처부위가 한 1cm 미만으로 크지도 않고, 겨우 이걸로 응급실을 가긴 오바같은데..
한 5바늘만 꿰메면 될것 같은데..
이럴때 응급실이 아니면 어디로 가야하지.. 생각이 복잡해집니다.
일단, 피부가 찢어진거니.. 피부과겠지? 생각해봅니다.
생각을 더듬어보니 어릴때 놀다가 이마가 찢어지거나 다치면 동네 피부과로 갔던 것 같습니다.
때마침 동네에 역 근처에 피부과가 한 10개는 되는 것 같았습니다.
지혈을 하느라 전화하기가 쉽지 않아서 찢어진 손까락을 공중에 잡고 가까운 피부과로 뛰어갑니다.
" 저희는 상처 치료는 안해요~~"
" 저희는 그런거 안봐요."
피부과가 제가 알던 피부과가 아니었나봅니다..
두번째 들렸던 피부과에서는 제손을 보곤 몹쓸걸봤다는 듯이 손을 휘저으면서 어서 나가라고합니다.
머리는 띵해지고 슬슬 걱정이 되기 시작해서, 두번째 들렸던 피부과 바로 옆에 제가 자주 가던 정형외과가 있어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들려봅니다.
' 혹시.. 여기 상처 치료도 하시나요? '
간호사님이 피가 흥건히 젖은 저의 손과 거즈를 보더니 괜찮으시냐고 외치면서
진료실에 있던 원장님을 불러옵니다.
항상 인자한 미소를 짓던 원장님이 흠칫 놀라더니, 처치실로 어서 들어가자고 하더니 상처를 봐주시겠다고 합니다.
그리고는 다행히 상처가 깊진 않아서 꿰멜필요는 없다고 하면서 처음보는 드레싱 장비로 상처를 밀봉(?) 해주시더군요.
요즘은 과거와 다르게 치료 도구들이 좋아져서 간단한 상처는 안꿰메고 붙이는 것들이 많이생겼다고..
그래서 어찌 어찌 안도하면서, 궁금해서 물어봤습니다.
옆에 피부과는 상처 치료는 못해준다고해서 혹시나 해서 들어와봤는데 정형외과에서도 이런 상처치료를 해주시냐고..
그러니까 저를 똑바로 쳐다보시더니
' 의사인데, 환자의 기본적인 상처는 당연히 치료해야지요.'
만약 자기 분야가 아니더라도 응급처치는 해주고 응급실이나 제대로된 과로 안내 해야하는거라고.
너무 당연한 이야기를 왜 묻냐고 저에게 반문 하시더라고요.
그때 이후로, 세월이 지나서.. 최근에 작금의 사태를 보고 있노라면..
뭔가 참 여러모로 이상한 것 같습니다.
물론 그 병원은 지금도 평이 좋으며, 자신만의 의술을 실천하고 잘 살고 있으신것 같습니다.
제가 아파서 가본적은 없지만, 아들이 발이 아프다고해서 들려보니 친절하게 잘 봐주시더군요.
( 알고보니 유치원 가기 싫어서 아들이 꾀부림, 병원가서 딱걸림 )
모든 의사분들이 다 이와같으면 좋겠지만..
잘 모르겠네요.
요즘은 어디 하나 다치거나 아프면 안되겠구나.. 라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순순님의 댓글의 댓글
일반 미용목적으로 운영되는 피부과들은 전공과는 상관없군요.. 몰랐네요..
에스까르고님의 댓글의 댓글
그래서 알고는 있었는데 그냥 신경쓰지 않았고, 당시 코로나 시절이라서 (2020년 5-6월)
최단거리로, 사람들 많이 보지 않을 것 같은 후미진 골목길에 있는 동네의원을 찾았던 결과가 그러했습니다.
지금 전공의들이 병원을 떠난 것에는 "전문의가 되지 않고 일반의로 개업하면 된다"고 뻗대는 것도 일부 있을 겁니다.
하여튼 이후로 피부과를 갈 때는 무조건 "전문의" 딱지가 붙었는가 확인합니다.
서울에서는 간판에 빨간 글씨로 전문의를 적어두는 것 같습니다.(다른 동네도 그런지는 모르겠어요.)
웃자오늘도님의 댓글의 댓글
무슨 의원 피부과, 이런식으로 되어 있으면 일반의고,
무슨 피부과 의원, 이런식으로 되어 있으면 전문의입니다.
법으로,
일반의는 절대 진료과를 의원앞에 적을수 없습니다.
저는 무슨 의원 피부과 같은 "일반의"인 병원은 절대 가지 않습니다.
