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뻘글, 단편) 백경작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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뻘글입니다. 소설 써보려 끄적이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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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경작전(白鯨作戰)
“이소마에라 부르시게”
노인은 인터뷰어에게 그렇게 말했다.
“그래 백경(白鯨; Moby Dick의 일본어 제목)에 나오는 그 고래와 에이허브 선장 같았어. 나구모 사령관은 그놈을 잡으려고 무던히도 애를 썼지.
실론에서 처음 놈과 마주쳤을때 5항공전대의 쇼카쿠는 침몰하고 즈이카쿠는 대파되어 겨우 물에 떠있는 상태가 되었지. 그대로는 물러설 수 없다며 영국 동양함대를 궤멸하겠다고 했는데 결국 못찾고 이소나미만 실종되었지. 나중에 들어보니 조선인들이 빼앗아갔다더군.
어쨌거나 동양함대도 못찾았고, 놈도 안보여서 실론섬을 다시 공격했는데 놈은 거기서 기다렸다는 듯 나타났다더군. 그리고는 7전대에서 온 미쿠마까지 잃었고, 결국 사령관은 옷을 벗었네.”
“작전 실패가 해임의 이유였던 건가요.”
“아니, 그것도 있지만, 항공모함을 두척이나 잃고 순양함까지 잃었는데, 얻은 성과라고는 고작 항구에서 꾸물대던 고물 구축함 같은게 격침된 정도였고 그런채로 살아돌아왔다는거지. 책임을 지라며 할복해버리라는 소리도 들었다는데 사령관은 죽지 않았어.”
“그렇군요.”
“겁쟁이다 뭐다 말도 많았다는데 사령관은 살아남았지. 그놈을 잡고 싶어서였다더군.”
“그놈이란게 ‘명량’이라는 배였죠?”
“그래. 항공모함이라는데 짧막하고 옆으로 넓은 보기 흉한 놈이었지. 심지어 부끄러운줄도 모르고 남근같은걸 함교 위에 세우고 다녔어. 우아한 마스트가 없었지.”
“...”
“로켓이 많았어. 로켓 전투기를 띄워서 영전(미쓰비시 A6M, 일명 제로 전투기)들을 사냥하고 다녔고, 배에서도 로켓들을 쏘아서 쇼카쿠와 즈이카쿠를 명중시켰지. 그런 신묘한 재주는 처음 봤어. 분명 놈들도 특공을 한걸거야. 그리고 99식(아이치 D3A 함상폭격기) 들이 항모에 다가가니 기관포와 로켓을 쏴서 다 떨어뜨렸지.
그날 격추된 아군 비행기가 50기가 넘었다는데, 놈들의 로켓전투기 말고 배에 달린 대공포에 잃은 비행기도 20기는 족히 될거야. ”
“거의 항모 1대분의 함재기가 사라진 셈이네요.”
“나구모 사령관이 옷을 벗은 동안 야마구치 제독이 사령관이 되었지. 사령관은 불안해했어. 놈이 야마구치 손에 격침당할까봐 말이지. 그동안 놈은 연합군과 손을 잡아 페낭을 먹었고, 그 다음에는...”
이소마에는 말을 이었다.
명량함이 실론에서 일본 해군을 격파하고 동양함대의 군함 일부를 동남아시아 전대(SEA squadron; South East Asis squadron)라는 이름으로 이끌고 다니며 페낭, 아체, 싱가포르 순으로 점령 후, 싱가포르 일대의 바다와 자바해까지 돌아다니며 일본 해군의 군함들을 쓸어버렸고,
구축함은 커녕 수송선들을 호위할 해방함(海防艦; 초계함)들 마저 씨가 말라가는 그 바다에 어느샌가 연합군 잠수함이 돌아다니면서 인도네시아와 보르네오의 남방지대에서 자원을 싣고 본토로 가는 배도, 본토에서 보급물자와 병력을 싣고 가는 배도 모두 격침당하거나 나포되었다고 했다.
“하지만, 야마구치는 미드웨이에서 죽었고 놈은 거기에 나타나지 않았어. 나구모 제독은 안도했다지. 그리고, 그뒤로도 나구모 제독을 불러주지 않아서 야인처럼 지내다가 기회가 왔어.”
“그게 수라바야 해전이군요.”
“그래. 본토로 자원 수송도 원활하지 못해 무기 생산이 차질을 빚었고, 남방 전선의 군인들은 귀축영미와 손잡은 원주민 게릴라들에게 시달리는데, 보급조차 못받는 나날이 계속되니 동남아 전대를 격멸시키라고 남방 함대를 편성했고, 거기에 나구모 제독을 사령관으로 앉혔어.”
“이소마에씨는 그때 나가토에 계셨다고 했죠?”
“그래. 그때 만난 함장인 호시바 대좌(대령)는 우리에게 말했지. 명량을 두려워하지 않는 놈은 내리라고...”
“의외의 사람이었네요. 그 시대에는 근성 없다는 소리나 겁쟁이 소리를 들을만한데.”
