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의 이상한 처신 (feat. 불신을 자초하는 행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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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장님, 학교에 방문했는데 요청한 날짜의 CCTV 영상을 열람할 수 없다고 합니다."
"네? 그게 무슨 이야기인가요?"
"담당 교사는 제가 요청한 날의 CCTV 영상을 분명히 확보했다고 이야기를 했었는데, 막상 학교에 가서 열람하려고 했더니만 교감 선생님께서 열람 기간이 지났다고 하면서 보여줄 수 없다고 합니다."
"열람 기간이 며칠인데요?"
"원래는 60일로 되어 있었습니다."
"그런데요?"
"그런데, 학교 측에서 CCTV 열람 기간을 60일에서 30일로 변경했다고 하더군요."
"그걸 언제 바꾸었는데요?"
"제가 확인해 보니까, 며칠 전에 변경했더라고요."
"변경한 이유가 무엇인지 물어봤나요?"
"별다른 대답은 하지 않습니다."
"학교가 갑자기 CCTV 열람 기간을 60일에서 30일로 변경한 것이 의심스럽습니다. 어머님이 학교폭력의 증거 영상을 확보하기 위해 학교에 가서 확인하는 것 자체가 학교 측에서는 불편했던 겁니다."
"네, 그런 것 같아요.소장님"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음, 일단 열람 기간이 제한이 되었던 것 일뿐 원본 영상 자체가 삭제되지는 않았을 겁니다. 일단, 이 사실에 대해서 학교폭력 장학사에게 이야기를 하시고, 영상 자체가 삭제되지 않았다면 행정정보 공개 신청을 별도로 해보세요."
"네, 그런데 소장님, 저는 학교 측의 처신을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그렇죠, 제가 봐도 이해할 수가 없네요, 학교폭력의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서 동분서주하고 있는 피해 부모들을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자신들 마음대로 교칙을 수정해서 열람 기간을 변경했다는 것은 충분히 오해받을 짓을 한 겁니다."
"어떻게 이럴 수 있죠?"
"그냥 불편한 겁니다. 발생된 학교폭력의 이슈가 확대되어 학교 측에 곤란한 상황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하는 학교 측의 불안감과 불편함이 내재되어 있던 겁니다."
"누가 이렇게 지시를 했을까요?"
"교장 선생님이겠죠, 그런데 과연 교장 선생님 혼자 결정을 했을까 하는 의심도 드네요."
"네, 정말 너무합니다."
"아까 말씀드렸던 것처럼 절차대로 하세요. 그게 나을 듯합니다."
"알겠습니다. 소장님"
학교폭력 부모교육을 하면서 부모들에게 학교폭력이 발생되면 되도록이면 학교와 교사들에게 감정적인 언어를 지양하라고 이야기합니다.
이는, 학교폭력이 발생되었을 때 현실에서 학교와 교사들의 권한과 역할이 지극히 제한적이기 때문이며, 그들의 현실적인 고뇌를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대부분의 피해 부모들은 학교폭력이 발생되면 학교와 교사들이 발생된 학교폭력을 왜곡하고 축소하려 한다고 의심을 합니다. 그럴 때마다 저는 학교와 교사들이 그럴만한 하등의 이유가 없다고 대변하여 이야기하기도 하지만, 간혹가다가 학교와 교사들의 처신이 이해가 안 될 때가 있습니다.
실제로, 말도 안 되는 이유로 발생된 학교폭력을 왜곡하고 축소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경우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 사안도 마찬가지입니다.
분명, CCTV 영상에 대한 열람 기간이 60일이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30일로 변경했다는 것은 아들의 학교폭력 증거를 찾기 위하여 동분서주하는 피해 학생의 어머님에게 영상을 보여주지 않겠다는 의미이며, 더 이상 학교는 관여하지 않겠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여름 방학 내내 아들의 학교폭력 증거 영상을 찾기 위해 하루가 멀다 하고 학교에 방문했던 어머님에게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입니다.
다행히도 어머님은 행정정보 공개 청구와 함께 절차적 위반에 대한 항의로 지정된 CCTV 영상을 열람할 수는 있었지만, 과정상에서 보여준 학교 측의 처신은 두고두고 아쉬울 뿐입니다.
이번 사안을 겪으면서 부모들에게 계속적으로 학교와 교사들의 입장을 대변하여 이야기해야 옳은것인지 저도 혼란이 옵니다.
분명한 것은, 적어도 피해 부모들에게 학교가 적극적이거나, 우호적이지 않다는 것입니다.
그 누구도 피해 부모들을 도와주지 않습니다.
단순히 이러한 현실이 제도와 환경의 문제이기 전에, 학교폭력이라는 사회적 정의의 문제이고, 교육자로의 교육적 철학이 먼저 선행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옛 속담에 '배나무 밑에서 갓을 고쳐 쓰지 말라'라고 했습니다.
오해받을 수 있는 처신이 결국, 서로 간의 불신으로 쌓여 감정싸움으로 확대되는 겁니다.
그래서, 피해 부모들이 싸워야 할 대상이 단순히 가해 부모들뿐만이 아니라, 점점 학교와 교사들로 확대되고 있는 겁니다. 결국, 학교의 무관심이 기계적 중립으로 포장되는 것은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극성맞은 학부모들도 문제이지만, 일부 학교의 관리자들도 문제입니다.
학교폭력 피해 학생들을 생각하기 전에 학교폭력으로 인해 자신의 교직 생활에 오점이 남지는 않을까 전전긍긍하는 일부 학교의 관리자들 말입니다.
그렇기때문에 제도보다 사람이 문제라고 계속해서 강조하여 이야기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