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치해져서 적어보는 뻘글 : 시추 and 시추 = 그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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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부터 15년 전..
동네에 버려진 유기견 시추 수컷을 잠시 데리고 있었다가
과수원에서 키우고 싶다는 분이 계셔서 분양했었습니다.
성격 참 좋았었는데 말입니다.
그로부터 몇 달 후 또 다른 유기견이 동네에서 몇 주 동안 배회하길래
로드킬은 면하게 해주려고 집에서 잠시 보호했습니다.
아무리 봐도 배회한 시간도 길고, 찾는 주인도 없는 것 같았어요.
그 녀석도 시추!! 이번에는 암컷이었습니다.
(왜 다들 시추만 버리고 가시는지... ㅠㅠ)
이름은 과수원으로 간 그 녀석의 이름을 그대로 이어줬구요.
올려진 사진의 그 녀석인데 성격이 얼마나 순한지
짖는 일도 없고, 사람 경계도 안 하고
저희 집 까칠한 말티즈들과도 잘 어울렸습니다.
눕혀 놓으면 눕혀 놓은 그대로 있다가...
사진처럼 그냥 잠이 들기도 하고...
정이 많이 들어서 계속 키워보려고 했는데
아는 분 따님이 학교에서 힘든 일들을 겪어서
혹시 강아지로 마음의 상처가 치료될 수 있을까 해서
순하디 순한 녀석인지라 잘 할 것 같아 분양했더랬죠.
종종 들려오는 소식을 보니
예상대로 그 녀석이 제 몫을 참 잘해줘서
상처 많은 그 아이가 많이 위로를 얻었다고 했습니다.
그로부터 대략 5~6년이 흘렀을까요?
이 녀석은 자기 할 일이 다 끝났다고 생각했는지
갑자기 세상을 떠났습니다.
상처 많던 그 아이가 그간 참 많이 의지했었는데
그 상처가 조금이나마 아물도록 도와주고는
이제 스스로 설 수 있도록 떠나준 것인지...
당연한 이야기지만 그 아이는 한동안 힘들어 했다고 합니다.
이후 뒷 이야기는 듣지 못하고 바쁜 세월 흘려보냈다가
이번에 과거 글들 정리하면서
괜히 센치해져서 두 마리의 착했던 시추들이 그리워
뻘글 투척해버렸습니다. ㅎㅎ
가을이 올까 싶은 요즘
모두들 지치지 마시고 건강하세요.
(이 글은 클리앙 탈퇴를 위해 지난 글들을 삭제하는 중에 남기는 뻘글입니다)
항상바쁜척님의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