“그렇지. 그래도 호시바 대좌는 놈이 얼마나 무서운 놈인지를 알았던거지. 실론부터 자바해까지 그놈이 가라앉힌 배가 한두척이 아니었다고하지... 덕분에 제국 해군은 자바해에서 씨가 말라버릴 정도였어”
“항모를 침몰시키지 않으면 우리가 침몰한다.”
“네?”
“나구모 사령관은 우리들에게 그렇게 말했어. 그리고 그렇게 말했지. ‘그 괘씸한 놈이 나를 망가뜨려 이렇게 죽을때까지 안절부절 못하는 늙은이로 만들었다. 난 기필코 놈을 잡을거다!’”
“전투라기보다는 복수...같네요.”
“그말대로야. 호시바 대좌가 사령관과 말다툼을 하는 것도 봤어. ‘우리에겐 임무가 있습니다‘라고. 사령관은 어차피 자기는 놈을 잡을 것이고 놈을 잡으면서 연합군 배들을 잡을거니 그건 걱정하지 말라고 했지”
“말이 되는 것 같으면서도 뭔가 궤변같네요. 앞뒤가 뒤바뀐 느낌인게”
“그럴거야. 나구모 사령관이 그런 말을 했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이성적인 무언가가 비이성이라는 가면 뒤에서 자기 얼굴을 내미는 법이지. 만일 뭔가를 부술거라면 바로 그 가면을 부숴야해. 죄수가 벽을 부수지 않고 무슨 수로 밖으로 나가겠나? 내게는 그 배가 그 벽이고 가면이야‘라고.”
그리고, 이소마에는 마카사르 해협에서 그무렵에 동남아시아 사령부 산하의 동남아시아 기동부대(SEA Task force)로 개편된 동남아시아 전대가 어느샌가 자바해에 들어와 마카사르 해협으로 남단까지 들어온 것을 목격하고 나구모 사령관이 그들을 쫓아 수라바야 만으로 몰아가는 이야기를 했다.
“놈들이 급히 도망가다가 길을 잘못들었는지 마두라섬 남단으로 들어갔어. 자바와 마두라 사이에 갇힌게 될테니, 이제 끝이라고 생각했어. 아니, 길을 잘못들었다고 생각한거지. 다들.”
그리고, 뒤에서 갑자기 나타난 명량함의 로켓이 히요와 준요에 날아들었고, 플로렌스해에서 눈치를 보며 일본 해군이 들어오는 것을 막기만 할 줄 알았던 미국 항모들의 함재기들이 명량의 함재기들과 함께 남방 함대를 덮쳤다는 이야기가 이어졌다.
이날의 해전은 후소급 전함 2척이 대파되어 본토 결전때까지 수리를 받아야 하는 상태가 되었고, 기함이었던 전함 나가토와 타카오급 중순양함 2척, 구축함 3척, 잠수함 1척이 격침되는 피해를 입었고, 준요와 히요의 함재기도 1/3만이 인근 기지로 도망칠 수 있었고 나머지는 항모와 함께 가라앉거나, 공중에서 격추되었다고 한다.
“... 배가 가라앉기 시작했어. 다들 바다로 뛰어들거나 침착하게 갑판 위에서 구조를 기다리는 등 탈출하려했지. 그리고 나도 함교 밖으로 나가서 구조를 기다리려고 했어. 나가토의 함교에서 총소리가 나서 나구모 사령관이 자결한건가 했는데, 살아있더군. 몹시 분노했는지 창밖으로 총을 쏘려는 것 같았는데, 그게 마지막 모습이었지.”
“당시 기록에는 덴노 헤이카 반자이를 외쳤다는데요.”
“아니, 그렇게 긴 말은 하지도 못했어. 총을 쏘면서 뭐라고 외치려던 것 같았는데 그 순간에 바로 폭발이 일어나면서 나가토의 함교가 불길에 휩싸였으니까. '데'까지는 들은 것 도 같은데...”
“유언인지, 비명인지도 알 수 없네요.”
“그래. 그리고, 그 폭발에 나와 다들 바다로 날아갔고, 다행히 난 미군 구축함에 구조되었지. 뭐라고 하는지는 모르지만 날보며 웃으며 자기들끼리 이야기를 나눴지. 내가 영어를 못알아듣지만, 날 죽이려는건 아닌 것 같아서 조금은 마음이 놓였어.”
“Hey, we done pulled this fella outta the water... reckon we’ll get some extra ice cream for th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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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히, 삘받아서 써본 소설의 일부분이었습니다. 막상 쓰려하니 이아기가 생각만큼 풀리지는 않고 있습니다. 쓰면서 설정이든 스토리든 어디 하나 이상 손을 봐야되기도 하고...
(당장 저 명량함이라는 이야기의 주역이 되는 2차 세계대전 시기에 간 21세기의 배도 쓰다보니 짤로 그린것과 설정이 바뀌었습니다;)
소설은 아무나 쓰나~ ㅠㅠ
SDK님의 댓글
뻘글 제목 읽고 칭찬드리려고 들어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