우리는 해외처럼 GP 제도가 있는게 아닌 구조라,
지금 전공의들이 멀 착각하고 있는겁니다.
보통은,
일반의는 개원해도 크게 돈벌지 못합니다.
블루지님의 댓글의 댓글
진짜 피부질환 진료를 해준다는 의미는 아니라서
꼭 사전에 알아보고 가지않으면 험한꼴 보는건 매한가지입니다.
집근처에서 도... 저히 아이 피부진료를 볼 병원이 없어서 그런 조건에 맞는 전문의 찾아갔는데도 대기실에 있는 대부분의 환자(?) 들을 보고 흠 ... 했는데
역시나.. 의사가 똥씹을 표정을 하더니 어떻게 오셨냐고하더니 질문도 거의 안하고
처방전이 아니라 메모지에 뭘 적어서 직접 건네주면서
이런거 약국에서 사서 바르시면되고 병원오실필요 없다고 하더군요.
테세우스의뱃살님의 댓글
피부과는 상처가 아니라 말 그대로 피부병이 전문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물론 일부는 피부 생검이나 일부 절제하고 꼬매는 경우도 있지만 다쳐서 오는 환자는 그 상처 정도를 알 수 없기 때문에 보지 않는게 일반적입니다.
(피부과 의원들이 황당해 할 만 했네요. ㅎㅎㅎ)
올제님의 댓글
이제는 전문의가 운영하는 피부과의 경우에도 봉합 준비가 안 된 곳이 있을 것 같습니다.
위에 있는 댓글처럼 외과에 속하는 병원으로 가시는 것이 맞구요.
아마 비뇨기과에서도 처치가 가능할 겁니다.
우정인건가님의 댓글
피부과는 피부의 질환을 다루고요
피부과 트레이닝 할때 외상치료 해본적이 없는데 환자가 요구한다고 무턱대고치료해버히면 오히려 무책임한 거에요
덜까만카카오님의 댓글
kjpooh님의 댓글의 댓글
이빨님의 댓글
블루지님의 댓글
특히나 여자아이고 얼굴이나 외모와 관련된(?) 부위일때는
주변 어머니들이 근방의 성형외과 (제대로된 진짜 성형외과) 빨리 가라고
추천들도 하시더라구요.
근데 청소하다 다치신분위는 피부과는 원래 아니였을것 같고.. 저도 정형외과가 생각나는데
제대로된 진료과는 따로 어디일까요.
plaintext님의 댓글
겉에서 봐도 미용 티가 나는 곳도 있는데
가끔 피부과만 써놔서 헛걸음도 하고
어떤 사람은 그냥 못본다고 할것이지
이상한 소리해서 진료비만 나오고
타 병원 (심지어 상급) 가서 영상 촬영하고 오라고 해서
촬영에 십만원 쓰고 가니까
저희는 그런거 안한다는 소리해서 벙찐 기억이 납니다
피부미용쯤 되면 그냥 간호사든
별도 자격증으로 대체해 버리던가 했음 싶어요.
아예 아는 척도 못하도록 말이죠.
부산아재님의 댓글
육두문자가 나왔지만 어쩔수 없이 인근 대학병원 입원 후 몇일 입원하시고 돌아가셨던 기억이 나네요ㅜ.ㅜ
아버지 보고싶네요 아흑..ㅜ.ㅜ
에스까르고님의 댓글
2020년, 제가 처음으로 "돌팔이"라는 말을 제 입으로 뱉게 만든 의사를 만났습니다.
그는 산부인과로 학위를 받았다가 일반의로 피부과(정확히는 진료과목 피부과였던가요...)를 개원한 사람이었습니다.
(하필이면 성과 이름이 일반적이지 않은 사람이라서 논문 검색하기 쉽더군요)
제가 진료보러 갔을 때 환자와 싸운 것만 2차례 목격을 했습니다.
저에게도 하도 뭐라고 싫은 소리를 해서 두 번째 갈 때 많이 망설이다 갔었지요.
그는 제 증상에 대해 제대로 진단하지 못했고, "면역력" 운운하며 제 탓을 했습니다.
마지막에는 "내가 해줄 게 없으니 더 오지 말고, 예쁜 일-아마 피부 관리를 말하는 것 같습니다-로 보자" 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그 다음에 피부과를 찾을 때는 '전문의'인지 검색했고,
한 군데로는 마음에 차지 않아서 두 군데에서 같은 진단을 받고서야 안심하고 진료를 받았습니다.
추가) 정형외과 원장님 정말 멋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