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트라우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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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대로 한다면 병역을 마치고 94년 봄에 대학교 졸업을 했어야 하지만, 이런저런 일로 3년 후인 97년 봄에 뒤늦게 졸업을 하게 되었습니다.
1차적으로는 취업 준비도 안되어 있었고, 2차적으로 취업을 할 수 없는 결정적인 핸디캡도 당시 있어서 열심히 구직활동을 했음에도 취업이 안되었습니다. 졸업예정자 신분으로 96년 하반기부터 대기업 시험을 열심히 보러 다녔지만, 보는 기업마다 떨어졌습니다. 그러다 97년에 결혼까지 하게 되면서 마음이 무척 쫓겨 중소기업 시험을 보러다녀야겠다고 결심하던 차에 IMF가 들이닥쳤죠.
비록 IMF 전에 제게 견디기 힘든 매우 큰 일이 있었다 하더라도 IMF로 인한 사회적 붕괴를 목도한 건 제 인생에서 가장 큰 충격이었습니다. 이전의 희망찬 분위기, 자신감 있던 젊은 세대 X세대는 모두 사라져버렸습니다. 기업과 개인이 부도가 나고 기업들의 구조조정 기사로 매일 도배가 되다시피 했었어요. 사회가 이렇게 갑자기 암울할 수 있구나.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하지 라는 생각이 들며 공포스러웠다고나 할까요. 일자리를 구할 수 없어 절망했고, 부모님이나 아내 얼굴 볼 면목도 없었습니다.
요즘 삼성과 SK 구조조정 소식을 접하며 IMF의 공포가 다시 되살아 납니다. 더욱이 과도한 가계대출, 부동산 부양 등 정부의 안일한 경제 대처가 IMF를 상기시키며 제게 더욱 공포감을 조성합니다.
아는 공무원이나 교사들은 IMF 때 왜 힘들다고 하는지 몰랐다는 분도 있더라구요. 경제위기가 편차가 있었다는 사실을 그때 알았어요. 바꿔 말하면 정부 관료나 공무원, 교사들은 안정되게 급여를 받고 일자리가 보장되기 때문에 경제 위기를 체감할 수 없고, 그래서 더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정책을 만들지 못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자신이 체감해야 어떻게든 헤쳐나가려 할테니까요. 심지어 당시 자산 가치가 붕괴된 부동산 등에 투자해 꽤 돈을 번 일부 공무원이나 교사도 있었다고 하더군요. 사실 안정된 일자리와 급여만 있으면 경제위기가 누군가에겐 큰 기회가 되겠지요.
IMF 때 정말 이러다 굶어죽겠다는 공포를 느껴봤기에 다시는 IMF가 오지를 않기 바랄 뿐입니다.
그러나 이미 한 걸음 씩 다가오는 것 같아요. 안타깝습니다.
한얼지기님의 댓글
친구들중 거의 반이상이 몇년동안 취업도 못했죠.
매일 부도, 실직, 자살 등의 뉴스가 끊이지 않았던 시절
초보아찌님의 댓글
그래서 부동산이 떨어질 수 있다는 걸 못 믿기도 합니다.
사회 전체가 박살 나는거는 겪어보지 않으면 모르죠